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냄새 나는 시카고의 원조 맛집들

미국 아재 입맛

by 브라질소셜클럽

시카고 다이닝 씬의 특징 중 하나는 대도시임에도 입맛이 의외로 보수적이고 유행에 둔감하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시도도 잘 안 하는 편이고 외국 음식도 호기심에 한두번 가보고 그치는 정도입니다. 이건 뇌피셜이 아니라 요식업 장사 20년 이상 하신 분도 ”시카고 장사 쉽지않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시카고에서 "현지인들이 먹는" 맛집을 찾으려면 서울이나 뉴욕사람의 트렌디한 기준이 아니라 40살 평생 일리노이주 밖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폴란드계 아재의 기준으로 찾아야 맞습니다.


여행자 입장에선 잘 안 가게 될 곳들도 있으니, 그냥 이런 곳도 있구나 하고 보시면 됩니다.




Jim's Original

1939년 오픈한 핫도그집으로 고속도로 바로 옆에 있습니다. 이 지역은 원래 Maxwell Street이라고 해서 이민자들의 장터가 열리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영화 Blues Brothers(1980)에 이 거리의 옛날 모습이 나옵니다.


원조 맛집답게 의자 따위는 없고 종이백에 들고 가서 차 안에서 먹으면 됩니다. 육즙이 뛰어난 핫도그에 캐러멜라이즈 양파, 머스터드를 얹어 줍니다. 시카고식 핫도그는 아니지만 시카고에서 핫도그집을 논하면 항상 순위권에 드는 로컬맛집입니다.



Al's Italian Beef

필라델피아에 필리 치즈스테이크가 있다면 시카고에는 이탈리안 비프가 있습니다. 꽤 비슷한 샌드위치인데, 이탈리안 비프에는 치즈 대신 매콤한 자디니에라(giardiniera) 피클이 들어가 느끼함을 잡아줍니다. Al's Beef는 1938년부터 영업했습니다. Portillo's, Buona 같은 체인에서도 먹어볼 수 있습니다.



Gene & Jude's Hot Dogs

타란티노 영화에 나올 것처럼 생긴 시카고 핫도그의 원조 중 하나입니다. 1946년 오픈했습니다. 시카고 사람들의 핫도그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한데, 비프 소시지와 머스터드, 생양파, 고추 피클의 조합을 먹어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습니다. 오헤어 공항 근처에 있어서 차로만 갈 수 있습니다.



Berghoff's

고전적으로 생긴 오래된 독일식 레스토랑입니다. 1898년부터 시카고 시내 한복판에서 장사한 오래된 곳이고 자체 맥주도 있습니다. 주 메뉴는 콘드 비프(corned beef)를 비롯한 독일식 소세지 등입니다. 영화 다크 나이트(2008)에 잠깐 나오기도 했습니다.



Billy Goat Tavern

시내 한복판에 있는데, 미시간 대로에서 계단을 내려가서 Lower Wacker 지하던전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1934년부터 운영한 유서 깊은 식당이고 야구팬들에게는 이 식당 오너가 "컵스의 저주"를 내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SNL을 비롯해 시카고와 관련된 여러 매체에 등장했습니다. 값도 싸고 버거가 맛있고 자체 맥주가 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부터 증권사 매니저까지 모두가 찾는 선술집같은 곳입니다.



Valois Restaurant

시카고대가 위치한 남부 하이드 파크에 있습니다. 1921년부터 자리를 지킨 진정한 로컬 맛집이며 오바마가 시카고대에 있던 시절 자주 갔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침 메뉴와 스테이크 등 여러 음식을 즉석에서 요리해서 줍니다. 현금만 받습니다.



The Wiener's Circle

시카고에서 가장 악명 높은 핫도그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5초마다 욕지거리가 날아오는 GTA의 주인공이 된 듯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욕쟁이 컨셉 식당입니다. 마음이 약한 분들은 낮에 가면 욕을 덜 하니 그때 가면 되고, 밤늦게 가면 여러 명의 취객들과 욕쟁이 아줌마가 배틀을 뜨는 즉흥 코미디쇼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곳에 취직하려면 대체 어떤 인터뷰를 봐야 하는 것일까요?



Harold's Chicken Shack

경고: 남부 지점들은 매우 위험할 수 있으니 차로도 방문하면 안 됩니다


경고까지 넣으면서 이 치킨집을 소개하는 이유는 첫째로 소스가 맛있기 때문이고, 둘째로 시카고를 대표하는 유서 깊은 흑인 치킨집 체인이기 때문입니다. 남부 시카고에 가면 거의 내전지역과 맞먹는 치안 상황 때문에 맥도날드, 월마트 같은 체인들도 전부 떠나고 없습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방탄유리까지 써가며 굳이 장사할 이유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일종의 자부심으로 하는 것입니다.




끝으로... 시카고 전통음식은 왜 이리 고기랑 소세지 일색이냐고요? 아마도 한때 미국 최대 규모 도축장이 존재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Chcago Union Stock Yards, 1865-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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