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 표현의 심사, 법형성과 헌법적 이익형량을 중심으로

생각의 서고, 4화

by 소는영


I. 서론, 독일과 한국의 모욕적 표현에 관한 판단기준 비교를 위한 문제 제기



현대 정보사회에서 모욕적 표현(insulting expressions)의 규제 문제는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라는 두 헌법적 가치의 충돌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영역이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형법 제311조 모욕죄 조항이 명확성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유지하였는바, 이러한 확고한 입장에도 구체적 사건을 다루는 사법실무, 특히 대법원의 판단은 상당한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 예컨대 "기레기"라는 표현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보아 무죄로 판단한 반면, "뻔뻔이"라는 표현은 유죄로 인정한 사례 등은 법적 예측가능성Rechtssicherheit 측면에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러한 실무상 혼란의 근본 원인으로서, 대법원이 주로 채택하고 있는 [형법 제20조 '정당행위'라는 일반조항Generalklausel을 통한 접근 방식의 방법론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이 분석대상으로 주로 설정되고 있다. 즉, 헌법상 기본권 충돌의 문제를 형법상의 일반조항으로 환원함으로써, 본래 축적되었어야 할 의견자유권과 인격권 간의 헌법적 형량 기준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BVerfG)는 모욕적 표현의 문제를 철저히 독일 기본법Grundgesetz 제5조 제1항의 의견표현의 자유Meinungsfreiheit와 제2조 제1항 및 제1조 제1항의 일반적 인격권 간의 직접적인 헌법적 충돌 문제로 인식하고 접근한다.


따라서, 본고는 이수종(2025) 및 전상현(2021)의 논의를 바탕으로, 모욕적 표현을 심사하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방법론이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를 방법론(juristische Methodenlehre)의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특히, 양자의 차이가 단순한 결론의 차이가 아니라, 헌법적 이익형량(Abwägung)의 명시성 및 '법관의 법형성(Rechtsfortbildung)'을 다루는 방법론적 투명성의 차이에 있음을 논증하고, 이것이 한국의 사법 실무에 시사하는 바를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II. 모욕 표현에 대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헌법적 접근 방법



우선, 헌법상 기본권 충돌로서의 직접적 인식에서 살펴보도록 한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모욕(Beleidigung)죄의 형사 처벌 문제를 형법 제185조의 단순한 법률해석(Auslegung) 문제로 국한하지 않는 대신, 이를 기본법 제5조 제1항 제1문의 의견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와, 기본법 제5조 제2항이 정한 '개인의 명예권' 및 기본법 제2조 제1항과 제1조 제1항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기본권 간의 충돌 문제로 정면으로 다룬다.


이처럼 문제를 확정하였으면 방법론으로서 보호영역(Schutzbereich)과 정당화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독일의 접근법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모욕적이거나 논박적, 과장된 표현이라 할지라도 원칙적으로 의견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일단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다. 즉, 가치판단을 담고 있는 표현은 그 내용이 유해하다는 이유만으로 헌법적 보호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지 않는다.


기본권의 제한은 오직 정당화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기본법 제5조 제2항은 의견표현의 자유가 "일반법", "청소년 보호 규정", 그리고 "개인의 명예권"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예를 들면, 독일형법 제185조(모욕죄)가 이러한 '일반법'에 해당한다. 그러나 연방헌법재판소는 뤼트 판결(Lüth-Urteil) 이래로 상호작용이론(Wechselwirkungslehre)을 확립하였는바, 이 '일반법' 자체도 다시 기본권(제5조 제1항)의 중요성에 비추어, 즉 헌법합치적으로 해석되고 적용되어야 함을 천명했다. 즉, 정당화 단계의 핵심은 구체적인 사안에서의 '이익형량(Abwägung)'인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상충하는 의견의 자유와 인격권의 비중을 포괄적으로 형량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이익형량의 예외로서 별도를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연방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이익형량이 예외적으로 불필요하거나 그 결과가 명백한 경우를 설정하는데, 그 핵심 개념이 바로 '비방적 비판(Schmähkritik)'이다.

