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생각의 서고 67화

by 소는영

이곳이 저의 장소입니까.


선생님. 이곳이 정녕 저에게 허락된 입니까.


보이지 않기에 더욱 무섭기만 한, 보일 때보다 더욱 선명히도 보이지 않는, 저 노란 불빛만이, 허락된 것입니까.


선생님. 이곳은 너무도 따스하고 포근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두렵습니다. 이곳이 정녕 저에게 어울린다고, 당신께선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피로를 갈망하고 고통을 탐닉하고자, 휴식조차 용납하지 않는, 방 한칸 커다란 침대와 푸른빛 벽지. 어미의 안락함과 가족의 사랑이, 거대한 짐으로 느껴지기만 하는, 이 공간에서, 저는

어떻게 해야만 합니까.


수 많은 목소리와 셀 수 없이 상존한 채 나란히 쓰러져가는 '나', 그것을 지켜보는 하늘에서의 '나'.

목덜미를 강하게 물린채, 시력은 붉은 선혈에 흩트러기만 하던 늙은 순록. 하얀 눈밭에 적셔진 검은 낯가림.


정녕

이곳이 저의 장소입니까.





2026.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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