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혼 6년 차에 접어드는 '아재'다. 그중에서도 식당이나 옷가게에 아내랑 같이 들어가면 '여자 친구가 이쁘시네요.'라는 말을 주로 듣는 복 받은 아재다. 대안학교 교사로 근무할 때 아내의 별명은 '디즈니 공주'였는데, 얼굴이 작고 예쁜 아내를 학생들은 잘 따라주었고 '선생님 예뻐요, 예뻐요!"를 연발했다.
미혼남녀 대부분은 어느 수준 이상의 돈을 모으거나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안정을 느낄 때 결혼하는 것을 원한다. 그만큼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다. 이혼율도 높은데, 무엇보다 마음이 맞지 않아서 헤어지는 사람들이 많다. 주변을 돌아보면 돌싱들이 수두룩하다. 몇 년을 채 살아보지 못한 채 헤어지는 부부들이 많이 있어서 결혼을 망설이는 경우를 많이 본다. 경제적인 여건과 심적 여유를 찾지 못해서 결혼을 미루는 사람들도 많이 본다. 하지만 나는 결혼만큼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또한 행복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물론 어떤 배우자와 결혼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부분이다.
결혼은 기본적으로 행복한 일상의 연속이다.
아내와 나는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맞지 않는 부분들이 더 많다. 하루 걸러 하루 싸우는 편이다. 큰 소리를 치면서 싸운 적도 많고 며칠 동안 말을 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만큼 다르다. 인형처럼 예쁘게 생긴 아내는 외모와 달리 굉장히 활발하고 유쾌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잘 아는 지인은 아내를 처음 만난 뒤 나에게 '성격이 너무 좋다. 결혼 너무 잘했네.'하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그런 성격 좋은 아내도 같이 살다 보니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아내와 나는 둘 다 해외봉사단 출신이다. 나는 아프리카, 아내는 미국으로 해외봉사를 다녀왔다. 그것이 우리를 단단하게 결속시켜주는 귀중한 연결고리가 되었다.
대학생일 때 '썸'을 타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깊이 있게 만난 적은 없었다. '썸'을 타던 대부분의 여자들은 너무 수다스럽고 함부로 이야기했다. 마음이 조금 가까워지려는 찰나, 돌아서기 일쑤였다.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수다스럽고 함부로 이야기하는 어떤 녀석들은 헤어진 여자친구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곤 했고, 대부분 상대방에게 굉장히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을 함부로 내뱉곤 했다. 그런 일들을 자주 겪다 보니 함께 다니는 남자친구들은 물론이고 아무 여자한테나 쉽게 마음이 가지 않았다. 믿음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나중에 결혼을 하더라도 개방적이고 털털한 외국인이랑 결혼해야지,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해외봉사를 다녀온 뒤, 이성을 대하는 시각이 달라졌다. 한국과 달리 모든 것이 평안한 아프리카에서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가지곤 했는데,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면서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구상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생각하곤 했다. 말 그대로 기울어져가는 판잣집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며 꿈이나 소망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피아노를 가르치는 일은 단순한 봉사활동 경험 이상의 세계였다. 1년간의 시간을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나는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던 아프리카에서의 시간을 통해 많은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늘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사람을 보는 눈이 달라졌고, 만나는 사람들도 달라졌다. 생각이 어리고 함부로 이야기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었고, 속이 깊고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들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런 과정의 인간관계는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그리고 내가 느꼈던 그런 행복과 감사의 시간들,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들과 함께 기쁨을 공유하는 기회들은 나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아프리카를 만난 사람들은 아프리카의 맛을 알고, 부족함에서 오는 행복이 무엇인지 안다.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온 여성단원들 중에는 마음이 깊고 건전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다. 물 한 컵으로 세수를 하고 머리까지 감아야 하는 아프리카, 한국에서는 당연한 전기가 하루가 멀다 하고 끊기는 아프리카, 혹은 도마뱀이나 성인 남성 주먹보다 큰 쥐가 길거리에 당당하게 돌아다니는 인도나 미얀마, 베트남, 혹은 그보다 더 어렵고 힘든 아이티에서 모기약 하나 없이 살면서 숱한 어려움과 부족함을 이겨낸 여성단원들은 대학 시절 만난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인드와 사고방식에서 차이가 났다. 그들이 가진 깊은 마음과 겸손한 자세,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은 학교나 사회에서 결코 배울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아내는 경찰시험을 준비하던 사람이었다. 몇 번 얼굴을 마주친 적은 있었지만 이 여자가 내 아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저 '예쁘게 생겼네.'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아내는 경찰시험에 몇 번 낙방하고 난 뒤 울산에 자리를 잡으면서 나와 결혼했다. 얼굴이 조막만 하고 화장을 지워도 화장했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예쁜 얼굴을 가진 아내는 성격이 좋아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가까워질 수 있는 성격을 가진 여자였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같이 살면서 아내가 가진 매력이 너무 깊고 진해서 그 사랑이 더 깊어지고 커지는 것을 자주 느낀다. 결혼을 하면 집에 들어가는 게 싫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아내가 없는 집에 들어가는 것이 그렇게 힘들었다. 아내가 처갓집에 가느라 얼마간 집을 비우는 날에는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첫날에는 혼자된 여유로움에 이것저것 들쑤셔보지만 이틀을 가진 못했다.