이때의 비방적 비판은 매우 엄격하고 좁게 정의되는 만큼, 특정 표현이 어떠한 '사안에 대한 토론'에 기여하려는 목적 없이, 오로지 '개인에 대한 비방(persönliche Diffamierung)'과 인격적 경멸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만약 어떤 표현이 이처럼 극단적인 '비방적 비판'이나 '형식적 모욕(Formalbeleidigung)', 혹은 인간 존엄성의 핵심을 직접 공격하는 것으로 분류되면, 그 표현은 원칙적으로 의견의 자유 보호 뒤로 후퇴하며(혹은 보호영역에서 배제되며), 복잡한 개별적 형량을 거칠 필요가 없게 된다.



그러나 연방헌법재판소는 최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혐오 발언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기존의 방법론을 수정·보완하였다.

'퀴나스트(Künast)' 결정으로 알려진 2021년 판결에서, 재판소는 어떤 표현이 '비방적 비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의견의 자유가 우위를 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즉, '비방적 비판'의 문턱을 넘지 않더라도, 여전히 헌법적 이익형량은 필수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디지털 공간에서의 익명성에 기댄 집단적 비방 맥락에서는 정치인의 인격권 보호 필요성 및 정치에 참여하려는 공직자의 공무 담임 의지 보호라는 '공적 이익' 또한 형량 과정에서 중요한 비중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사실에서 파악할 수 있다.


생각건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의견의 자유에 다소 치우쳤던 형량의 추(錘)를, 사정변경에 따라 인격권 보호 쪽으로 재조정한 것으로 사료된다.



III. 한국 사법의 방법론적 특징과 '법형성'의 문제



독일의 헌법적 직접 접근과 달리, 우리 대법원은 모욕적 표현의 허용성 문제를 주로 형법 제20조 '정당행위'의 틀 내에서 해결한다. 대법원은 해당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당행위' 접근법이 심각한 방법론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사회상규'라는 개념 자체부터 극도로 불명확하고 주관적이어서, 법관의 가치관에 따라 자의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으며 법적 예측가능성을 현저히 저해할 수 있다. 더욱이 이수종(2025)이 지적하듯이, 이러한 접근은 헌법상 기본권 충돌의 이익형량을 위해 마련된 절차(예컨대 형법 제310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의견자유권과 인격권의 조화에 관한 구체적인 헌법적 형량 기준이 사법부 내에 축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기레기"와 "뻔뻔이" 판결의 비일관성은 이러한 방법론적 혼란이 야기한 필연적 결과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전상현(2021)이 제시하는 '법관의 법형성' 논의가 핵심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논의를 전개하는데 있어, 필요한 개념을 설명하고자 한다. 법학방법론에서 '법해석(Auslegung)'이란 법률 문언의 가능한 의미 안에서 그 뜻을 확정하는 작업인 반면, '법형성(Rechtsfortbildung)'은 법률에 흠결(Gesetzeslücke)이 있을 때 유추적용이나 목적론적 축소 등을 통해 문언의 한계를 넘어 법규범을 창설·수정하는 사법작용을 의미한다.


실례로 보도록 하자. 대법원이 형법 제20조를 적용하여 형법 제311조 모욕죄의 성립을 배제한 경우, 이는 문언상 명백히 모욕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라는 상위 규범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형법 제311조의 적용 범위를 목적론적으로 축소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법해석'이 아니라 명백한 '법관의 법형성'에 해당한다. 여기서 도출되는 문제는, 대법원이 이러한 법형성 작용을 헌법적 가치에 기반한 법형성이라고 명료하게 밝히지 않고, '정당행위'라는 형법 조항의 '해석'인 것처럼 포장한다는 점이다.


