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코를 가지고 거드름을 피울 일이 아닌 것이다.
내 코는 심히 작다. 만약 누군가 내 코를 납작하게 만들 생각을 하더라도, 그 심통을 금방 버리게 되는 이유는 이미 내 코가 자잘하여 절로 생겨나는 연민 때문이다.
다빈치가 내 초상을 그린다면, 눈썹 대신 코가 없는 남자 그림이 될 것이다. 모나리자 시대 여인들은 눈썹을 미는 것이 유행이었다지만, 나는 내 코를 결코 밀어버린 적 없는데 밋밋하다. 옆에서 보면 코보다 입이 더 돌기 같은데, 엎드리면 코 보다 입이 먼저 땅에 닿는다. 그래서 내게 매우 가까운 거리는 엎드리면 입 닿는 거리이고, 좋아하는 속담은 ‘내 코가 석자’이다.
코끝이 위로 휘지 않아 썰물 때만 보이는 섬처럼 간혹 눈에 띌 뿐이고, 평상 시에는 눈보다는 안경 코받침으로 내 코가 잘 붙어 있다는 것을 감각할 수 있다. 하지만 걸칠 곳이 빈약하니 안경이 땡볕에 놓인 아이스크림처럼 흘러내린다. 그리고 콧방울은 뼈가 없이 아주 말랑말랑한데 별칭을 붙인다면 ‘무골호인’이 적당하다.
게다가 제 역할도 둘 중 하나 밖에 제대로 할 지 모른다. 냄새를 맡는데 도통해 식탐에 좋지만, 숨은 코와 입이 나눠서 번갈아 쉬는 듯 하다. 아무래도 숨이 들락날락할 통로가 좁아 공기가 부족하여, 소설 속 구샤미 처럼 나 또한 정신이 몽롱하여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 된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무명(無名)의 고양이는 거울만큼 인간에게 약과 독이 되는 것도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내 경우 거울을 보면 눈과 입만 있는 이모티콘이 앞에 서 있다. 고양이 말마따나 거울은 자만의 소화기이다. 허영심이 들 때마다, 자만함으로 내 자신을 해하고, 타인에게 상처를 줄 때마다 거울을 볼 일이다. 이런 코를 가지고 거드름을 피울 일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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