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방제 생각

배추, 무 유기농 재배 실험

by 자급자족

방제(防除) : 농작물을 병충해로부터 예방하거나 구제함.


처음 하는 일은 뭐든 어렵다. 그러나 두 번째부터는 날개 돋친 듯 성과를 낸다. 무슨 일이든 쭉~ 그래왔다.


해충을 방제하는 일, 처음 해보는 일이다. 유독 어렵다. 다음 프로세스를 모르기에 당연한 거다. 농약을 사버리고 싶은 생각이 몇 번씩 들지만, 올해는 공부하는 차원이라 생각해 본다. 실패하면? 벌레 사육장이 되는 거고. 성공하면? 시댁에 100% 유기농 배추와 무를 가져다 드릴 수 있다.


새벽 6시 30분, 텃밭에 갔다. 아무도 없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시동을 켠 채 핸드폰으로 브런치 글들을 읽는다. 누구라도 보이면, 차에서 내릴 요량이었다. 15분 정도 기다리는데 아무도 안 온다. 산과 인접한 텃밭이라 혼자 작업하기 무섭다. 동물이 무서운 건가 귀신이 무서운 건가 아니면 사람이 무서운 건가. 산이 무섭다.


출근 전, 잠깐 텃밭에 들러 수제 해충약을 뿌리려던 계획을 퇴근 후로 바꿔야 하나보다. 오늘 노동하긴 글렀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향한다. 산길로 올라오는 할아버지의 농업용 사륜차와 교차한다. 차를 다시 돌려 텃밭으로 향한다.


큰소리로 인사드렸다. "할아버지 오실 때까지 20분 기다렸는데, 안 오셔서 작업 안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어요. 다행이에요!" 할어버님이 크게 웃으신다. 비가 와서 안 오려고 하셨는데, 고라니의 습격이 있었는지 점검하러 오셨다고 한다.


무, 배추에 집에서 만들어온 해충 방제 약을 분무했다. 쓴 한약재인 고삼을 약탕기로 1시간 달여 식히고, 소주, 식초, 마요네즈, 막걸리를 소량씩 배합해서 마구 흔든 해충약이다. 좋다는 건 다 넣었다.


가을와 배추를 해충의 피해 없이 기르기란 어렵다고들 한다. 내손에서도 잘 자라니, 참 신기한 일이다. 무 잎이 이리 깨끗할 수가 없다. 무 재배에 대한 자신감이 서서히 생기지만, 꾹 눌러본다. 방심은 금물이다. 늦가을에 흙 속 무의 상태를 보고 판단해 봐야겠다. 3일에 한번 한약액을 뿌리고, 흙을 끌어모아 무가 쓰러지지 않게 북돋워주기만 하면 된다.


배추는 3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수제 해충약을 뿌려야 하는데, 시기를 놓치면 달팽이와 청벌레의 습격을 받아 잎에 구멍이 송송 난다. 마트에 진열된 깨끗한 배추들이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농약 범벅일 확률이 높다. 텃밭 작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맞나 보다. 자주 들여다봐야 벌레도 잡고 상태도 살필 수 있으니 말이다.


옆 텃밭 할아버님의 배추는 유독 튼실하다. 배추 모종의 종류에 대해 여쭸더니, "불암 플러스"를 구입했다고 하신다. 내년엔 나도 불암 플러스 종으로 모종을 구입해야겠다. 그리고 조금 더 이르게 심는 걸로. 아니, 할아버지네 텃밭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대로 시기를 따라 해야겠다. 올해는 마늘과 양파도 생애 처음으로 재배해 볼 생각이다.


아침 7시 20분에 텃밭에서 돌아와 마저 출근준비를 했다. 남편이 곰탕 세 그릇을 만들어놓고 출근했다.

남편은 내가 새벽 산책 다녀온 줄 알 것이다. 오늘도 완전범죄다.







<무, 배추 유기농 재배를 위한 해충 방제 계획>


1. 진딧물과 청벌레 퇴치를 위한 한약재, '고삼' 달인 물+마요네즈+소주+식초+막걸리+계피


- 한약재인 고삼 한주먹 1시간 우려내기,

- 고삼 우린 물에 마요네즈 1스푼, 소주 소주잔 1컵, 식초 소주잔 1컵, 막걸리 1컵, 통계피 추가하기

- 텃밭에 보관하여 고삼+계피 우리기.

- 물 50: 고삼액 50을 섞어 분무기로 배추 무의 잎 앞 뒷면에 분사하기

- 다음날 가보면, 애벌레(청벌레)가 하얗게 죽어있다. 고삼이라는 한약재가 쓴 맛이어서 빨아먹고 죽은 듯하다.

- '고삼'은 큰 봉지 하나에 1만 원 정도 한다. 3년은 쓸 분량이다. 고삼이 시중에 나오는 친환경 유명 농약의 주원료라고 한다.

- '님 오일'도 진딧물 농약의 주원료라고 한다. 비싸다. 그래서 진딧물 퇴치를 위해 고삼 달인 물에 달걀노른자를 넣을까 했다. 달걀 대신 더 간편하게 '마요네즈 1스푼'을 추가했다. 진딧물이 마요네즈의 기름 성분을 먹고 죽는다고 한다.



2. 달팽이 퇴치를 위한

커피 찌꺼기+베이킹 소다+왕겨


- 메가커피나 이디야 커피전문점 앞에는 항상 커피 찌꺼기가 버려져있다.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

- 말린 커피찌꺼기+왕겨+베이킹소다 섞어 배추 잎에 닿지 않게 주변 비닐 위에 살살살 ~ 뿌려주기.

- 배춧잎에 구멍을 내는 주범인 달팽이 몸에 커피찌꺼기와 베이킹소다가 붙으면...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왕겨는 직진으로 움직이는 걸 방해한다.

- 베이킹 소다는 매우 저렴하다.



3. 한랭사 씌우기


- 모종을 심고 바로 모종과 모종 사이에 물과 퇴비를 줄 구멍을 파고 한랭사를 씌운다.

- 꼭 필요한 때가 아니면, 모기장 같은 한랭사를 걷어내지 않는다.

- 물도, 천연 한약재도 한랭사 벗기지 않고 잘 분사된다.

- 배추가 결구가 되어 오므라들기 전까지는 물리적으로 벌레 접근을 최소화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가을 무
벌레 방지를 위한 한랭사
한랭사 속 가을배추
아직까지는 유기농 무
농업사에서 구입한 1만 원짜리 농업용 분무기
한랭사
아직까지는 유기농 배추
농업용 분무기
가을 상추와 치커리
가을 부추
가을 대파
가을 쪽파
가을 당근
가을 깻잎
콜라비
곰탕 3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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