전상현(2021)은 바로 이 지점을 비판하며, 사법부가 법형성 문제를 일반적인 법률해석의 문제와 구별하지 않고 모두 법률해석으로 다루어 온 실무 경향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법관이 법률에 대한 구속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법형성에 수반되어야 할 엄격한 헌법적 논증 부담을 회피하게 만든다. 즉, 대법원의 모욕죄 판단에서의 혼선은, 헌법적 이익형량이라는 '법형성' 작업을 '정당행위'라는 '법해석'의 외피 뒤에 숨기는 '은폐된 법형성(verdeckte Rechtsfortbildung)'의 방법론에서 비롯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IV. 방법론적 차이의 헌법적 함의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방법론은 헌법적 충돌을 헌법의 장(場)에서 명시적으로 해결한다. '비방적 비판'이라는 헌법적 개념을 정립하고, '퀴나스트' 결정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형량 요소를 제시하는 과정은, 헌법적 이익형량 과정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구체적인 기준을 축적시킨다. 반면, 대법원의 '정당행위' 접근은 헌법적 형량 과정을 '사회상규'라는 불명확한 법률 요건의 포섭 문제로 치환시킨다. 이로 인해 헌법적 논증은 실종되고 법적 예측가능성만 저해된다.


또한 전상현(2021)이 강조하듯이, 법관의 법형성은 사법권의 일부로서 정당화되지만, 동시에 권력분립과 법치주의의 헌법적 한계 내에서 엄격히 통제되어야 한다. 특히 죄형법정주의와 같은 영역에서는 법형성이 엄격히 금지된다. 비록 모욕죄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 위반은 아닐지라도, 헌법상 기본권(표현의 자유)에 근거한 법형성이라는 점에서 헌법적 논증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독일의 방식은 이러한 법형성 과정을 헌법적 이익형량이라는 이름으로 공개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그 자체로 헌법적 통제를 받는다. 그러나 한국의 방식은 '법해석'을 가장함으로써 헌법재판소의 규범통제를 포함한 헌법적 통제 자체를 방법론적으로 회피하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가기관 간 헌법해석의 충돌은 헌법의 규범력을 약화시키므로, 헌법의 우위를 실현하고 헌법해석의 통일성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헌법재판소에 의한 통제가 필요하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비방적 비판'이라는 헌법적 기준을 제시하고 하급심의 형량 과정을 적극적으로 통제함으로써, 헌법해석의 통일성을 확보하려 노력한다. 반면, 대법원이 헌법적 가치판단을 '정당행위'라는 일반조항의 해석 문제로 국한시킬 때, 헌법재판소의 헌법해석과 대법원의 법률해석 간의 충돌은 구조적으로 심화된다. 이는 전상현(2021)이 지적한 '부칙실효결정'에서 나타난 법원과 헌법재판소 간의 근본적인 갈등과 그 궤를 같이한다.



V. 결론: 시사하는 바에 관하여



본고는 이수종(2025)과 전상현(2021)의 논의를 토대로 모욕적 표현에 대한 독일과 한국의 사법적 접근법을 비교 분석하였다. 핵심적인 차이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이 문제를 헌법상 기본권의 충돌로 보고 명시적인 '이익형량(Abwägung)'의 방법론을 투명하게 제시하고 발전시키는 반면, 대법원은 헌법적 가치판단을 형법 제20조 '정당행위'라는 법률 조항의 해석 문제로 환원시키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은 법적 예측가능성을 저해하고 헌법적 형량 기준의 축적을 방해하는 근본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서 살펴본 독일의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모욕죄의 합헌성 여부와 별개로, 모욕적 표현의 사법적 판단은 헌법 제21조(표현의 자유)와 헌법 제10조 및 제17조(인간의 존엄과 가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충돌 문제임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당행위'라는 불명확한 법률 조항에 헌법적 판단의 무게를 모두 떠넘기는 현재의 방법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비방적 비판(Schmähkritik)' 개념을 정립하고, '퀴나스트(Künast)' 결정을 통해 디지털 환경의 특수성을 형량에 반영하듯이, 우리나라도 헌법적 논증에 기반한 구체적이고 투명한 이익형량의 기준들을 축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법관의 법형성'에 대한 헌법적 통제를 사법부 스스로 방법론적 투명성을 통해 구현하는 길이 될 것이며, 나아가 법치국가(Rechtsstaat)의 근간인 법적 예측가능성을 제고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2025. 10. 26.



참고문헌(參考文獻)



전상현, 《법관의 법형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통제》,헌법학연구 제27권 제4호, 헌법실무연구회, 2021.12. 437-479면


이수종, 《모욕적 표현에 관한 비교법적 고찰ㅡ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단경향을 중심으로》,헌법재판연구 제12권 제1호 ,헌법재판연구원, 2025. 6. 217-26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