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유기농 텃밭

by 자급자족

내가 텃밭을 좋아하는 이유는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매일 같은 일상 속에서 지내다가 텃밭에 가면, 작지만 새로운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채소는 수확과 동시에 거의 서울 시댁으로 보낸다. 그저 텃밭에서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며 배우는 것이 즐거울 뿐이다.


새벽 2시 30분, 4시, 5시, 푹 잤다고 생각하고 눈을 뜨면, 아직 아침이 오지 않았다. 설렘인지 지루함인지 빨리 아침이 오기를 바랐다. 드디어 6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달리기 vs 텃밭 노동, 어떤 일을 할지 2분 망설였다.


적기에 해야 할 일이 있는 텃밭에 가기로 했다. 6시 30분에 텃밭에 도착하니, 팔순 넘으신 왼쪽 텃밭 할아버님도 계시고, 50대의 오른쪽 텃밭 아저씨도 계신다. 극내향형이라 허공에 대고 아주 큰소리로 "안. 녕. 하. 세. 요~~~~~~~~~~~!"라고 인사했다.


왼쪽 텃밭 아저씨는 고구마를 캐시며, 오른쪽 텃밭 아저씨는 여주와 고추 수확 중에 잠깐 쳐다보신다. 겸연쩍어서, 왼쪽 텃밭의 배추를 보며 "와~~ 배추가 꽃처럼 예쁘게 자랐네요!"라고 혼잣말을 했다. 용기를 낸 것이다.


우리 집 텃밭 작물들은 모두 유기농법으로 키운 것이다. 농약을 어떻게 뿌리는지도 모른다. 어떤 농약을 사야 하는지, 왜 필요한지 몰라서 못하고 있다. 그래서 유기농이다.


올해 처음으로 배추와 무를 재배한다. 직장 건물 관리하시는 분이 배추를 심고 남았다며 주신 배추모종을 엉겁결에 키우는 중이다. 내 손으로 들어왔으니, 잘 키울 책임이 생겼다. 옆 텃밭의 배추와 무가 진딧물과 달팽이, 벼룩잎 벌레, 청벌레의 습격을 받은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내 평생에 배추와 무는 재배할 마음이 없었는데 텃밭 농사를 짓고 있다.


주위에서는 농약을 많이 뿌리시는데, 나는 아직 농약도 엄두가 안 난다. 그래서 3가지 유기농 방법을 연구해 봤다. 아직까지 농약 뿌린 것만큼 효과가 좋다.


1. 진딧물과 청벌레 퇴치를 위한 한약재 '고삼' 달인 물


- 한약재인 고삼 한주먹 1시간 우려내기, 마요네즈 1스푼, 소주 소주잔 1컵, 식초 소주잔 1컵, 막걸리 1컵

- 비 안 오는 날, 분무기로 잎면의 앞 뒷면에 분사하기

- 다음날 가보면, 애벌레가 하얗게 죽어있다. 고삼이라는 한약재가 쓴 맛이어서 빨아먹고 죽은 듯하다. sorry..

- '고삼'은 큰 봉지 하나에 1만 원 정도 한다. 3년은 쓸 분량이다. 고삼이 친환경 농약의 주원료라고 한다.

- '님 오일'은 진딧물 농약의 원료라고 한다. 비싸다. 그래서 진딧물 퇴치를 위해 달걀 노른자를 넣을까 했다. 달걀 대신 더 간편하게 '마요네즈 1스푼'을 추가했다. 진딧물은 마요네즈의 기름 성분을 먹고 죽는다고 한다. 역시 sorry..


2. 달팽이 퇴치를 위한 커피 찌꺼기와 베이킹 소다.


- 우리 집 근처 메가커피나 이디야 커피전문점 앞에는 항상 커피 찌꺼기가 버려져있다. '누구든 가져가세요'라고 메모가 붙여져 있는데,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 좋은 퇴비가 되는 거라 내가 가지고 왔다.

- 커피찌꺼기와 베이킹소다 3스푼 섞어 배추 잎에 닿지 않게 주변 비닐 위에 살살살 ~ 뿌려주기.

- 배춧잎에 구멍을 내놓는 주범인 달팽이가 지나가다가 커피찌꺼기와 베이킹소다가 몸에 붙으면...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sorry..

- 베이킹 소다는 한 봉지에 1000원 정도 한다.


