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달 만에 첫 책을 썼다

by 전대표

안녕하십니까?? 출간작가 전준우입니다. 더운 여름에 건강 유의하십시요. ^^*


다름이 아니라, 출간될 제 책들의 서평단 모집을 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브런치에 적어두었는데, 혹 관심이 있으셔서 신청해주시면 무척 감사하겠습니다. 혹 인연이 되시면 추후 출간되는 서적들도 선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링크는 첨부해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https://brunch.co.kr/@brawn1911/159




한계란 좋은 것이다

내가 처음 다닌 회사는 무역회사였다. 당시 37살의 젊은 L부장님이 직속 상사였다. 토익점수가 만점에 가까웠던 부장님은 굉장히 일을 잘했고, 똑똑한 분이었다.

그 회사에는 L부장님만큼 대단한 분들이 많이 계셨다. C차장님은 서울의 명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셨는데, 부장님만큼 영어를 잘했다. K과장님은 나를 지극히 아껴주신 분이었는데 국내 최고 수준 공대를 졸업하고 석박사학위도 취득한 분이었다. 모두 일을 굉장히 잘했다. 하지만 회사는 6개월치 월급이 밀릴 정도로 어려워졌다.

L부장님의 책상 앞에는 작은 액자가 하나 있었다. 막내아들이라고 했다.

"아들사진만 보면 괜히 눈물이 나네.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

부장님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회사생활이 결코 쉽지 않음을 느꼈다. 부장님은 아침 7시 전에 출근했고, 밤 9시가 되어야 퇴근했다. 프로젝트가 있는 날에는 새벽까지 철야를 했고, 3일동안 밤을 샌 적도 있었다. 만점에 가까운 토익 점수, 뛰어난 회화능력, 무역회사 부장. 그럼에도 그는 18평 전세집에서 살고 있었다. 부장님의 모습은 내 미래의 모습이었다.

내가 근무하던 회사는 중소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제법 큰 회사였다. 그러나 추진하던 프로젝트가 실패하면서 경영난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입사했을 때는 이미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던 때였다. 휴가 기간에도 분위기는 심각했다. 휴가비는 커녕, 휴가가 취소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사장님은 '모두 휴가 가게! 나는 출근해서 일하겠네!'하고 이야기하셨다.

결국 그 해 여름 휴가는 없었다. 몇몇 직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휴가를 반납하고 모두 출근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였지만 휴가기간 내내 새벽 2, 3시까지 일을 했다고 들었다. 해외 여행이다 뭐다 전국이 떠들썩할 때, 부장님들은 김밥, 튀김, 오뎅을 먹으며 기울어진 회사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 나는 회사의 부속품일 뿐이고, 회사 역시 내 인생을 책임져줄 수 없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가족들에게 아빠의 빈자리를 안겨주는 부장, 회사가 기울어지면 가족도 기울어지는 그런 부장, 영어도 잘하고 일도 잘하지만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되는 부장, 나도 그런 아버지로 남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신입사원 10명 중 7명은 이직을 고민하고, 실제로 84%의 사람들은 이직을 준비한다고 한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2년 미만 경력직 1,8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3.6의 사람들이 ‘다른 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12년 공부해서 대학까지 졸업한 사람들은 왜 이리도 쉽게 이직이나 퇴사를 고민할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기 때문이리라.

회사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분명하게 나뉘어져 있었다. 조금만 노력하면 회사에 필요한 인재, 회사가 원하는 사람은 충분히 될 수 있었다. 반면에 내가 원하는 인생은 살지 못한다는 것도 분명했다. 회사는 어떤 것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대단히 풍족한 삶을 살겠다는 꿈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저 조금씩 나아지는 삶을 살고 싶을 뿐이었는데. 이후에 경험했던 그 어떤 회사들도 내게 비전이나 꿈을 이야기해주지 못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회사는 회사일 뿐이었다.

어디에 속해있던지 마음을 들여서 일하는 자세, 그 자체는 중요하다. 다만 내가 겪은 것과 같은 팍팍한 현실은 대부분 직장인이라면 겪는 문제들이다. 아무리 탄탄한 기업에 속해있다고 해도, 아무리 직장인의 마인드가 아니라 사장의 마인드로 일해도, 내가 사장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그저 일부분일 뿐이다.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다.

책을 출간해서 작가가 되는 것, 그런 미래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들 중에 하나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책을 쓰기에 앞서 강한 간절함을 느꼈다.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간절함,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다는 간절함,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 그 간절함이 두 달에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두 달에 한 권의 책을 쓰면 1년이면 6권의 책을 쓸 수 있고, 10년이면 60권의 책을 쓸 수 있다. 모든 원고가 좋을 리는 없고, 모든 원고가 계약으로 이어질 수도 없다. 그러나 절반만 책으로 출간된다고 해도, 10년 뒤면 30권의 책을 출간한 저자가 된다. 결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10년뒤에 아무것도 손에 남는 것 없이 권고사직을 당할 것인지, 30권이 넘는 책을 출간한 전문가가 되어 강의를 다니고 컨설팅을 할 것인지는 내가 선택할 문제다.


