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들이 10배 갈 주식 종목에 대해 자주 얘기한다. 자식대에서 대박이 날 것 같다고 코인을 사모으는 동료도 있다. 동료들 입에서 주식과 코인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니, 슬슬 고점인가 싶다.
매우 가까운 미래에 5배 갈 종목은 잘 안다. 텃밭에 많다. 가지, 땅콩, 고추는 10 배 이상, 부추는 평생 배당주, 쪽파는 5배 갈 종목이다. 물론 농약과 비료 지식이 없는 나는 쪽파를 3배 종목으로밖에 키우지 못했다. 쪽파가 아니라 실파모종이었다고 우겨본다.
며칠 문서에 파묻혀 지내다 이메일 전송버튼 클릭과 함께 짧은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다음 작업을 바로 이어서 해야 하지만, 사람인지라 조금 쉬어야겠다. 미뤄둔 청소, 빨래를 하고 텃밭에 갔다. 목적은 배춧잎을 활짝 벌려 청벌레를 잡기 위함이다.
어둑어둑해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청벌레와 달팽이 한 마리씩 잡고 집에서 만든 고삼 추출물을 뿌려주고 한랭사를 덮었다.
예정에 없던 쪽파 수확을 하기로 했다. 이미 칠흑처럼 어두워져 버렸기에 대충 쪽파 심어놓은 구역에 손을 뻗어 쪽파를 잡아당긴다. 쪽파가 맞겠거니 하고 마구 뽑아 담았다.
집에 와서 보니 많다. 다듬을 생각에 괜한 짓을 했나 싶다. 다시 문서 속에 파묻히기 전에 좀 힐링하려던 거였다. 그래도 자리 잡고 앉아 작업 중인 문서 편집 계획에 대해 상상하며 파를 다듬어본다. 문득 남편, 중학생 아이들과 다듬으면 작업 속도가 빠르겠단 생각을 했지만, 그들의 자유를 뺏는 것 같아 초스피드로 다듬기 작업을 했다.
1차 파 다듬기를 완료하고 남편에게 미처 발견하지 못한 티끌이 있는지 보고 검토해 달라고 부탁했다. 급 후회했다. 하나하나씩 파를 어루만지며 티끌 하나 용서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파를 다시 다듬기 시작한다. 3시간 안에 끝날 것 같지 않다.
결국 남편 앞에 나도 쪼그리고 앉아 티끌이 있는지 살폈다. 대충 한 움큼씩 잡고 티끌 검사한 후 놓았더니, 남편이 내 작업물을 다시 보며 티끌을 찾는다. 다음부터 파는 반드시 혼자 다듬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재차 검열을 당했다. ISTJ가 ESTJ에게 졌다.
파김치를 담으려는데 방법이 떠오를 리 없다. 브런치 글목록에서 파김치 기록을 찾는다.
<파김치 재료> : 양파 한 개, 마늘 두 스푼, 생강 한 스푼, 설탕 두 스푼, 밥 두 스푼, 까나리 액젓 한 컵, 고춧가루 두 컵, 새우젓 두 스푼, 깨
<방법> :
1. 마늘청과 생강청은 얼마 전 만들어뒀기에 한 스푼씩 사용하고 레시피의 기존 설탕 두 스푼에서 한 스푼으로 변경해 본다. 이미 마늘청 청강청에 설탕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남해 멸치 진젓 두 스푼도 추가했다..
2. 핸드믹서로 밥 2스푼, 까나리 액젓 1컵, 새우젓 2스푼, 양파 1개를 갈고, 고춧가루 등 나머지 양념을 버무려 숙성시켜 놓는다.
3. 파는 깨끗하게 다듬어 소쿠리에 물기를 제거해 두고, 양념도 숙성시키기 위해 잤다.
4. 다음날 잠에서 깨서 파의 밑부분을 버무려 통에 넣으면 끝난다.
너무 가까이 심어진 배추를 뽑았는데 대충 썰어 파김치통 구석에 넣었다.
5. 원래 파뿌리 부분을 액젓 반컵으로 절여서 담지만, 실파 수준이라 바로 담았다.
중간 사이즈 스탠 대야 2개와 유리 밀폐 김치통 3개를 당근에서 구매해서 잘 사용하고 있다. 새 상품을 고이 모셔두다가 사용 못 하고 파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덕분에 꼭 필요한 물건을 저렴히 구입하여 김치 담을 때마다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 평생 쓸듯 하다.
다음에 쪽파를 심을 때는 더 비옥한 땅의 상태를 만든 후 심어야겠다. 뿌리 활착이 된 다음에는 칼슘제가 포함된 비료를 사서 적기에 시비를 해야겠다.
다시 문서에 짱 박힐 예정인지라 텃밭에는 2주 후에나 가겠다. 이미 머릿속에서는 토양살충제와 석회고토, 유박비료를 뿌려 토양을 만든다. 비닐멀칭을 하고 양파, 마늘을 심는 상상을 한다. 이미 홍산마늘 종자는 잘 준비해 뒀다. 10월 중순쯤 여유가 생긴다면 하루 날 잡아 비옥한 땅을 만드는 작업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