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드라마, 영화와 같은 매체의 공통점은 모두 대화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예술적인 감각과 표현도 중요하지만, 잘 다듬어진 말을 기본으로 한다. 귀에 거슬리는 바 없이 매끄러운 대사를 만들고 작품으로 올리는 것이 영상매체와 무대예술의 특징이다. 업계에서 쓰는 표현으로 '리딩 후에 런을 돌린다 reading first, run after'라고도 하는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표현하기 위한 기초훈련이 바로 나에게 익숙한 단어와 문장을 입에 맞추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후에 좀 더 완벽에 가까운 배역을 소화해 내기 위한 훈련에 돌입한다. 배우들이 연기예술에 대한 이론적 능력을 갖추기 전에 평소 쓰지 않는 근육, 이를테면 혀, 입, 눈, 광대, 목 등을 단련하기 위해 눈알 굴리기, 찡그리기, 강하게 웃기, 최대한 크게 입 벌리기와 최대한 작게 입 오므리기, 펜싱, 요가, 현대무용과 전통무용 등에 오랜 시간을 투자한다.
글쓰기도 이와 같다. 퇴고의 능력은 글쓰기의 능력과 비례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퇴고라는 행위 자체가 저자의 평소 독서량과 습관, 사고의 수준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퇴고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글쓰기가 습관화되어 있지 않다면 문장을 다듬고 정리할 수 있는 능력도 개발되기 어려우므로 당연히 퇴고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퇴고가 어려울 때 시도해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소리 내어 읽기다. 인간은 누구나 말과 행동으로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설령 입으로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도 표현은 할 수 있지 않은가. 소리 내어 읽기가 퇴고의 기초 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이유다. 배역을 나에게 맞추기 위하여 나를 훈련시키듯, 평소 독서와 사색 등으로 단련이 된 저자의 사고만이 소리 내어 읽기에서 거친 문장과 단어, 고르지 않은 문맥을 집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독서, 사색, 숙면, 대화, 여행, 전혀 색다르지 않은 일상의 사소한 경험들을 가까이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살면서 엄청난 경험을 하는 경우는 크게 많지 않다. 크게 다친 사람을 목도한다던지, 초기이현상을 일상적으로 마주한다던지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의 삶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일상이다. 친구와 밥을 먹고, 아내와 말다툼을 하고, 아들이나 딸을 위해 긍정적인 말을 한 두 마디 하거나 술자리에서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모든 것들이 우리의 삶을 이룬다. 그런 당연한 일상,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일상을 글로 표현하라고 했을 때, 또 그렇게 기록된 글을 퇴고하라고 했을 때 술술 풀이해 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당연하다. 쓰고 퇴고하는 능력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글을 만드는 퇴고 역량을 키우고 싶다면 소리 내어 읽기를 시도해 보자. 그전에 앞서 읽고, 쓰고, 춤추고, 노래하고, 푹 잠들 수 있는 육체를 만들자. 퇴고능력이 한층 더 좋아지고 훌륭해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