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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May 15. 2024

노래하는 브라질의 한국 대사님

대사는 클럽에 가도 될까?


요즘 브라질 친구들이 놀랍다며 저에게 보내는 영상이 있는데 바로 브라질 대사관의 대표 임기모 대사님이 히우의 클럽에서 쌈바를 열창하는 인스타, 틱톡 영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외교부에서 일했을 때의 느낌은 충주시처럼 타 정부부서에 비해 유행에 잘 편승하지도 않고 80-90년대 대기업 문화를 연상시키는 딱딱함이 기억에 남았는데, 말 한마디, 포스팅 하나도 조심해서 해야 하는 외교 업무의 특성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외부에서 볼 때는 특명전권대사가 마치 CEO처럼 모든 권한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대사, 총영사들도 외교부 본부의 눈치를 봐야 하며 일일이 허락받고 움직입니다. 때문에 이번 브라질의 경우처럼 대사님이 "나 이번주에 클럽 가서 세 곡 정도 뽑을 거다"라고 본부에 보고했을 경우 탐탁지 않아 하는 본부 상급자들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대사님의 체통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한국 공무원들의 우려와는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이 영상은 대박이 났으며 브라질 사람들에게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브라질 사람들은 외국(특히 멀리 있는 나라)에서 브라질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 자체를 상상 이상으로 좋아합니다. 브라질이 워낙 아메리카대륙 밑에 멀리 있다 보니 세계적인 스타들도 브라질을 스킵하는 경우가 있고 국민들도 그걸 알아서 "우리나라 참 좋은데 아무도 몰라줘 ㅠㅠ" 같은 정서가 있습니다.



이 현상을 대표하는 "Come to Brazil"이라는 밈도 있는데 브라질 사람들이 하도 유명한 가수나 유투버 댓글창에 "please come to Brazil"이라고 써대서 세계적으로 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만큼 브라질이 세계인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대사님이 부른 노래와 장소가 매우 적절했습니다. "Trem das Onze"는 1964년 발표된 쌈바 명곡으로 한국으로 치면 "부산갈매기"급의 인지도를 가지는 국민가요입니다. 쌈바의 수요층이 아무리 트로트스럽다고 해도 젊은 사람들도 이 노래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록 잘 알려진 노래긴 하지만, 다른 나라의 대사가 불러주는 것에 감동할 만합니다.


쌈바의 성지


대사님이 열창한 장소 또한 아무 클럽이 아니라 Clube Renascença라고 하는 1951년 창립된 유서 깊은 쌈바 클럽이었습니다. 이 클럽은 라파나 이파네마 같이 히우 중심지가 아닌 안다라이라고 하는 좀 떨어진 동네에 있는데, 여기에 클럽을 만든 이유 중 하나는 흑인과 노동자의 음악이었던 쌈바를 마음껏 연주할 수 있는 저렴한 공간을 중심부에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쌈바의 성지 같은 곳이자 진정한 쌈바 연주자라면 한 번쯤 거쳐가야 하는 문화유산과도 같은 곳에서 대사님이 노래를 한 것입니다. 쌈바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브라질 사람이라면 이런 디테일에서 다시 한번 감동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노래하는 대사님 하면 바로 떠오르는 브라질 인물이 한 명 있습니다. 바로 "이파네마의 소녀" 작사가이자 외교관 Vinicius de Moraes입니다. 그는 1950년대 브라질 외교부에서 근무하며 로스앤젤레스, 프랑스, 우루과이 등에 영사로 파견된 경험이 있고 근무 와중에도 틈틈이 시와 노래를 썼습니다. 워낙 자유로운 영혼이어서 그는 공무원으로서의 삶을 답답해했고 후에 "Testamento" 등 노래를 통해 넥타이를 매고 조직에서 일했었던 자신의 경험을 풍자하기도 했습니다. 1960년대 보사노바가 대히트를 치자 그는 Jobim, Toquinho, Baden Powell 등 뮤지션들과 외교 대신 공연을 하러 세계를 돌아다녔습니다.



비니시우스는 능력도 뛰어났지만 그의 삶을 대하는 유쾌한 태도 덕분에 오늘날까지도 많은 브라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기억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노래하는 한국 대사님을 보며 브라질 사람들이 비니시우스를 떠올리진 않았을까요?




(쌈바 열창 영상)


Não posso ficar

Nem mais um minuto com você

Sinto muito amor, mas não pode ser

Moro em Jaçanã,

Se eu perder esse trem

Que sai agora às onze horas

Só amanhã de manhã

단 1분도 더

당신과 보낼 수가 없어요

정말 미안해요, 내 사랑,

그렇게는 할 수 없어요

나는 자싸나에 산답니다

만약 지금, 열한 시에 출발하는

이 기차를 놓치면

내일 첫차밖에는 없어요


Além disso, mulher

Tem outra coisa,

Minha mãe não dorme

Enquanto eu não chegar,

Sou filho único

Tenho minha casa para olhar

하지만 아가씨, 이것 말고도

다른 문제가 하나 더 있어요

우리 어머니는 내가 집에 안 들어오면

잠을 못 청하신답니다

전 외동아들이고

우리 집을 책임져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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