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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Nov 19. 2023

정말 인스타가 대한민국을 망쳤는가?

인스타는 한국에만 있는가

물가는 올라가고, 월급은 그대로고, 인터넷에선 남녀가 설거지 어쩌고 하면서 박터지게 싸우는 오늘도 평화로운 대한민국의 2분기 출산율은 0.70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인, 외국인 모두 이 수치가 발표될 때마다 일종의 흥분마저 느끼며 집착하게 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극단적이 되었는가를 수치로 보여주는 시험성적처럼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혼외 출산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나라이니, 남녀가 서로 결혼을 안 하고 있다는 함의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 모든 걸 하나로 손쉽게 설명하려는 시도가 뜨기 시작합니다.


한국이 불행한 것은 인스타 때문이다.


이게 다 인스타 때문


이렇게만 보면 대부분은 아... 그럴만 하지 하고 납득을 합니다. 피드에 쉼없이 올라오는 해외 여행, 선물 자랑, 호캉스, 오마카세, 라운딩을 보다 보면 피폐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는 인스타를 안 하나?

인스타는 다국적 기업이니, 다른 나라 사람들도 똑같이 하겠죠? 그럼 다른 나라 인스타 계정들은 어떨까요?


흔한 미국의 사치


GDP, 연봉이 압도적으로 높은 미국 같은 곳에서는 인스타에 올라오는 사치의 급이 다릅니다. 명품시계, 슈퍼카, 프라이빗 파티 정도는 기본에, 주말마다 요트 파티를 즐기거나, 30대에 수영장 딸린 집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마카세 한 끼, 어지간한 명품 가방 정도는 축에 끼지도 못하는 부자의 세계가 존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근처에도 가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 한국이 인스타를 너무 많이 해서 불행한 것이 아니냐?


2023년 위아소셜(We Are Social) 글로벌 소셜 미디어 리포트를 봅시다. 전세계인의 소셜 미디어 사용시간을 그나마 가장 비교하기 쉽게 조사한 리포트라서, 정확하진 않더라도 대체적인 트렌드 정도는 읽을 수가 있습니다. 왜 정확하지 않다고 표현했냐면 국가마다 소셜 미디어의 정의가 조금씩 다르고 또 동남아, 중남미처럼 페이스북, 인스타를 자영업하는 데 활용하는 나라들이 있어서 실제로 "노는 데" 얼마나 썼는지는 확실치 않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소셜 미디어에 시간을 얼마나 썼는가? 1시간 11분으로 한국이 일본과 같이 최하위권에 있네요.


평균 몇 개의 어플을 사용하는가? 4.5개로 역시 일본과 같이 최하위권입니다.


한 달 기준 인스타그램에 몇 시간을 사용했는가? 6.1시간으로 브라질, 미국, 인도보다 낮고 세계 평균의 절반 수준이네요.


즉 한국은 소셜 미디어에 세계 평균보다 낮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으며, 한국이 유일하게 앞서있는 통계는 "유투브 시청 시간", "온라인 쇼핑" "음식배달 어플" 이 세 가지 정도입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할 게 없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모바일 소셜 미디어의 가장 활발한 사용자들은 청소년, 20대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10, 20대에게 브라질이나 프랑스의 10, 20대와 같은 자유 시간이 있나요? 기껏해야 학원 가는 길에 핸드폰 보는 정도일 것입니다.


직장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저 위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야근이 잦고 원격 근무도 없으며 워라밸이 나쁜 한국의 직장인들에겐 한가하게 인스타 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운동도 하고 강의도 듣고 갓생 살아야지요.




그럼 인스타를 세계 평균의 절반밖에 안 하는데, 왜 다들 그렇게 불행한가요?


이 질문에 한 가지의 답은 없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인스타가 아니라 비교문화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처럼 인종도 다르고 생활 수준, 문화, 가치관이 천차만별인 나라에서는 친구 한두명이 명품 가방을 들고 다녀도 "쟤는 저런 앤가봐"하고 그냥 넘깁니다.


다시는 한국을 무시하지 마라


반면 한국처럼 동질성이 강한 나라에서는 그냥 넘기지를 못합니다. "남이 하면 나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20대부터 60대까지 기본으로 깔려 있습니다. 그 결과 대다수가 200-300을 버는 나라에서 700-900의 삶을 기준으로 놓고 부족분을 대출과 신용카드로 때우는 역대급 레버리지 사회가 되었습니다. "나는 저런 것 필요 없어" 하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 된 것입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명품소비 지출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소득 분포와 같이 보면 전부 다 할부, 빚이라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인스타가 한국을 위해서 어플을 따로 만든 것이 아니라면, 죄 없는 인스타를 그만 탓합시다. 다른 나라에서도 인스타의 사용 양상은 똑같습니다. 거울을 쳐다보고 거울이 잘못했다고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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