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못 짓겠소! 졸음에 횡설수설
오늘은 직장에 연가를 냈다. 워커홀릭이라 특별한 일이 있지 않으면 연가를 쓰지 않는다. 오늘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생각보다 일이 오전에 끝나버려서 다시 직장에 출근해서 일할까 싶었다. 출근하려는 마음을 꾹 눌러 담고 집에서 가지볶음을 만들어 점심식사를 해본다.
오전에 박사논문 심사를 받고 왔다. 계단에 홀로 앉아 내가 왜 여기 앉아서 불안을 감내해야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직장 다니며 공부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마지막 관문 앞에 섰다. "이 분야 최고 전문가는 나다!'란 생각이 스쳤다. 심사, 까짓 거 견디다 나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심사장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분위기가 좋다. 절대 속지 않는다. 다섯 분의 수정사항 코멘트를 듣고, 메모해서 나왔다.
내 논문의 주제는 현장에서 쓰일 '어떤 모형'을 만드는 것이다. 다섯 분의 공통 주문은 국제적으로 발표 가능 퀄리티로 준비하라신다.(내 연구는 씨앗일 뿐이고 내 뒷사람이 알아서 하겠거니 싶은데..)
최종 심사까지 약 한 달이 남았다. 교수님들이 주문한 "국제적인 모형"에만 몰입해 볼 생각이다. 그전에 오늘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홍산마늘과 양파심기 전에 토양 만들기.
장롱 깊숙이 정장을 집어넣고, 집에서 가장 편한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종묘사에 들러 큰소리로 외칠 것이다. "아저씨! 저는 마늘이랑 양파를 태어나서 처음 심어봅니다. 오늘 토양 만들기를 하려는데 뭐부터 해야 합니까? 그리고 어떤 퇴비, 어떤 토양 강화제를 넣어야 합니까?" 동네방네 다 들리도록 큰소리로 말할 참이다. 지나가는 누구라도 조언 주실 수 있게.
점심식사를 위해 가지볶음을 하는데 마늘청, 고추청, 생강청을 미리 만들어 사용하니 편하다. 그냥 다 넣고 볶으면 천상의 맛. 레시피고 뭐고 없다. 그냥 볶으면 끝.
유튜브에서 검색어로 "생강청, 마늘청, 고추청"등을 넣으면 만드는 방법이 많이 나온다. 마늘은 편으로 썰어 설탕을 섞어놓으니, 자체 물이 생긴다. 믹서기에 갈 때 따로 생수를 추가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하면 상하지 않고 오랫동안 요리에 활용 가능하고 간 마늘을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생강청, 고추청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었다. 편으로 썬 생강을 설탕에 재워 냉장고에 뒀더니 자체의 물이 마늘보다 더 많이 생긴다. 신기하다. 믹서기에 갈아 유리병 용기에 담고 입구를 설탕으로 덮었다.
요리똥손인데 전문가들의 팁은 다 따라 해 본다. 가수 김재중 어머님께서 대박식당을 운영하며 발견한 무생채 비법, '대파청'도 만들어놨다. 흑설탕을 추가 배합했더니 색깔이 별로다. 이번 가을 무생채는 대파청으로 버무려보는 걸로. 똑같은 일상에 이런 작은 실험들이 낙이다.
마늘밭, 양파밭은 땅을 깊게 파야한다는데 "모형"에 대해 생각하며 노동이나 해야겠다.
쓰고 보니, 낮에도 횡설수설이구나. 좀 자다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