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 손절

by 전대표

언젠가 모임에서 알게 된 여자분이 내게 "오빠, 주변에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좀 해주세요." 하고 농담 반 진담 반 부탁한 적이 있다. 이렇다 할 소개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이후에 좋은 분과 결혼해서 알콩달콩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는 이야길 들었다. 남편은 연극배우였고, 여자분은 능력 있는 N잡러였다.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에게 나는 한마디로 이야기한다.

"손절하세요."


손절.

1. 대를 이을 자손이 끊어짐.

2. 손해보고 절단(절교)의 줄임말로, 주식 매매에서 주로 쓰이던 표현으로 인간관계가 끊어짐을 의미하기도 함.


초등학교 5학년 때 있었던 일이다. 반장을 선출하는 자리에서 누가 나를 지목했다. 꼴찌에서 1,2등을 왔다 갔다 하는 친구였다. 아이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선생님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손사래를 치더니 없던 일로 치부해버렸다. 존재감도 없고 소심하기만 하던 유년시절의 아픈 기억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은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았으나, 덕분에 자기 계발과 성장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했다. 책을 쓴 것도, 종종 강의를 다니는 것도,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게 된 것도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난 뒤의 일이다.


나이가 들면서 일상이 단조로워지기 시작했다. 평일 저녁에는 책과 글을 쓰거나 자격증 공부를 하고, 주말에는 함께 책을 쓰고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과 미팅을 하거나 세미나에 참석한다. 매주 목요일은 새벽마다 고전 탐구 모임을 하고, 휴일에는 아내랑 카페에서 공부하거나 친한 분들과 식사를 한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활동을 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의미 없는 일에 시간을 쓰는 게 아까워서 티비도 거의 안 보고 게임도 안 한다. 술, 담배, 여자, 노름도 하지 않는다. 초나 분 단위까지 시간을 쪼개서 계획대로 쓰는 건 아니지만 일 단위, 주 단위, 월 단위 계획표를 짜서 생활한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만들어준 좋은 습관들이다. 좋은 습관들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부정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최대한 멀리하고, 부정적인 단어를 습관적으로 말하는 사람과는 대화조차 꺼린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손절하기 위해선 몇 가지 필요한 게 있다. 첫 번째는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 두 번째는 분별력이다. 굳이 세 번째를 꼽자면 지수(quotient)에 대한 이해라 할 수 있겠다. 인간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에 관련된 책을 몇 권이나 사놓고 읽을 필요는 없고, 고전문학이나 성경을 깊이 있게 연구하면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진다. 분별력이 없으면 손절이 어렵다. 누가 내 인생에 약이고 독인지 모르는데 어떻게 분별을 하는가. 인간 심리에 대해 공부하지 않고 분별력 없이 시작한 연애나 결혼생활은 서로에게 굉장한 상처를 남긴다.


지수는 지능과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감성지수나 지능지수가 낮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어휘가 비슷하고, 지수가 높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나 어휘도 비슷하다. "저 사람은 말이 안 통해."라는 말은 둘 중 한 가지 상황이다. 둘 다 지능지수(혹은 감정지수나 인지능력)가 낮아서 서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거나, 한 사람만 지능지수가 높아서 그 한 사람이 이해하고 있다는 걸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통찰력과 분별력이 뛰어나고 서번트 리더십을 가진 리더가 아닌 바에야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대부분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모이게 되어 있다. 나이, 사고의 깊이, 생각의 방향성, 마음 등등 서로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한가지 이유 때문에 모인다.


손절이라는 말이 결코 좋은 의미로 시작된 신조어新造語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때때로 손절은 우리의 시간을 좀 더 값지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인생이 즐겁지 않다면 나의 인간관계를 되돌아보고 '손절'할 필요가 있다. 손절한 그곳에 즐거움이 묻어나는 기회가 스며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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