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50분, 중3 아들은 역사 수행평가 준비를 위해 노트 정리 중이다. 어제는 과학과 수학 수행평가를 봤고, 내일은 역사 수행평가가 있단다.
역사 관련 단어 40개 중 20개가 제시되고, 그 단어에 대해 서술하는 수행평가를 본다고 한다. 이제 단어 20개 정리했는데 다 끝나려면 멀었다. 덕분에 나도 벽보며 밤을 지새우는 중이다.
우리 집은 중학생 두 아이의 키성장 관리 때문에 평소 밤 10시 즈음에는 모든 불이 꺼진다. 아들이 친구 이름을 하나씩 대면서 새벽 2, 3시에도 친구들은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한다며, 본인에게도 새벽을 누릴 자유를 달라고 했었다. 다른 친구들처럼 단톡방에서 밤새 수다도 떨고 싶단다.
아들은 오늘(!) 수행평가 준비로 원 없이 "새벽에 깨어있겠다"는 소원(?)을 풀고 있다. 문틈 사이로 보니 열공 중이다. 남편이 회식으로 만취 귀가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안 그랬으면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해라"는 한마디를 듣고, 밤 10시 즈음에 모두 소등되었을 거다.
극내향 아들은 코로나 시기에 마스크를 낀 채 전학을 왔다. 이미 또래관계가 형성된 후 왔기에 적응을 힘들어했다. 아들이 선택한 방안은 두꺼운 책 읽기였다. 어차피 쉬는 시간에 얘기할 친구가 없으니, 책이나 읽자는 심산이었다. 그러면 말을 걸지 않을 테고, 당장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모를테니.
반에서 작은 키에 속했는데 급성장했다. 남편키를 훌쩍 넘겼다. 컴퓨터에 흥미도 갖게 되어 데이터 시각화 쪽 특기를 꾸준히 쌓도록 지원했다. 본인 특기 살려 이리저리 봉사하다가, 얼마 전에는 반장선거에 나가더니 당선증을 들고 들어왔다. 우리 가족에겐 의아한 일이긴 했다.
고속도로 휴게소 남자화장실에 혼자 들어가거나, 편의점에서 혼자 점원에게 결제하는 일을 어려워하던 아이다. 편의점 갈 때면 두 살 터울 여동생을 항상 데리고 다녔다. 전국 코딩대회에서는 너무 많은 사람의 시선에 압도되어 준비해 온 발표를 거부했던 아이다. 물론 다음 대회부터는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것도 적응해 갔다. 느리지만 서서히 성장하는 순간들을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조마조마했다.
새벽에 수행평가를 준비한다고 노트정리 하는 뒷모습을 보니, 새삼 대견하다. 서서히 성장하도록 그림자처럼 지원할 생각이다. 그런데 기숙형 사립 고등학교로 보낼 예정이라 아들과 함께할 날이 많지 않다. 기쁜 건가 슬픈 건가.
짧은 메모를 적는 동안, 수행평가 준비가 끝났다며 소등한다. 이제 나도 잘 수 있다. 자려고 보니, 우리 집 고양이 레오도 피곤했나 보다. 얼음땡~ 하며 형 방문에 기대어 잔다.
왈가닥 중 1 딸은 날림 글씨로 과학 수행평가 원고를 써놓고 꿈나라로 일찍 들어갔다. 나는 딸에게 과학 문제를 두어 번 내주고, 딸이 설명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는 게 다였다. 물론 딸이 설명하는 암모니아 실험에 대해 모른다. 매우 이해하는 척 눈을 동그랗게 뜨며 끄덕이느라 혼났다.
퇴근하고도... 아주 긴~~ 하루였다. 드디어 퇴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