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지만,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다닌 적이 있었다. 우연히 어느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고, 평범한 면접 질문이 오갔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어야 했고, 그는 하루라도 빨리 사람을 구해야 했다. 그러나 그가 모르는 게 한 가지 있었다. 나는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왔기에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함을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하며, 평범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멀리 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비범한 사람들이 아니면 인간관계를 맺지 않는다. 오해는 하지 말자. 내가 생각하는 평범은 따뜻하고 화목한 가정, 무탈하게 자라는 아이들, 주 5일제 정규직 회사를 다니는 가장을 둔 가정이 아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당시 나는 대표에게 몇 가지를 질문했는데, 두 가지가 기억난다.
"최근에 읽은 책은 무엇입니까?"
머뭇거리긴 했지만, 그는 책을 읽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대표님에게 직원은 어떤 존재입니까?"
"돈 벌어주는 사람들이지. 그 사람들 덕분에 내가 먹고살고."
경제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시기이긴 했으나, "같이 일해봅시다."라는 그의 제안에 "아니요, 괜찮습니다."라고 말한 것을 한 번도 후회해본 적 없다.
우리가 흔히 듣는 표현 중에 이런 말들이 있다.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다.
99도에서는 물이 끓지 않고 100도에서 물이 끓는다. 마지막 1도를 올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100% 옳은 말도 아니다.
어떤 면에서 봤을 때 성공과 실패는 결코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니다. 성공은 상당히 다양한 변수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어떤 형태로서의 성공이든 마찬가지며, 실패도 그러하다. 성공한 사람들이 모두 뛰어난 재능, 기술, 능력, 탁월한 감각과 센스를 갖고 있으며 99도만큼만 끓는 물처럼 노력하다 실패한 사람들보다 오직 1도만큼의 노력을 더 기울였기 때문에 성공했을까? 실패한 사람들 모두가 1%의 노력이 부족했거나, 단순히 이른 포기, 인내력 부족으로 실패의 쓴맛을 봐야만 했던 것일까?
한 때 재미있는 글이 인터넷을 떠돌아다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방송국 pd가 되었을 것이고, 스티브 잡스는 중국 mp3 수입상, 빌 게이츠는 벤처 사기꾼이 되었을 것이며, 아인슈타인은 수학과 과학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었으나 다른 과목에 특별한 기술이 없어서 수능을 망치는 바람에 재수와 삼수를 거듭하다 중국집 짜장면 배달원이 되어 버렸고, 퀴리부인은 일자리가 없어서 봉제공장에서 곰인형 미싱을 한다는 식의 내용이었다.
지면에서 이야기하는 성공자, 혹은 성공한 사람들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그들이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폐쇄적인 집단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야 하는 운명이었거나 그런 문화를 가진 국가에서 태어났었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들의 성공스토리는 사라지며 거취 여부조차 불투명해져 버릴지도 모른다. 혹은 세계대전과 같은 위험하고 어두운 전쟁통에 고아로 태어났었더라면 그들의 성공과 안정이 보장될 수 있었을지도 미지수이며 확신할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성공자들, 세상을 뒤흔든 슈퍼리치들은 성공에 걸맞은 기회를 만난 사람들 인지도 모른다. 나폴레옹과 똑같은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 중에 황제가 된 사람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황제뿐이며, 처칠과 동일한 시대에 태어나 살았던 사람들 중에 총리가 된 사람은 윈스턴 레오나드 스펜서 처칠 경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흔히 열정, 재능, 그리고 노력을 성공의 기본적인 요소라고 부른다. 하지만 또 다른 뭔가가 있다.
-아웃라이어 49p, 말콤 글래드웰, 김영사
물론 운명론적인 이야기만으로 성공의 여부를 점칠 수는 없다. 그들 모두가 역사의 선택을 받은 인물들이었던 것은 맞지만, 기본적인 소양에 관련된 재능, 능력, 리더십, 무엇보다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많다. 그 재능 위에 특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재능은 재능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모든 성공자들에게 1만 시간의 법칙이 통용되는 이유다.
우리는 성공을 개인적인 요소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펴본 모든 사례는 어떤 것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꽉 움켜쥔 후, 그 특별한 노력이 사회 전체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는 시대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의 성공은 그들만의 작품이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자라난 세계의 산물이다.
-아웃라이어 85p, 말콤 글래드웰, 김영사
일반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훌륭한 부모, 건강한 가정, 좋은 친구들을 만나 성장하면 훌륭한 기업가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일반 지능을 가진 기업가가 설립한 기업이나 기관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일반 지능에 대한 인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실용지능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볼 만한 눈이 없다는 점이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이 된 젊은 사람들이 왜 그토록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6개월, 1년 만에 공무원직을 그만두는지 생각해보자. IQ가 195에 육박하는 크리스 랭던이 훌륭한 가정과 부모 슬하에서 자라나 정상적인 교육을 받았더라면, 아인슈타인에 버금가는 세계 최연소 과학자나 리처드 파인만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이는 비단 개인적인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1997년 8월 5일 괌에서 추락한 대한항공 801편 여객기의 블랙박스에는 권력 간격 지수가 높은 한국의 경어체 문화로 인해 발생된 비극적인 추락사건의 실마리가 담겨 있다. 피로, 숙면 부족, 그리고 한국의 경어 문화와 예우에 익숙한 기장과 부기장의 실수로 발생한 사건이었다.
물론 문화라는 것에 일방적인 단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2019년 국제 수학올림피아드에서 22명 전원이 메달을 수상하며 역대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국가는 한국이었으며, 2012년과 2017년에 이어 전원 금메달을 수상한 3번째 기록이었는데, 이는 아시아권의 숫자 체계가 미국의 숫자 체계보다 훨씬 쉽고 간결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가장 수학에 능한 인재들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문화적 배경, 따뜻한 가정, 훌륭한 교우관계가 모든 성공의 해답이 될 수는 없지만, 모든 천재들이 우연을 가장한 운명이 아닌 혼자만의 노력으로 성공을 거머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역사는 인물을 낳는다. 그리고 그 역사의 가운데 있는 수많은 기회들이 아웃라이어라고 불리는 인물을 창조해낸다. 그래서 아웃라이어는 결국, 아웃라이어가 아닌 것이다.-아웃라이어 325P, 말콤 글래드웰,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