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게서 나올 수 있는 지혜와 정보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책을 쓰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이 필요하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자료를 검색하고, 적절한 인용자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어떤 책을 쓰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문성을 띠고 있는 책을 쓸 때는 더욱 그러하다. 방대한 정보, 타당성을 갖춘 의견의 조합, 그에 따른 연구결과, 주관적이면서 충분히 납득할 만한 작가의 의견도 필요하다. 책쓰기는 어려운 일이다. 탁월함을 뛰어넘어 신선한 관점과 문장력을 가진 신인작가들의 글을 표절하는 사람들은 많다.
지난 2008년 ‘혀 VS 혀’ 논란이 일었다. 제목은 물론이고 ‘맛 보는, 거짓말 하는, 사랑하는 혀’ 라는 모티브와 ‘혀를 요리해서 먹는 결말’이 같은 두 소설이 나온 것. 문제를 제기한 이는 신인작가 ㅇㅇㅇ씨였다. 그는 자신이 ㅇㅇ일보 ㅇㅇ문예에 응모한 작품이, ㅇㅇㅇ씨의 소설로 출간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ㅇㅇㅇ씨는 예심 심사위원이었다. 이에 대해 ㅇ씨는 “그런 작품을 읽어본 기억은 없다”고 말했고 출판사인 ㅇㅇㅇㅇ는 침묵했다.
하지만 신인작가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ㅇㅇㅇㅇ에 “저는 ‘영혼’을 도둑 맞았습니다”라는 글을 기고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소설가 ㅇㅇㅇ씨와 당시 ㅇㅇ문학사 대표였던 김ㅇㅇ씨 등이 문학계의 자성을 요구하고 나섰고 홍ㅇㅇ ㅇㅇ 기획위원은 “더 놀라운 것은 주류 신문과 문단의 무반응”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일은 유야무야 마무리 됐다. 이후 ㅇ씨는 ㅇㅇ문학상을 수상했고 ㅇ씨는 미국으로 떠났다.
인용은 출처를 명확히 밝히고 사용하는 경우다. 어느 글에서 인용한 것인가, 작가는 누구이며, 어느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인가를 명확히 기재하는 것이다. 내 지혜가 부족하면 다른 사람의 지혜를 빌려서 쓰는 것이다. 인용하는 자료의 출처를 쓰고, 작가와 출판사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면 인용하는 데 별다른 지장은 없다.
표절은 다르다. 나도 모르게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첫 책을 출간할 때 어느 시집 내용 일부분을 기재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이렇게 뛰어난 시를 쓸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하는 내용을 적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기재하신 시 내용 일부를 삭제했습니다. 표절 우려가 있습니다."
뒷부분에 출처를 밝혔음에도, 표절의 우려가 있었다. 첫 책이다 보니 그런 문제가 있는 줄 전혀 몰랐다. 이후에 글을 쓸 때마다 무척 조심스러워졌다. 알게 모르게 어기는 법률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저작권 침해와 같은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어떤 이유에서든 표절은 옳지 않다. 글 쓰는 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사람들 중에도 꾸준히 책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글을 쓰면 되지 않은가? 그런데 부족함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표절을 한다. 잘난 맛에 사는 것이다. 알량하고 가벼운 자존심을 버리기 싫어서 아등바등 하는 식이다.
표절을 피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어떤 것이든 좋다. 진심을 담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1. 직접 물어본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종종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을 때가 있다. 필력이 무척 우수한 사람들의 글을 볼 때마다, 깊은 존경심을 느꼈다. 그 중 <초격차 독서법>에서도 인용했던 글을 잠시 옮겨본다. '서해'라는 이름의 아이디를 쓰는 이용자의 글이었다.
책을 손에 넣는 건 책과 운명적으로 만나는 행위다. 여기서 운명적이란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의미한다. 그런데 전자책과는 이런 우연한 만남이 일어나기 어렵다. 전자책은 '어떤 책을 읽겠다'라고 미리 내린 결정에 따라 구입한다. 내 생각에 책은 그런 식으로 사고 파는 물건이 아니다. 책은 읽을 필요에 따라 구입한다기보다 '부름에 끌려' 만나는 물건이다. 사람들은 무엇을 찾고 있는지 모르는 채 읽어야 할 책 주변을 서성거린다. 그러다가 책과 운명적으로 만나는 순간 '맞아. 이 책을 읽고 싶었어.'하고 깨닫는 것이 아닐까. 서로 읽어달라고 아우성치는 책더미 속에서 내게로 오는 눈빛 하나. 나는 한 번도 그 눈길을 피한 적이 없었다.
셰익스피어 서점 1측으로 내려왔다. 한 쪽 구석에 메모와 편지가 잔뜩 붙어 있었다. 나도 그곳에 앉아 노란색 포스트잇에 "책 고르는 안목이 훌륭하군요."라고 인쇄체로 꾹꾹 눌러썼다. 그렇게 쓴 포스트잇 쪽지를 옆에 놓인 책 중간에 끼워 넣었다. 언젠가 이 책을 읽을 누군가에게 예기치 않은 미소를 선사할 생각에서였다. 우연찮게도 책은 헤밍웨이가 쓴 'A moveable Feast'였다. 원 뜻은 '날마다 날짜가 바뀌는 축제'정도다. 서울에선 <파리는 날마다 축제>라고 번역되었다.
