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텃밭 관리
새로 바뀐 브런치 어플을 찾느라 오래 걸렸다. 직장 업무가 산더미라 시간이 나지 않는다. 업무가 바쁘기에 텃밭을 돌볼 시간은 더 내기가 어렵다.
업무에 집중하면서도, 벌레로 초토화된 배추를 상상했다. 앙상한 잎사귀 뼈대만 남아있다면 겸허히 받아들이려고 했다. 무, 배추를 다 뽑아내어 버리고 내년 봄 농사를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나는 무 1개, 배추 1통만 필요한 사람이다.
텃밭에 도착해보니, 무와 배추에 벌레 먹은 부분 하나 없이 깨끗하다. 폭풍성장해 있었다. 자만은 금물이다. 다음 프로세스가 그려지지 않는 쌩초보이기 때문이다.
3일에 한 번씩, "농약을 사버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혹이 많다. 생애 첫 배추농사를 하며,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해보고 있다. 언제 농약의 유혹에 두손두발 들지 모른다. 아직까지는 친환경 재배를 해볼 만하다.
내년에는 배추 간격을 40cm 이상 띄워야겠다. 누가 만들어주는 김치만 먹어봤지, 배춧잎이 이렇게 넓게 퍼질지 몰랐다. 이렇게 해서 또 배워나간다.
농장에서 올해 재배한 참깨로 짠 참기름과 꽈리고추, 파프리카 8개(2000원)를 구입해 왔다. 어떻게 자란 작물인지 알기에 안심하고 먹어도 좋다. 방앗간에서 갓 짠 참기름에 가지를 찍어먹어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다. 극강의 고소함이다. 대기업 참기름은 그 향을 다 담지 못한다.
내년엔 집에서 양념용으로 쓸 참깨, 마늘, 양파, 생강도 생애 처음 재배해 볼 예정이다. 10평 텃밭의 구획 디자인을 작물의 수확시기에 맞춰 잘 해야겠다. 자급자족을 꿈꾸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텃밭만 일구고 일상을 산다면? 아마 삶이 무료하지 않을 것 같다. 텃밭에는 매일 설레는 일이 있을 것이다. 외국처럼 뒷마당을 꾸며, 나만의 천국을 만들어보고 싶다. 이미 뒷뜰에서 농작물을 가꾸는 내모습을 자주 상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