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남편이 반찬 한 가지를 해두고 출근한다. 볶음밥 같은 '한 그릇 음식'을 만들어놓고 가기도 한다. 매번 3인분이다. 전날 회식에서 술을 먹고 늦게 귀가했더라도 매일 아침 요리는 한결같다. 이 부분이 참 고마운 부분이다.
7시에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중학생 두 아이의 등교준비와 내 출근준비가 이어진다. 샤워하고 머리 감고 아침식사하고 양치하고 영양제 챙기고 문제집 챙기고. 특히, 머리 말리기 전쟁이 펼쳐진다.
두 아이가 드라이기 한 개로 싸워 2개를 구입해서 각자 방에 넣어줘 버렸다. 초강력 드라이기 덕분에 아침시간에 평화가 찾아왔다. 샤크 HD331KR이라는 모델명의 드라이기인데 직장 찬스로 개당 10만 원 안쪽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구입 전에 정보검색을 하지 않았다면, 네이버 가격대로 비싸게 구입했을 듯하다.
8시 20분 땡 치면, 세 명이 집에서 나온다. 아이들은 도보 2분 거리 중학교로, 나는 운전 10분 거리 직장으로 출근한다. 남편이 반찬 한 가지를 해놓고 가는 것이 단순한 일 같지만, 만약 그 반대라면 십중팔구 식사를 거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중학교 1학년 딸은 몇 개월 전부터 본인은 아침식사를 서양식으로 하겠다고 했다. 아침에 간단히 빵을 먹거나 시리얼 혹은 샐러드를 먹겠단다. 너무도 오래된 부탁이라 하루는 방울토마토 등을 넣어 예쁜 샐러드를 만들어 아침식사로 줬다.
하교 후 집으로 돌아오더니, 1교시부터 배고파서 힘들었다고 징징댄다. 하필이면 1교시가 기술가정 시간이었고, 1교시 내내 '청소년기의 아침식사 중요성'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고 한다. 더 배가 고팠다며, 앞으로는 예전대로 한식으로 먹고 가겠단다.
남편과 나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웃었다. 딸이 서양식을 고집했다면, 아침마다 한식, 서양식 두 번 밥상을 차릴 뻔했다. 기술가정 선생님께 감사하다.
오늘 6시부터 지글지글, 톡톡톡 부엌에서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소시지 볶음을 해뒀다. 3가지 소시지를 마늘 베이스에 케첩과 돈가스 소스 조합으로 볶은 듯하다. 프라이팬으로 한가득이다. 손이 크다. 내가 밖에서 점심을 사 먹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점심 도시락을 싸가지 않는다면 냉장고에 음식이 과잉으로 남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직장 도시락 반찬은 남편이 만들어두고 간 소시지 볶음이다. 냉장고 안을 봤더니, 요리하고 남은 배추, 텃밭에서 수확한 깻잎과 청양고추가 있다. 섞어서 간장, 굴소스, 물엿, 마늘을 넣고 볶으면 그 어떤 채소를 볶아도 맛있다. 정체 모를 야채볶음이 되었다. 물론 아무도 먹지 않는다. 빨리 도시락 반찬으로 싸가서 소진시켜야겠다. 아이들 이유식 락앤락 유리통을 버리지 않아 다행이다. 허기를 달래기 위한 직장 점심 도시락용 사이즈로 딱이다.
냉장고에 반찬을 오래 보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미리 식재료를 파악하지 못해 버리는 경우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매번 냉장고 안의 식재료를 주시한다.
손 큰 남편 덕에 4년째 도시락 생활이다. 앞으로 밖에서 점심은 못 사 먹을 듯하다.
일 한 가지를 덜어주어 매번 감사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