-<셰익스피어와 퓌프가 싸우면>, 브런치이용자 '서해'
무척 와닿는 내용이었다. 좋은 책을 만났을 때 느끼는 그 따뜻한 감정, 내 인생에 운명처럼 다가온 책. 그 찰나의 순간을 무척 아름다운 표현으로 기록했다. 독서법에 관련된 책을 쓰고 있었기에, 무척 끌리는 내용이었다. 염치불구하고 글을 올린 분에게 댓글을 남겼다.
"안녕하세요^^ 출간작가 전준우입니다. 두 번째 책을 쓰는데 작가님 글의 내용이 좋아서, 내용 일부와 아이디를 기재해도 될런지 여쭙고저 댓글 올립니다. 허락해주신다면 출간되는 즉시 한 부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혹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하고, 댓글을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참 뒤, 그에게서 답변이 돌아왔다.
"존재하는 사실이니 제 소유일 리가 있나요. 필요하시다면 얼마든지 쓰세요. 감사합니다."
필력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무척 기분좋은 일이다. 표절시비가 두려우면 물어보면 된다. 안된다고 하면 안쓰면 될 것 아닌가. 서로에 대한 예우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2. 참고한 뒤 출처를 밝힌다.
의견을 뒷받침해줄 자료가 필요할 때가 있다. 한 사람의 주관적인 의견은 힘이 없어도, 다수의 공통된 의견은 같은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내 주장을 뒷받침해줄 의견으로 사용함에 있어서 출처를 밝힌 뒤 사용하면 큰 문제는 없다. 인용문이 여기에 해당한다. 단, 무절제한 참고는 좋지 않다.
3. 표절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글을 쓴다.
표절이라고 할 수 없는 말들이 있다. 이런 말들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내려오는 말들이기 때문에 출처도 없고, 남용한다고 해서 트집 잡을 사람도 없다.
첫번째로 속담이다. 속담은 쉽게 쓸 수 있으면서도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출처가 정확하지 않지만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표현으로 이루어진 말이다. 표절의 시비를 찾아볼 수 없다.
ㄱ.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다.
ㄴ. 백문이 불여일견.
ㄷ.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 구전동화
구전동화도 마찬가지다. 전설에 의거한 구전동화는 원작자가 불확실하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재창조되었기 때문에 이렇다 할 표절시비가 없다. <토끼와 거북이>, <젊어지는 샘물>과 같은 구전동화는 담백하고 좋은 글이면서 다양한 생각거리를 줄 수 있다.
- 출처가 없는 글.
직접 만든 속담이나 문장은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글을 쓰다 보면 사전에 없는 새로운 단어를 재창조할 때가 있다. 언어적 능력이라기보다는 갑자기 튀어나오는 말실수에 가깝지만, 의외로 좋은 기회가 되는 경우가 있다.
책없는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간다.
밥값내고 커피 마신다.
집 살 돈으로 휴대폰 산다.
된장국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소금국이다.
4. 경험과 깨달음에서 적절한 명언을 조화해서 쓴다.
살다 보면 많은 경험을 하기 마련이다. 그럴 때 그런 경험을 통해 얻은 마음의 변화를 명언과 조화해서 쓸 수 있다. '나는 프랑스에 가 본 적이 없다. 나폴레옹은 이름만 안다. 그러나 불가능이란 단어를 기억에서 없애고 나니, 내게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탁월한 용기가 생겼다.' 이런 식으로.
5.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한다.
<유시민의 책쓰기>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표절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얼마나 물의를 일으키는 말인지는 모른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표절은 '저작권이 소멸된 타인의 저작물을 출처 표시를 하지 않고 이용하는 경우'라고 설명이 나와있다. 표절의 범위가 무척 모호해서 별다른 제재가 없다는 말도 얼핏 들은 적이 있다. 그렇긴 해도 "근래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멋진 표현 중 하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은 무척 멋진 일이다. 표절이 작가가 갖추어야 할 도덕적 소양과 윤리적 측면의 문제라는 점에서 봤을 때 표절시비는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일들 중 하나다. 솔직하게 인정하면 그만인데 그것 기 때문이다.
탁월한 글을 쓰는 사람은 둘 중에 하나다.
탁월한 마인드를 갖춘 사람.
탁월한 문장력을 갖춘 사람.
<햄릿>, <오셀로>, <맥베스>. 세익스피어의 작품이 표절인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한 시대가 아닌 모든 시대를 위한 작품' 이라고 불리우는 그의 모든 작품들이 하나같이 탁월하다는 점에서 표절의 의심을 품기엔 타당성과 개연성이 떨어진다. 그의 재능과 능력이 당대를 뛰어넘는 것이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세익스피어 뿐인가? 삼국지, 데미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탁월한 문장력을 갖춘 사람들이 바친 인고의 시간들은 역사를 거스르는 작품을 만들었다. 역사에 기록될 책을 쓰겠다고 마음을 정하자. 시대의 풍화에 사라져버릴 작품, 돈벌이를 위한 작품이 아닌 탁월함을 위한 글쓰기를 하자. 당신의 영혼이 지금보다 한층 풍요로워질 것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