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를 들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
#1.
망치를 들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 마크 트웨인의 명언이다. 입맛대로 해석한다면, '사랑에 빠지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소한 행동이 사랑으로 보인다'거나, '사랑을 의심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소한 행동이 이별 통보로 보인다'로 읽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망치를 든 우리는 뛰어난 목수가 아니라서, 못이 아닌 곳에 생채기를 남기고, 헛손질을 해 자기 손가락만 내려 찍기도 한다. 그래서 사랑은 정확해야 서로 아프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사랑은 마음에 박는 못질이라서 빼낼 수 없기에, 그 어떠한 사랑도 아무 의미없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사랑을 못질에 비교하는 것은 저급한 것이다.
#2.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읽다가 사랑의 좌표를 1사분면 그래프에 그려본다면, 조금 더 사랑에 정확해 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x축은 그 사람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행복의 크기를, y축은 얼마나 사랑하는 사람을 원하는 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y축은 0인데 x축만 길다면 그건 사랑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 반대로 y축만 크다면 서로를 파괴시키는 테러일 수도 있다.
그렇게 그려볼 때 <로렌스 애니웨이>의 스테파니 비레어는 로렌스를 원하는 y축은 컸지만, 그 사랑의 x축이 마이너스값이라는 알았고, <500일의 썸머>에서 톰은 구속받기 싫어하는 썸머에게 자유라는 '행복'을 줄지언정 y축이 큰 운명같은 남자는 아니었다. 그리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쓰네오는 조제에게 ‘사랑한다’ 한번도 말하지 않을 정도로 x축이 작았고, 조제를 가족에게 소개시키지 못할 정도로 y축에도 확신하지 못하는, 조제와 반대되는 사랑의 크기를 가졌다.
#3.
신형철 평론가님은 "사랑에 대한 대개의 정의는 시도되는 순간 실패하기 십상이다"고 말한다. 더불어 '사랑은 무엇이다'라고 말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며, 다만 무엇도 사랑이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결국 여기에서 사랑에 대해 내가 말한 이런저런 말들 또한 망치를 들고 모든 것을 못으로 보고 있는, 좁고 어리석은 이야기일 뿐이다.
https://www.instagram.com/bread_book/ 발행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