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대표 Apr 15. 2024

간접경험과 직접경험

주기적으로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리는 이유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책이 가지는 의미도 중요하지만 나와 다른 타인이 살면서 경험하는 경험치를 간접적으로 느껴보기 위함이다. 올바른 정서 함양, 지식 추구, 지혜의 축적 등등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셀 수 없이 많다. 또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책은 그 사람의 이야기, 즉 인생 스토리이기도 하다. 오직 지식 전달만을 목적으로 쓰인 책이 아닌 바에야 타인의 인생을 피부로 느껴볼 수 있는, 간접경험의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독서가 삶의 무기가 되는 이유다. 출간된 지 30년 미만의 책은 가능한 한 사서 읽지 않는다는 기준을 갖고 있으나, 주머니사정을 조금은 고려한 기준이 아니라면 거짓말일 터. 도서관에서는 무수히 많은 책을 접해볼 있다. 무려 공짜다.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책을 빌려본다. 하루 반나절만에 읽고 독후감까지 쓸 수 있는 책도 빌리는가 하면, 대출기간 동안 눈알이 빠져라 읽어도 완독은커녕 절반도 이해하지 못할 책도 빌려온다. 한 문장이라도 배운 점이 있다면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준을 세워둔 덕분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나는 딸도 없는데 세 딸을 하버드에 보낸 어느 학부모의 책(나는 이렇게 세 딸을 하버드에 보냈다, 심활경 저, 샘앤파커스)을 빌려와서는 부모로서 격한 공감을 하며 읽는다. 다 읽고 난 뒤에는, 반납하러 간 김에 꿈에서도 가보지 못한 어느 대학의 교수가 쓴 글쓰기 책(힘있는 글쓰기, 피터 엘보 저, 토트), 어쩌면 평생 곁에 두고 읽어야 할 책(사기, 사마천 저, 김원중 번역, 민음사)을 빌려오는 식이다. 그러다 저거 어디서 본 표지인데, 싶은 책이 있으면 덥석 집어들고, 바로 옆에 있는 비슷한 주제의 책도 두어 권 더 빌려온다. 그리고는 틈날 때마다 탐닉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돈 주고 사도 아깝지 않다는 판단이 들면, 손가락 빨면서 간장에 밥 비벼먹을 요량으로 구입부터 한다. 


글쓰기는 결국 인간의 이야기, 즉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록하는 과정이다. 일기장이 아닌 바에야 글은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게 기본이다.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과정을 거친 글은 그렇지 않은 글보다 힘이 있기 마련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경험하면 새로운 글의 형태가 만들어진다. 독서와 글쓰기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이유다. 글쓰기가 그렇듯, 독서 역시 습관이다. 좋은 글은 훌륭한 독서습관에서 나온다.      


어떤 뚜렷한 이유가 없어도 매일 약간씩 연습하여 노력하는 능력이 당신에게 살아있게 하라매일 매일 주의 집중과 정력적인 의지와 필요 없는 일은 하지 않는 자기 극복의 습관에 익숙하게 된 사람은 보험에 가입한 사람과 같다그의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흔들리고 키질하는 바람에 날리는 왕겨처럼 연약한 동료들이 바람에 날려갈 때에도 그만은 탑처럼 우뚝 서 있게 될 것이다

-<심리학의 원리 1권 229p>, 윌리엄 제임스 저아카넷


매거진의 이전글 낯선 만남의 중요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