고구마순 김치

by 자급자족

어렸을 적, 밥상에서 자주 보던 고구마순 김치. 그 맛이 흐릿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나이가 들수록 그 시절의 맛이 그리워진다.


엄마는 6남매 중 다섯째인 나를 데리고 밭에 자주 가셨다. 밭에서 엉뚱한 상상을 하며 놀던 기억이 있다. 한 번은 '땅콩에 막걸리를 주면 잘 자랄까', 아빠의 막걸리를 땅콩 위에 부어주던 적이 있다. 또 '고운 흙을 뿌리면, 피부도 고와질까?' 도 생각했었던 것 같다. 동네 어르신 말씀으로는 "바구니에 넣어두고 밭일을 하면, 혼자 흙을 주워 먹고 잘 놀았다"라고 하셨다.


올해, 텃밭에 고구마를 심어보았다. 고구마는 줄기를 심는다는 걸 처음 알았다. 고구마를 심으면서도, 사실 고구마보다 고구마순 김치에 대한 기대가 컸다. 어렸을 때는 고구마순을 가지런히 잘라서 한 단씩 묶는 일을 도왔었다. 장날이면, 엄마는 고구마순을 최대한 들고나가셔서 팔고 오셨다. 한단에 1,500원이라고 하셨다. 해 질 녘, 통닭 한 마리를 사들고 들어오신 기억이 있다.


퇴근하고 텃밭에 갔다. 특별히 할 일이 생각 나서라기보다는, 가면 할 일이 있을 것 같았다. 오이, 애호박, 고추는 주렁주렁 매달려 주인을 기다리는 듯했다. 방울토마토, 고추, 가지는 줄기가 무거워지기 전에 지지대에 묶어줘야 했다. 농장에서 직접 기른 양파도 5,000원어치 구입했다. 마트 양파와 다른 점은 지독할 정도로 맵다는 것과 조직이 단단하다는 점이다. 텃밭표 양파만 양념으로 넣어도 모든 음식이 다 맛있어진다.


땅콩은 꽃이 피고 나면, 자방(실같이 생김)이 밑으로 뻗어 내려가서 땅 속에서 꼬투리를 맺는다. 자방이 땅속에서 생착하도록 최대한 흙과 가깝게 유지해줘야 한다. 그래서 흙 두둑을 만들어주고 땅콩의 중앙을 흙으로 덮어주었다. 땅콩 위를 지지대로 눌러 자방과 지면을 최대한 가깝게 유지하도록 했다.


고구마 줄기, 아주 연하고 실하게 잘 자라 있었다. 껍질이 1차 벗겨지도록 머리 부분을 꺾어 내렸다.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10초간 데친 후, 재빨리 찬물에 헹궈 식혔다. 고구마순을 2등분으로 자르며 껍질을 벗겼다. 껍질이 매우 잘 벗겨졌지만, 직장맘이 자주 해먹을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쪽파 다듬는 것보다 시간 소요가 많이 된다.


고구마순 김치를 만들 줄 몰라 유튜브에서 레시피를 찾았다. 빠르게 3개의 레시피를 봤는데, 열무김치 만드는 방법과 비슷하다. 유튜브를 무시하고, 시어머님의 열무김치 방법대로 담기로 했다. 복잡할 것 같던 김치 만들기, 막상 시작하니 "뭐 별거 있어?"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맛을 보니, 어렸을 적 느꼈던 그 달큼한 고구마순 김치맛이 고스란히 살아났다. 여름을 상징하는 별미 김치, "아삭아삭" 다시 만나게 된 것 같다.


<핸드믹서 양념>

마늘, 양파, 새우, 액젓 갈기

<빨간 양념>

밀가루 1스푼으로 쑨 밀가루풀, 고춧가루 3/4컵, 설탕

<채소>

풋고추, 양파, 대파


옆 텃밭 아주머니는 고구마와 감자를 심지 않으셨기에, 감자 두 뿌리를 캐서 드리고, 고구마순도 필요하시면 언제든 뜯어가시라 말씀드렸다.


조금 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옆 텃밭 아주머님이었다. 아무래도 농장 다른 아주머니께 내 전화번호를 수소문하신 듯하다. 고구마순 김치를 담았으니, 농장 냉장고에 넣어두겠다고, 가져가라고 하신다. "저도 새벽에 담아서 괜찮아요." 몇 번이나 사양했지만, "가져가! 나 이 전화번호 저장한다?"라고 하시곤 뚝- 전화를 끊으신다. 진짜 고구마순 김치 맛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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