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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대표 Jan 31. 2020

죽음과 삶, 인간, 그리고 생명보험

그는 트럭운전사였고, 조현병이 있었다. 늦은 나이에 얻은 3살짜리 아이를 차에 태우고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했다. 한참을 달리던 그의 차는 마주 오던 예비신부의 차와 정면충돌했다. 그 사고로 그와 그의 아들이 즉사했고, 예비신부도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운명을 달리했다. 결혼식을 불과 얼마 남기지 않은 20대의 젊고 아름다운 신부였다. 2019년 6월에 있었던 비극적인 교통사고로, 젊은 예비신부의 기구한 운명 앞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

그 이 일이 있고 난 이후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예비신부가 어린 시절, 이혼 후 재혼을 했던 친모가 찾아와서 친권의 자격을 앞세워 보험금을 타내려고 한다는 소식이었다.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10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청원 신청을 하였으며(99,557명. 2019. 10월 29일 기준)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 파렴치한 인간의 면목을 보여준 친모의 행태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점에서, 그들과 나는 어떤 것도 다를 바 없었다.

비극적인 사건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얼마 전 한의사 남편이 아내와 첫째, 둘째 아이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사업에 얽힌 채무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내와의 갈등이 있었다고 했다. 사람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세상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얼마나 큰 경제적인 어려움이 그들의 삶에 드리워져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한의사 부부였다. 그의 나이는 35살이었고 아내는 42살, 첫째는 5살, 막내는 1살이었다. 앞길이 창창하다 못해 눈부시게 푸르기까지 한 아름다운 젊음이었다. 죽음은 이처럼, 어느 한 순간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랴부랴 고향으로 내려갔고,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나오신 아버지를 병실에서 만났다. 링거를 꽂고 계신 아버지는 무척 수척해보였다.  


"심근경색이 왔던 모양이다. 새벽에 일어나셔서 숨이 안쉬어진다고 하셨는데, 빨리 병원에 갔기에 망정이지 큰일날 뻔 했다."


나중에 엄마에게서 들은 이야기였다. 환갑도 몇 년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편찮으시면 어떻하나, 손주도 아직 못 보셨는데, 하는 걱정이 앞섰다. 집에는 연로하신 할머니가 계셨다. 첫째 아들이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모르고 계셨다. 혹시나 충격이라도 받으실까봐 쉬쉬한 탓이었다. 아버지가 젊을 때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는데,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홀로 지내오신 할머니는 아버지가 입원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만약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병원으로 가는 길이 늦었더라면, 80세가 훌쩍 넘은 할머니와 지금도 마음에 한을 품고 사는 첫째 며느리가 어떻게 지낼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면서 내 마음에서도 죽음이 조금씩 생각이 될 때가 있었다.


첫째 아이를 갖고 난 뒤,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아내는 나의 그림자다.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친절하자.


똑같은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해도, 우리는 역사의 한 부분에서 존재한다는 점에서 각자 다른 역사들과 마주하게 된다. 동시대를 살고 있더라도 20대가 바라보는 세상과, 수많은 고난의 과정을 거친 80대가 바라보는 세상이 다른 것처럼.

똑같은 육체를 입은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마주하는 세계는 마음의 깊이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20대 때는 세상이 모두 아름다워보이는가 하면, 언제까지 신입사원으로 있으면서 지긋지긋한 술독에 빠져있어야 하는가 고민을 할 때다. 30대가 되면 세상의 무게가 무거워짐을 느끼면서 아버지의 어깨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만들어지고, 40대가 되면 어느덧 불룩한 배를 바라보며 한숨을 짓는 헙수룩한 가장이 된다. 그렇게 50대가 되고 60대가 되면 다 커서 어른이 된 아이들을 출가시키고 인생의 황혼을 맞이한다. 기력이 사라지고, 하나 둘 떠나가는 지인들이 생긴다. 같은 인간으로서의 육체를 가지고 있음에도, 서로 다른 환경과 여건 속에서 다양한 관점들을 갖고 산다. 어떤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 것인가, 하는 부분을 마음에서 정하지 않는다면 사는 대로 생각하는 인생을 살게 될 지도 모른다.

존경하는 은사님께서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나는 흙이다."


누가 침을 뱉어도, 돌을 던져도, 무시하고 깔보고 욕을 해도,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들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에게는 삶도 죽음도 동일했다. 무슨 일을 하던지 죽음을 불사하고 도전했다. 굴곡과 애환이 많은 인생이었겠지만, 일흔이 훌쩍 넘은 노신사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생은 놀라우리만치 다양한 경험과 풍요로움으로 촘촘하게 채워졌다. 그런 분의 인생에서 나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존경심과 함께 야릇한 경이로움까지 느끼곤 했다.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화려함 뒤에 감추어진 가면과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도 존재하는 법이다. 한극연극계의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인물 중 하나였던 어느 연극인은 무척 아름다운 말을 전하는 사람이었다. 삭막하고 어두운 시대를 향해 일갈하는 그의 모습에서 한줄기 빛을 보는 듯 했다. 그러나 그는 무척 교만했다. 그가 가진 내면의 세계는 그의 말을 따라주지 못했다. 차마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더럽고 추한 행위로 인해 그는 그동안 쌓아올린 업적의 궤를 송두리째 무너뜨려버렸다. 아직 연극계에서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화려한 외모, 탁월한 언변과 달리 내면이 추한 인간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비극적이면서도 당연한 결과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 다가올 문제들과 어려움들을 이겨낼 만한 마음의 그릇이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언젠가 고향에 갔을 때 일이다. 마트에 갔다가 중학교 시절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만났다. 뽀얀 얼굴은 수염으로 거뭇거뭇해졌고, 촐랑거리며 다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아버지의 중후함이 엿보였다. 그는 내게 종교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었고, 의지할 곳을 찾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조그만한 법인 하나 차려서 운영하고 있어. 나이가 조금씩 드니까 의지할 만한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 보험도 몇 개 들어놓고 있어."

푸르덴셜에 입사하고 난 뒤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머니는 내가 군대에서 제대하고 난 뒤 차근차근히 보험을 들어두셨다.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 보험료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생명보험의 가치를 알게 되면서 전에 없던 마음이 생겼다.
보험은 종교가 아니다. 보험은 의무가 아니다. 그럼에도 보험을 종교처럼, 가족에 대한 의무로 여기는 사람들이 사무실에는 많이 있다. 그들 중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있었고, 버젓이 좋은 직장에서 창창한 미래를 내다보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느즈막한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그 결실을 맺어가고 있었다.


"제가 중학생일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제 나이보다 어리셨던 어머니가 3남매를 키우셨죠. 애한이 많은 인생이죠. 저는 보험의 힘을 믿습니다. 위험한 순간에 우리 가족을 지켜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그 순간부터 어머님은 저한테 종교가 되었고, 보험도 역시 종교가 되었습니다."


푸르덴셜에 입사하기 전, 나는 보험의 가치에 대해서 한 번도 깊이있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주머니들이 몰려다니면서 아쉬운 소리나 하는 일이 보험이라고 생각했다. 비전과 가치는 아무에게나 보여지는 세계가 아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에게 나는 생명보험의 아름다움과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머니가 날 위해 준비해주신 보험은 지금 무척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가족은 언제든지 소중한 사람을 잃을 수 있다. 가장은 언제든지 불의의 사고를 만날 수 있다. 아름답게 늙어서 죽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어느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인생의 가치를 논하기에 앞서, 위험한 순간에 가족을 먼저 지킬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래서 보험의 힘을 믿는다. 가장 탁월한 선택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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