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6시가 되기를 5시부터 기다렸다. 날이 밝으면 텃밭에 가기 위해서다. 일어나자마자 설거지를 하니 남편이 애들 늦게까지 재우자고 한다. 설거지할 그릇들을 그대로 두고 텃밭에 갔다.
오늘 텃밭 방문 목적은 딱 하나다. "청양고추 수확". '고추 삭히기 실험'을 위해서다. 텃밭 가기 전에 작업 목적을 세우고 갔건만, 할 일이 하나씩 계속 보인다. 자연스럽게 일의 종류별로 작업을 이어갔다.
아저씨 두 분이서 배추 심는 간격, 앞으로의 병충해 종류, 무 순 솎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올해 얼마나 땅콩농사와 배추농사가 잘되었는지도 들었다. 옆 텃밭 아저씨는 땅콩 한뿌리를 시험 삼아 캐봤는데 열매가 100개는 달렸었다고 한다. 땅콩은 거름을 많이 줘야 하는 작물이라고 강조하신다. 오이와 애호박 사이의 빈 공간에 땅콩을 심었는데, 올해 처음 재배라 결과 가늠이 안된다.
내년에는 콩농사를 지어보고 싶고, 땅콩밭은 두둑을 높게 세우고 모종을 더 깊게 심어야겠다. 그리고 고추 지지대는 더 긴 것으로 모두 교체해야겠다. 생각보다 고추나무의 키가 크게 자라는 것 같다. 어렸을 때와는 또 다른 기후조건이거나 품종 개량이 된 듯하다.
<새벽 텃밭 정리 작업 순서>
1. 청양고추 수확
2. 빨간 고추 수확
3. 무거워서 끊어질 것 같은 고추 줄기 정리
4. 폭우에 대비해 지지대에 끈으로 줄기 묶어주기
5. 통풍 위해 가지의 줄기 정리
6. 방울토마토 뽑아버리기
7. 오이 모종 북주기
8. 애벌레 한 마리 잡기
9. 남의 밭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고구마순 뒤집어주기
10. 배추와 배추 사이 물 구멍 파주고 토양 살충제, 유기농 비료, 붕사 넣어주기
11. 무 순 1개만 남기고 북주기
12. 새순을 낸 쪽파 칭찬해 주기
13. 배추 북주기
14. 배추 고갱이 분무해서 흙 제거하기
15. 고랑 사이 쓰레기 주워 정리하기
16. 염소먹이로 사용하기 위해 작물 줄기들 모아 한 곳에 버리기
옷이 땀과 비에 다 젖었다. 헬스장에서 러닝을 하는 것보다 더 땀을 많이 흘린 듯하다.
집으로 돌아와, 의식을 치루듯 채소를 손질하고 있는데, 유튜브로 정치 콘텐츠 보던 남편이 한마디 한다.
"너는 왜 인생을 힘들게 사냐! 누가 보면 식당 하는 줄 알겠다."
이건 남편이 즐기는 음주가무와 동급인 취미생활일 뿐이다. 나가서 달달한 커피나 한잔 테이크아웃 해오라고 내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