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by 자급자족

어젯밤 애들을 데리고 시댁에 간 남편이 아침 9시에 귀가했다. 중3 아들의 학원 스케줄이 있고, 중1 딸의 기말 시험준비를 위해서다. 그냥 저녁에 갔다 다음날 아침에 돌아온 거다.


시어머님은 어젯밤 전화하셔서는 "혼자 있어도 밥 잘 챙겨 먹으라"고 당부하신다. 토요일이라 스터디카페에서 보고서 작업 중이었다. 어머님 전화를 받고서야 온 가족이 시댁에 모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김장날 가지 못한 며느리임에도 그 저녁 한 끼를 잘 챙겨 먹으라고 전화하신 거다. 앞으로는 혼자여도 좀 덜 잘 먹어야겠다.


아침에 남편이 가져온 김장김치를 꺼내서 한입 먹었다. 어머님께서 수육과 김치 소(양념)도 많이 싸서 보내주셨다. "지금은 배추김치가 안 익어서 맛없으니, 나중에 익으면 먹는 게 어때?"라고 남편이 한마디 한다.


"이건 엄마 있는 사람만 이맘때 먹을 수 있는 김장양념과 절인 배추야" 했다.


아무 말 않고 지나간다. 대학 1학년때 돌아가신 엄마 대신 시어머니의 김치를 마구 집어넣어 본다.


김장독립을 하고 싶지만, 여든 넘으신 어머님의 마지막 진두지휘권을 빼앗고 싶지 않다. 전화드릴 때마다 어머님의 김치를 다 배우고 싶다고 말씀드린다. 그럴 때마다 "나 죽기 전에 빨리 와서 배워라"라고 하신다. 그러면..."저 그럼 김치 안 배울래요." 한다.


내년 김장부터는 팔 걷어붙이고, 도우며 배울 예정이다. 시어머님의 음식솜씨를 복사하고 싶다.


남편이 어머님의 당부말씀을 전한다. 내년 텃밭에는 김장김치 재료를 심을 것. 무 많이, 배추 조금, 대파 많이, 생강, 청갓, 홍갓, 쪽파, 마늘. 벌써부터 다짐해 본다. 최고로 정성 들여 김장김치 재료 작물들을 길러보겠다고. 벌써 내년 미션이 떨어졌다.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