3. 한랭사 씌우기


- 모종을 심고 바로 모종과 모종 사이에 물과 퇴비를 줄 구멍을 하나 파고, 바로 한랭사를 씌웠다.

- 꼭 필요한 때가 아니면, 모기장 같은 한랭사를 걷어내지 않는다.

- 배추가 결구가 되어 오므라들기 전까지는 물리적으로 벌레 접근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언제 벌레들의 습격을 받아, 내손으로 농약을 사러 갈지 모른다. 아직은 농약이 필요치 않아 관리하고 관찰 중이다. 주변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농약이 남았다며 "뿌려줄까?"라고 유혹한다. 그것만 잘 거절하면 된다. 나중에는 "농약 좀 제발 뿌려주세요"라고 절규하게 될지도.


아침에, 마음 가는 대로 손 가는 대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옆 텃밭 아저씨가 고구마를 캐시며 쥐인 지 굼벵이인지 고구마를 파먹었다고 하셨다.


나도 호기심에 고구마 한뿌리를 캐보았다. 한뿌리에 5개 정도 나왔다. 감자처럼 주렁주렁 달릴 줄 알았는데, 실망이었다. 옆 텃밭 아저씨는 한구덩이에서 고구마 4~5개 정도 수확하면 풍작인 거라고 알려주셨다.


일주일 전에 고추나무 주변 비닐을 걷어내고 퇴비를 뿌린 후, 줄기상추와 시금치 씨앗을 파종해 뒀다. 그리고 무와 쪽파의 발아가 안된 빈 구덩이에도 시금치 씨앗을 파종했다. 온도와 습도가 맞았는지, 오늘 예쁘게 싹이 나왔다. 세상에 나오게 했으니, 잘 기를 책임이 있다.


9월 14일, 가을 초입, 텃밭에서 수확가능한 작물로 가지, 꽈리고추, 아삭이고추, 청양고추, 일반고추, 깻잎, 치커리, 상추가 있다. 그리고 곧 수확을 기다리는 채소는 대파, 부추, 땅콩, 고구마가 있다. 모종이나 씨앗상태에서 잘 생착하여 자라고 있는 작물은 시금치, 줄기상추(궁채), 당근, 콜라비, 쪽파, 오이가 있다.


앞으로 고구마와 땅콩을 캔 자리에 달랑무와 유채 씨앗을 파종하고 상추를 더 심을 예정이다.


고구마는 2주 후, 땅콩은 4주 후, 수확하는 대로 서울 시어머니께 가져다 드릴 예정이다. 중 1 딸이 고구마 일부는 집에 남기면 안 되냐고 부탁한다. 편의점에서 고구마 말랭이 한 봉지에 4,500원이 넘어 부담스럽다며, 만들어 달란다. 딸을 위한 고구마 말랭이는 매우 부드럽게 말려야 할 건데, 또 연구거리가 생겼다.


어머니는 시골분이신데 서울 거주 중이시다. 엊그제 남편 편에 삭힌 고추, 부각, 들기름, 고구마순, 말린 빨간 고추, 풋고추, 가지, 깻잎, 부추 등을 가져다 드렸다. 채소 다듬으며 직접 요리해 드시는 즐거움을 맛보셨으면 한다.


<아침 노동 작업 순서>


1. 무와 배추의 벌레 갉아먹은 곳은 없는지, 달팽이의 습격은 없는지 유심히 살피기.

2. 무의 몸체는 무겁고 뿌리는 약해서 흔들거리기에 흙을 긁어모아 북주기

3. 무와 배추 사이의 구덩이에 퇴비 넣어주기

4. 고구마 순 여린 것 채취하기

5. 일주일 전에 씨 뿌려둔 줄기상추와 시금치 발아 여부 확인하기

6. 고구마 한뿌리 캐보기

7. 옆 텃밭 아저씨께 고구마를 수화하고 난 자리에는 어떻게 밭을 만들 예정이시며, 얼마의 휴경을 하시고 다음 작물을 심으실 것인지, 그리고 어떤 작물을 심으실 건지, 자연스럽게 여쭤보며 학습하기

8. 옆 텃밭 아저씨게 고구마순은 어떻게 요리를 해 드시는지 여쭤보기


가을무


가을배추
콜라비
쪽파
치커리
당근
가을상추
깻잎
줄기상추 새싹
시금치 새싹
땅콩
무씨앗 발아가 안된 구멍에 시금치 씨앗 발아 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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