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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급자족 Dec 19. 2024

엄마에게 사기 친 중딩 아들(놈)


밤 10시가 되어 잠이 들 시간이었다. 아들은 그때부터 학원 수학숙제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일단 자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숙제하라고 했다. 아들은 죽어도 숙제를 하고 자야 한다고 했다. 성장주사도 맞고 있는지라 결국 불을 다 껐다.


자정을 넘겨 아들방에 들어가 보니, 이불속에서 빛이 새어 나온다. 뭐 하냐고 물어보니 거의 수학숙제가 끝났단다. 학원선생님께 숙제한 부분을 진 찍어 톡 보내기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주말 보충 등 여러 제약이 따른다고 했다.


수학 문제집을 보자고 했더니, 평소와 달리 기겁한다. 일단 자라고 하고 새벽에 문제집을 훑어보았다. 풀이과정이 없는 걸 보니 일부 안지를 베꼈다. 불을 끈 내 잘못도 있지만, 방과 후 게임 한 아들 잘못도 있다.


속수무책으로 버라이어티 하다.


학원 톡방다른 친구 답안을 확대해 보여주며 이 아이는 많이 틀렸다고했다. 아들은 베꼈기 틀린 걸 확인방법이 없. 아들은 부모를 안심시키기 위해 학원 숙제 톡 캡처사진도  단톡방에 내놨다. 희미하다.


어제 낮 2시 30분부터 8시까지 수학숙제 할 시간이 있었다. 누워 놀다가 닌텐도 게임을 했다. 겨우 한문 학습지 한쪽 쓰기를 했다.


새벽에 학원선생님께 보낸 카톡을 확인하기 위해 아들의 아이폰을 열었다. 1년에 한두 번 일 있을 때만 아들의 핸드폰을 연다. 그런데 모르는 비번이 걸려 있다. 삼성폰이 아닌 아이폰을 주장할 때 비번은 생일 번호로 공통화시키기로 약속하고 구입했다. 비번을 바꿨다.


핸드폰 비번을 생일로 공용화시키기로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아이들과 평소 친구처럼 지내며 모든 대화를 한다. 그런데 아들이 중학교 1학년이었을 때 잠깐 이사준비로 바쁜 기간이 있었다. 통신사에서 아들의 핸드폰 1달간 정다는 통보를 받았다. 스포츠 토토 도박문자 보내기 알바를 했다는 이유였다. 불특정 다수에게 아이의 핸드폰으로 1000건 문자 보내기를 달성하면 몇 건마다 돈을 입금해 준다는 거였다. 트위터에서 마지막 남은 귀한 알바 자리라 홍보를 단다.


아들은 부모가 바쁘던 시기 토토 문자 알바를 무료봉사로 이틀 했다. 핸드폰 문자를 들여다보며 싱글벙글할 때가 있었다. 아이러니한 건 아이의 통장에 그동안 모아준 세뱃돈이 두둑했으며, 언제든 쓸 수  있는 체크카드 가지고 있었다. 트위터 홍보글을 보고 호기심이 들어 생애 첫 알바를 했단다.


시골 읍면지역에서 거주하며 세상에 대해 알려주지 않고 키웠거나, 태어날 때부터 악하게 태어난 존재인데 나만 인큐베이터 안의 순수덩어리로 알고 있었나 했다.


문자 알바건으로 경찰의  조사연락이 올 줄 알고 기다렸다. 검색을 해보니 새로운 사회문제였고, 청소년에게 손을 내미는 수법이라고 적혀 있었다. 경찰조사 없이 휴대폰 한 달 정지로 끝난단다. 왜 경찰조사가 없는 건지 모르겠다.


나보다 더 놀란 사람은 남편이다. 남편은 고등학교에서 학생부장 7년을 했고, 교육청 학교폭력 담당  장학사를 6년 했다. 자칭 타칭 전문가라고 강의도 다녔다. 소년에게 일어날 수 있는 범죄조사는 다 경험했다. 경찰보다 더 경찰 같았다.


그런 남편이 퇴근하고 손을 벌벌 떨며 아들방에서 1:1 상담을 했다. 흡사 학폭 업무 상담의 모습과 다름없었다. 일이 터지고 나서 남편이 공문서함에서 인터넷 토토 도박 문자 알바 관련 긴급 교육자료들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동안은 남편이 일을 일로 보고 넘겼으나 그 이후 인터넷 도박 문자 관련 연수는 다 신청해서 다녔다. 프린트로 읽기 교육자료를 만들어 아이를 지도했다.


그런 사건이 있었기에 핸드폰 비번은 공용화시키기로 약속을 했던 참이다. 비번을 바꿨다. 아침이 되기만을 기다리며 남편에게 수학문제 베낀 건과 핸드폰 비번 바꾼 건에 대해 상의했다. 왠지 남자는 비밀이 있어야 해. 너도 누가 핸드폰 검열하면 기분 나쁘잖아 할 줄 알았다. 핸드폰 건은 부모와 약속이니 저녁에 지도하겠다고 한다.


문제집 베낀 건에 대해 "학원선생님께 사실대로 얘기하고 협조를 구할까?"라고 물었다. 남편 왈 아들의 '찌질함'을 굳이 학원선생님께 알릴 필요가 있냐고 한다. 이것도 오늘밤 잘 지도하겠단다. 남편은 언성을 높이는 일이 없으니 그냥 이번건은 남편에게 다 맡겨보려 한다. 성격 나쁜 나는 이번일에 신경을 끄기로 했다.


 매일 벌어지는 일에 중딩 엄마 처음이라 좌충우돌이다.



퇴근했더니, 아들놈이 예전부터 봐뒀던 청바지를 사달라고 링크를 보내왔다.

에휴.............옆에 있었으면 진짜.....

그 틈을 타 물어보니, 수학문제집을 베꼈다고 실토한다.

고등학교는 꼭 사립고등학교 기숙사에 넣어야겠다. 1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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