당신에게 아내는, 어떤 사람입니까?
아내는 참 지혜로웠다. 말을 조리 있게 하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실수하는 적도 많지만 한 마디 한 마디 지혜롭게 말을 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능력이 있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능력을 아내는 가지고 있었다.
하루는 아내 휴대폰에 메시지가 왔는데 곁눈질로 보니 누군가 아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었다. 아내가 좀 짜증스러웠는지 '저도 잘 모르는데 그렇게까지 물어보시면 안 되죠.'라고 썼다. 그리고 화면을 잠깐 보다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무개에게 여쭤보세요.'라고 썼다. 그리고 다시 잠깐 생각하더니 '저도 잘 모르는데 제가 한 번 알아볼게요.'라고 고쳐서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 아내가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서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저도 잘 모르는데 그렇게까지 물어보시면 안 되죠.'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무개에게 여쭤보세요.' '저도 잘 모르는데 제가 한 번 알아볼게요.'
당신의 아내는 충분히 아름답지만, 무엇보다 아내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다.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결혼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이야기하며 평생 독신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취향일 수 있다. 다만 소중한 건 무엇인가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무역회사에서 근무할 때 상사 한 명은 이렇게 이야기한 적도 있었다.
"아, 집에 아내 있는데 들어가기 싫다."
나이가 마흔이 넘었는데도 결혼하지 않고 연상의 여자 친구와 하루하루 즐기며 사는 직장 상사도 있었다. 그에게는 가정에 충실할 이유가 없었으니 돈을 모을 이유도, 아낄 필요도 없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보였고 좋은 차를 타고 다녔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서는 '결혼하지 않은 40대 남자'의 모습이 있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고, 함부로 말하며, 함부로 행동했다. 직장 상사였지만 그 사람의 삶을 보면 너무 수준이 낮고 아둔해 보여서 배우고 싶지 않고 그렇게 나이 들고 싶지도 않았다. 존경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잘 아는 지인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고운 정이란 말은 어디서 듣고 배웠는지 '고운 정으로 결혼생활한다'고 하던데, 틀린 말이야. 결혼을 하고 나면 미운 정이라는 게 반드시 필요해. 고운 정보다 미운 정이 더 좋고 더 아름다운 거야. 미운 정을 모르면 평생 고운 정만 찾다가 갈라서게 되어 있어. 미운 정이 생겨야 돼. 서로의 때가 묻지 않은 결혼생활은 고운 정만 쌓는 거라서 반드시 문제가 생기게 되어 있어."
결혼은 성별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행위로 끝나는 게 아니다. 결혼은 나 중심에서,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촌수가 없는 무촌인 사람과 평생을 동반하며 나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또한 그 부족함을 채워주는 상대방으로 인해 마음이 성숙되어가는 과정이다. 나는 아내의 잠자는 모습을 볼 때 깊은 사랑을 느끼고 고마움을 느낀다. 나의 어리석은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제일 가까이에서 보듬어주고 감싸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