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와 알밤

by 자급자족

9.18, 대추와 알밤의 계절인가 보다. 가끔 작물의 제철을 잊고 산다.


출근했더니 내 책상 위에 대추알이 놓여있다. 아무래도 직장 건물 관리하는 할아버지께서 아침 일찍 두고 가신 듯 같다. 얼마 전에는 사무실 창문을 두드리시더니 알밤을 주고 가신다.


어느 날 할아버님과 얘기 나누다가 향에서 드셨던 고구마순 볶음을 언급하셨다. 기억하고 있다가 고구마순을 수확해서 가져다 드렸다. 댁에서 껍질 벗겨 사모님과 맛있게 반찬으로 해 드셨다고 한다.


할아버님은 가끔 플래카드가 생길 때면 챙겨뒀다가 주신다. 잡초 제거 매트로 재사용하라고 하신다. 잡초전용 매트를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할아버지의 플래카드를 고이 접어 보관 중이다. 언젠가는 잘 쓸 것이다.


매번 먼저 챙겨주셔서 텃밭에 차고 넘치는 작물을 드린 것뿐인데 잘 먹었다고 하신다.


어렸을 때 집을 빙 둘러, 대추나무, 밤나무, 복숭아나무, 살구나무, 앵두나무, 단감나무, 대봉 나무, 일반 홍시 감나무, 자두나무가 있었다.


비 온 뒤에는 밤나무 아래에서 싱싱한 알밤 줍느라 바빴다. 비바람에 밤도 후두둑 떨어진 것이다. 빨간 대추를 수확해서 대추차를 끓여마시곤 했다. 달걀 포함 모든 걸 자급자족했던 산골 마을 16 가구 중 하나였기에, 기억 하나하나 생생히 살아있다.


대추 한 알 깨물어보니, 사과맛이 난다. 사과대추인가? 원래 대추가 달콤했던가.


감사하고 감사한, 아무 일 일어나지 않은 아침이다.

창밖에서 까치가 계속 울어대는데, 무슨 좋은 일이 생길까 기대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까치는 365일 계속 울음 소리를 내고 있다.

출근해서 까치 소리만 나면, 나는 매번 되뇌인다.

'또 무슨 좋은 일이 생기려고, 아침부터 까치가 우나?'

여름 별미, 고구마순
알밤
대추
직장 산책로
'천국의 문'이라고 이름 붙여둔 비밀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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