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부각

by 자급자족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계속 만드는 것, 고추부각다. 맛은 매콤 달달 짭짤하다. 어렸을 때 김가루처럼 밥도둑이다. 오도독~ 바삭 고소하다.

여러 번 부각을 만들어 보니, 일처럼 느껴지지 않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왜 엄마 맛을 계속 찾으려 하는 걸까?


우리 집 6남매 단톡방을 보니, 막내언니가 엄마표 다슬기 된장국 맛의 비법을 찾는다고 수소문해 놨다.

띠동갑 오빠랑 대화 끝에 찾아낸 비법이 대사리 된장국(우리 마을 용어)에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는 것이다.

나도 엄마가 해주신 음식의 맛을 습관적으로 찾게 되는데, 그게 바로 고추부각다.

지금쯤 텃밭 고추가 억세지는 게 하나씩 나다. 슬슬 고추부각 만들기를 취미처럼 해본다. 부각 만드는 과정은 무념무상 평온 자체다.


(씻기)
씻고,

두꺼운 건 가위로 세로 4등분,

얇은 건 세로 2등분,


(찌기)

튀김가루 묻히기,

찜기에 5분 찌고 잔열로 익히기,


(말리기)

식으면 새 용기에 새 튀김가루 붓고 묻히기,

식품 건조기에 하루 말리기.


(보관하기)

소분하여 오랜 뒤에 먹을 건 냉동칸에 보관하기.

바로 먹을 거는 냉장칸에 보관하기.
설탕 샤샤삭 뿌려가며 볶기.

볶을 때 딴짓 하면 안 됨. 멸치처럼 금방 탐.

식품건조기는 당근에서 저렴하게 캤다. 3단짜리 쓰다 5단짜리 써보니, 짧은 시간에 많은 분량을 만들 수 있다. 뒷베란다에 식품건조기를 두고 전원 누르면 덥지 않고, 미세소음도 없.


매년 가을, '너무 많이 만드는 것 아닌가' 한다. 매년 겨울, 조금 만들어놓은 것에 후회하는 식재료다. 올해는 틈틈이 만들어 쟁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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