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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Dec 24. 2023

준비 안 된 국제결혼이 위험한 진짜 이유

실제 사례를 보여드립니다

그림 같은 축제가 끝나면 이제부터 실전입니다.


해외 공관에서 일하다 보면 동네 파출소마냥 별의별 사건들을 많이 접합니다. 소매치기나 실종 정도는 기본이고 가정폭력, 이혼, 추방, 사고사, 자살, 타살 등 한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안 좋은 일에 대해서 자세하게 듣게 됩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국제 커플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다뤄보려고 합니다.


국제 커플에는 여러 조합이 있지만 제가 본 케이스들은 대체로 한국계 미국인 or 백인 남성 + 한국인 여성 조합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통계를 내보면 미국 인종간 결혼(interracial marriage) 중 백인-히스패닉 다음으로 많이 나타나는 조합이 백인-아시안 조합으로, 전체의 15%를 차지합니다.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아시안 여성의 20%가 백인 남성과 결혼한 것으로 나타나 꽤 흔한 조합임을 볼 수 있습니다.


커플 혹은 부부끼리의 싸움은 관계에서 필연적인 부분이지만 한 명이 외국인이고, 특히 그 나라 언어나 문화, 체류 자격의 취득이 불완전한 경우 일이 매우 커집니다. 그리고 내국인인 상대가 이 파워 다이나믹을 악용하려 들 경우에는 한마디 저항도 못하고 홀몸으로 나라에서 쫓겨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지금부터 왜 그렇게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체류 자격

캘리포니아 한인타운


내 파트너의 나라에서 정식으로 커플로서 활동을 하고 싶다면 노동 가능 비자 혹은 영주권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발급되는 시간이 길게는 1년까지도 걸릴 수 있으며, 도중에 커플 간의 불화가 생기면 외국인은 매우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한 예로 학생비자로 체류하면서 결혼한 커플이 있었는데, 내국인 여성이 부부싸움 도중에 서로 언성이 높아진 것을 가정폭력이라고 신고해서 한국인 남성이 밤중에 들이닥친 경찰에 끌려가고 비자마저 취소될 위기에 놓인 적이 있었습니다. 영주권이 나오기 전이었고, 어찌어찌 풀려난다 하더라도 향후 불이익을 받을 것이 뻔한 답 없는 사례였습니다.


국제커플 간 싸울 때 정말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한쪽이 가정폭력이라고 신고해 버리면 해명도 못하고 그대로 끌려가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말로 폭력을 행사한 경우는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이것을 커플 간 싸움에 악용하는 경우도 일어납니다. 외국인이 이렇게 누명을 쓰고 구치소에 갇히게 되면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외국인 가족의 존재

토론토 한인타운


앞에서 말했듯이 불화가 발생하면 내 편이 되어줄 사람도 있어야 하는데, 남의 나라에 파트너만 믿고 따라왔다면 내 편이 한 명도 없을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어디 가서 호소도 못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기본이고, 둘 사이에 발생하는 불화에 대해서 파트너가 그의 가족에게 좋게 말할 리 없기 때문에, 다수에게 일방적으로 공격당하게 됩니다. 특히나 이혼 등 법적 분쟁이 발생할 시 상대 가족이 좋은 변호사를 살 재력과 영향력이 있다면 힘없는 외국인인 나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는 것은 뻔합니다.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 이혼은 꽤 흔한 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래서 만약 상대 가족과 파트너가 한마음으로 이혼을 결심하고 법적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면, 그들은 모두 나의 적이 되어 시집살이와는 차원이 다른 전쟁을 치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혼했을 시 체류 자격이 없다면 그 길로 짐 싸서 나가야 합니다.




안정적인 수입

뉴저지 팰리세이드 파크 한인타운


대부분 국가에서 수익활동이 가능한 비자나 영주권이 없이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있다한들 언어를 못하거나 수요가 있는 스킬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타국에서 제대로 된 커리어를 구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민 초기에는 경제활동이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는데, 그 말인즉슨 경제적 자유가 없고 파트너에 종속된다는 의미입니다. 파트너와 그 가족이 드넓은 이해심을 가지고 아껴주면 정말 좋겠지만, 혹여나 무슨 문제가 생기거나 범죄를 당해서 급히 나와야 할 경우 돈이 한 푼도 없어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실제로 이렇게 택시 탈 돈도 없이 피신해 사회복지단체의 지원을 받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언어 장벽

시드니 한인타운


간단한 음식 주문하고 장 보는 수준의 언어로도 생활이야 가능하지만, 비지니스 수준의 영어까지는 안되는데 일자리를 잡으라는 압력이 들어오면... 여러분의 갈 곳은 높은 확률로 위에서 보신 한인타운이 될 것입니다.


또한 언어를 못하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한 예로 부부싸움을 하면서 학대와 협박을 당해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경찰이 왔다가 남편 말만 듣고 두 번이나 그냥 조치 없이 돌아간 경우를 보았습니다. 언어를 못했기 때문에 경찰에게 아무런 설명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분은 남편에게 핸드폰마저 뺏긴 공포스러운 상황이었고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다른 전화기를 찾아다 한국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해야만 했습니다.




이렇게 지옥을 경험하는 커플들도 한때는 행복했던 연애를 즐겼을 것입니다. 그럼 왜 위의 현상들이 나타나느냐? 제 생각에는 이민을 가는 순간 "기울어진 운동장"의 관계가 되기 때문입니다. 국제 연애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황홀한 여행이지만, 이민은 100% 현실입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나는 법적 자격도 없고, 돈도 능력도 없으며, 언어도 통하지 않는 마치 꼬마아이와 같은 존재로 돌아갑니다. 파트너가 이것을 이해해 주고 시간을 충분히 내준다면 성공적인 정착을 할 수 있지만, 조금만 이기적인 사람이라면 관계의 약점을 이용하려 들 수 있습니다. 유투브나 브런치에서 보이는 국제결혼은 전자가 잘 된 케이스이고, 잘 안 된 분들은 굳이 광고하고 다니지 않습니다.


외국인과의 장기 연애와 이민은 엄연히 다른 문제이며, 나의 파트너가 이민 초기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 줄 수 있는지, 장기적으로 정착하여 안정적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는지를 반드시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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