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급자족 Dec 21. 2024

따로따로 토요일 보내기

남편이 준비한 토요일 아침식사 메뉴는 유부초밥이다. 초등딸이 얼마 전부터 먹고 싶다고 한 음식이다. 마트에 있는 유부초밥 만들기 세트를 사서 레시피대로 섞고 장갑 끼고 만들었다. 남편만의 비법은 유부를 꾹 짜 남은 물 중 두 스푼 정도 밥 비빌 때 넣는단다. 그럼 밥이 더 촉촉하 맛있다고 한다.


남편.


남편에게 토요일인데 어떻게 보낼 생각이냐고 물었다. 꽂힌 지 오래된 정승제 수학을 들을 거란다. <정승제의 50일 수학> 인강이라는데 중 1부터 고 1 수학을 망라하여 재미있단다. 문과 출신 남편은 첫아이가 6학년이 되었을 때부터 인터넷으로 중등 수학과 과학 강의 듣기가 취미이다. 달력 뒷면에 수학문제를 풀기 시작하더니, 전용 수학노트를 항상 들고 다닌다. 시간만 남으면 수학문제를 푼다. 밤마다 방에서 아리따운 여성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쁜 과학 일타강사의 명쾌한 설명을 들으며 배시시 웃고 있다. 아무래도 40대에 갱년기가 찾아온 듯하다.



중학생 아들.


중학생 아들에게 무엇을 하며 보낼 거냐고 물어보니, 동묘에 친구들과 가고 싶으나 엄마가 허락 안 할 듯하단다. 맞다 허락 안 할 생각이다. 아들은 그냥 아빠 옆에서 수학숙제하며 하루종일 이불속에서 뒹굴뒹굴할 예정이란다. 우리 집에서 가장 행복한 인생을 산다.


초등 딸.


우리 집에서 가장 바쁜 딸은 이미 아침이 되자마자 밥 먹고 나갔다. 친구 4명과 도서관 드럼실을 대여해서 드럼을 친단다. 우리 동네 도서관 드럼실 1등 예약 고객은 딸이다.


나.


가족구성원이 뿔뿔이 바쁘니 스터디카페에 왔다.  수능이 끝나고 스터디카페에는 정적이 흐른다. 자격증 준비하는 성인들만 보인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책들도 다양하다. 회사, 세무사, 공인중개사, 교원 임용고시, 공무원 교재 등.



스터디카페를 200시간씩 끊어놓고 개인작업실처럼 사용한다. 대형 개인 사물함도 배정받아 90% 성능의 무소음 마우스와 키보드도 보관해 둔다. 스터디카페를 작업실로 이용한 지 5년이 넘었다.


 고속 프린터기, 복사기, 샌드위치 간식, 집에서 싸 온 점심 야채 도시락을 보관할 냉장고, 전자레인지, 커피, 옥상벤치. 이만한 아지트 없다.



스터디카페에서 개인공부를 하면 너무 좋겠지만 밀린 직장업무를 할 예정이다.


1) 기획안 2개 쓰기


월요일에 직장에서 회의할 기획안 초안 2개를 작성하고, 내일 최종 수정검토 작업을 할 예정이다.


2) 원고 읽기


어느 경제학자가 책을 출간하기 위해 초안을 작성했다는데 그것을 정독하고 읽으면서 한글 코멘트를 작성할 예정이다. 내 직무분야에 대해 썼기에 도움이 필요하단다.


3) 통계 검토하기


어느 공공기관에서 한 도시의 시민에게 설문조사를 한 것에 대해 검토요청이 들어왔다. 1월 보도자료를 내기 전에 읽으며 봐달라는데 그래프부터 새로 만들어 보도자료를 대필해야 하나 생각 중이다.


4) 생각 정리하기


그동안 정신없이 주중에 직장을 다녔기에 가방 정리와 폴더 정리를 하면서 개인공부 페이스 잡는 일을 하려고 한다. 다이어리를 꼼꼼하게 작성해서 나침반을 만들어야겠다.


오늘은 일찍 귀가해서 토요일 가족식사 할 수 있기를 바라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