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결(小結)

문득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생각나던 오늘을 새기며

by 소는영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떠한 [기준]을 잡는다는 건,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어렵게 세운 기준을 철저하게 지킨다는 것은 또 얼마나 어려울지 생각해봅니다.


저 자신이 온당하게 세웠다고 굳게 믿는, 이른바 '잘난 신념'이 과연 [기준]으로서 준거치를 지니고 있었는지 재고해보며, 그러한 결론 앞에 저 스스로 떳떳할 수 있는지 숙고도 해봅니다.


자기 생각에 맞추어 남의 생각을 뜯어 고치려는 행위로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횡포를 말한다.


잘난 신념을 근거로, 과연 남들 앞에서도 굳건히 기준을 준수할 수 있을지, 확실하진 않습니다.

남들 앞에서 준수하는 척만 할 뿐, 저 스스로 부끄럽게 행동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울 앞에 섰습니다. 익숙한 몽타쥬, 낯선 실루엣을 마주하며 먼저 손 내밀어 인사합니다. 비록 제 악수를 안 받아줬지만, 스스로 돌아볼 기회가 주어진 것이니 괜찮지 않았을까 반문해봅니다.


저는, 과연 당당한 사람이었을까요? 누군가 무심코 던진 이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하긴 어려울 듯 싶습니다.


잘난 신념 이라는 기치 하에, 전가의 보도 마냥 [기준]을 적용한 건 아니었을지,


나에게만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건 아니었을지, 아니면 반대로 남에겐 쉽게 나에겐 모질게 대한건 아니었는지, 테세우스를 만나기 전의 프로크루스테스 침대마냥, 기분의 변덕스런 장단에 맞추고자, 일변도의 태도를 이리저리 변모시킨 건 아니었을지,

불편부당의 자세를 견지하지 않고 한쪽으로 경도된 판단을 내린 건 아닌지, 예를 들어, 나 자신에겐 완화하여 선해(善解)하고, 남에겐 엄동설한을 넘어 곡해(曲解)하진 않았는지,


미래의 남을 철저히 속이고자, 오늘의 나를 은밀히 기만한 건 아니었는지,


지금 글쓰는 시간을, 본래의 목적을 위한 자아성찰의 도구가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어줍짢은 허세로 전락시킨 건 아닌지,


등등

오늘 제게 이뤄진 갖가지 물음에 관한 [저 자신이 진솔하게 답변할 의무], 그것이 내일도,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되새기며 뇌까려 봅니다.




Mirror, Look in the Mirror, What Do You See?

[거울 속의 나와 거울 밖의 나], 이 둘은 서로 구분될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이때의 무엇이 현재로서의 진실이고, 비현실로서의 허구일지 궁구합니다. 어쩌면 단순한 백일몽이나 망상일지도 모르겠죠.


하지만 착하고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최선을 다하는 '나', 그리고 악하고 나태하고 불안정을 땔감삼아 뺀질거리기 바쁜 '나' 어느 쪽이 진짜 '나'일지, 이에 대해 가벼운 고찰은 느슨한 분위기에 긴장감을 싣는, 이른바 답보상태로부터의 성찰에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무엇이 정답인지, 적어도 지금의 '나'는 분명하진 않습니다. 정확하게는[알고 싶지만, 알 수가 없다]가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그런 것일까요, 오히려, 그렇기에, 전,

무슨 대단한, 잘난 신념 따위가 아닌,

단지, 일상으로서 하루를, 후회되지 않는 나날을, 보내기 위하여,

오늘 하루도 [그저 묵묵히] 움직이는 건 아니었을지, 자그마한 소결(小結)을 내봅니다.


내일도, 수고 많으셨던 하루가 되길 기원합니다.





2025. 9. 27. 오전 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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