반드시 간절해야 한다

원고 하나를 쓰는 데 두 달밖에 걸리지 않은 사연은 이렇다. 나는 2013년에 결혼했다. 그때부터 ‘언젠가 내 책을 출간해야지.’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 책을 완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5년이었다. 간절함이 없으니 되는대로 쓴 것이었다. 언젠가 완성되겠지. 그때까지만 쓰자. 안되면 말고. 딱 여기까지였다. 그 이상의 간절함은 없었다. 그러다가 틈틈이 써오던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나니, 덜컥 계약이 되었다. 너무 긴장해서 '다음주까지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해버렸다. 분량으로 따지면 원고지 300장을 간당간당하던 중이었다. 대표님은 웃으시더니, 두 달 안에 원고를 완성해달라고 하셨다. 나같은 초보자를 잘 알고 있었다. 그때부터 초고를 쓰기 시작했는데, 원고지 1,300장 분량의 원고를 완성하는 데 한달 반이 걸렸다. 그리고 틈틈이 다른 원고를 함께 준비했는데, 그것도 역시 원고지 800자 분량이었다. 총 2,000장이 넘는 원고지 분량의 초고를 한 달 보름 사이에 쓴 셈이다. 퇴고하는 데 보름이 걸렸다. 무슨 대단한 재주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저 첫 원고다 보니 마감만큼은 어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미친 듯이 써내려간 것 뿐이었다. 원고마감일은 다가오는데 글은 안써지고, 줄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모니터 앞에 죽치고 앉아있는 모습이 티비에서 본 작가의 모습이었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다 보니 두 달 만에 첫 원고를 썼다. 신기한 것은, 첫 책이 계약되고 나니 자연스럽게 두 번째, 세 번째, 네번째 책도 쓰게 되었다. 초고를 쓰는 속도는 더 빨라져서 지금은 20권에 달하는 책의 제목과 목차까지 정리해둔 상태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간다. 일반적인 논리이긴 하지만, 글을 잘 쓴다는 것 자체가 생각이 단순하고, 정리되어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음이 얕고 성격이 급한 사람은 글과 말이 정리되지 않는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지적으로 풍요로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잘 쓴 글을 책으로 출간하는 것은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효과적인 신뢰쌓기라고 할 수 있다.

글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인터넷에 올라온 댓글 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특정인에게 남긴 부정적인 댓글이 굉장한 파급력을 가진 무기가 되기도 한다. 글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 많은 글을 써보면 어떤 글이 영향력이 있는 글인지 셈할 수 있는 눈도 생긴다.

언젠가 알고 지내는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도 책을 좀 써보고 싶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한번씩 연락드려서 책쓰기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도움을 청하는데 거절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나는 흔쾌히 응했고, 그가 한 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가 될 때까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연락을 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했다.

"목차 쓰는 게 생각보다 어렵네요. 목차만 생각하다가 너무 진도가 안나가서, 지금은 그냥 생각나는대로 이것저것 써보고 있어요."

"그래? 그럼 조용할 때 써둔 것 보내줘. 내가 한 번 읽어볼게."

그 뒤로 그에게서는 지금까지 연락이 없다.

누구나 바쁘게 살아간다. 때로 우리는 중요한 것에 마음이 집중된 나머지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고 산다. 괜찮다. 일에는 우선순위라는 게 있고, 세상의 탁월한 사람들은 모두 우선순위 중심으로 마음과 생각을 정리하니까. 하지만 그가 언제 책을 출간할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나 역시도 '목차가 나오지 않으면 책을 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목차 없이 생각나는대로 글을 적고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안다. 당분간은 책 출간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간절함은 한계에 도전할 수 있는 마음을 만들어주는 기회다. 결코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이나 피할 길 없는 상황을 만나게 되면 누구나 간절한 마음이 생긴다. 아무도 의자에 멍하니 앉아서 책을 쓰지 않는다. 필력은 이마에 피가 맺히는 노력을 통해서만 성장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 노력은 간절함이라는 힘을 통해서만 빛을 발한다.


다작의 힘은 위대하다

간절함을 동반한 또다른 비결은 다작이다. 많이 써봐야 된다. 꾸준히 운동을 해온 사람의 근육과 민첩함이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발달되듯이, 깊은 사유를 통해 얻은 결과물들을 끊임없이 머리 밖으로 배출해내는 과정을 겪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글을 잘 쓰는 게 당연하다.

처음 책을 쓰기로 결심한 사람이 두 달 만에 한 권의 책을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고말고! 어떻게 한 번도 뛰어보지 않은 사람이 42.195km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겠는가? 마라톤은 육체적 한계라는 함정을 갖고 있다. 뛰다가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반드시 꾸준한 연습과 페이스를 조절한 훈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꾸준한 연습과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오점이 있다. 책쓰기를 마라톤에 비유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좀 다르다. 책을 쓰는 것은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설계도를 그리듯이 알맞게 목차를 구성하고, 하나하나 정리해가며 글의 완성도를 높여나가야 한다. 마라톤과 같은 원리다. 하지만 72시간 밤세워가며 글을 쓰지 않는 이상 책 쓰다 죽을 일은 없다. 마라톤처럼 한계에 도달하는 육체적 제약은 받지 않기 때문이다. 꾸준히 쓰면 된다.

문재(文才, Literary talent)가 문제라는 사람이 있다. 재능의 문제라는 거다. 그렇지 않다. 노력의 문제다. 꾸준한 글쓰기로 몇 권의 책을 출간하다 보면 이후에 '나는 이러이러한 재능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타고난 감각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정리한 뒤 책으로 쓰는 것은 재능과 별로 상관 없다. 관심의 문제일 뿐, 재능의 문제는 아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문필가도 1만시간의 법칙을 따르는 법이다. 말콤 글래드웰에 의해 널리 알려진 법칙이긴 하지만, 자연의 법칙과도 같다. 다작하기 위해서는 생활 속 작은 시간들도 사유와 기록의 시간으로 채울 필요가 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명제의 타당성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훨씬 나중이라는 점이다. 논리적 구성, 맥락의 일치와 같은 부분은 한 권의 책으로 묶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경험과 정보들을 모아 어느 정도 다듬고 난 뒤의 일이다. 처음부터 올바른 책을 쓰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 그리고 골격을 짜기 위한 선명한 기준만 있으면 탁월한 책 쓰기의 첫 발을 내딛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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