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해석방법론과 법명제분석의 형식화에 관한 제언

생각의 서고, 3화

by 소는영



I. 서론, 법 해석방법론에 관하여



법의 해석은 법학의 실천적 핵심이자 가장 근본적인 방법론적 난제이다. 법규범은 입법자의 의도를 담아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언어로 구성되지만, 이를 구체적 사안에 적용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해석자의 규범적 내용 확정 작업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법학 및 법실무는 오랜 기간 법령 해석의 방법론에 대한 심도 있는 천착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이 실제로 사용하는 해석 방법과 그 정당성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여전히 중요한 학문적 과제로 남아있다.


본문은 2000년대 법원의 해석방법론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오세혁(2003)의 연구와, 약 20년의 시차를 두고 법해석의 오류를 교정하기 위한 엄격한 분석틀을 제안한 이민열(2024)의 연구를 통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오세혁(2003)이 제기한 한국 사법실무의 '목적론 편향적' 해석 경향과 그로 인한 건전성(soundness)의 문제를 진단하고, 이민열(2024)이 제시한 법명제의 내포적 동치 분석(analysis of intensional equivalence)이라는 형식적 방법론이 이러한 문제에 대한 방법론적 해답을 제공할 수 있는지 탐색하고자 한다.




II. 본론, 법원의 해석방법론 비판에 관한 소고



오세혁(2003)은 논문에서 법령해석비교프로젝트(comparative statutory interpretation project)의 분석틀을 차용하여, 대법원의 판례에 나타난 법령의 해석방법론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핵심 논지는 사법부가 표면적으로는 문리해석을 해석의 출발점으로 삼는다고 공언하면서도, 실제로는 입법목적을 앞세운 '목적적 해석'을 다른 모든 해석 방법에 우선시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1. 목적적 해석의 지배와 반문언적 해석의 감행


법원은 크게, '구체적 타당성', '사법적극주의', '사법판단의 정책성' 등을 근거로 법관의 법창조적 기능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태도는 해석방법론에 있어 문리해석이나 역사적 해석(입법자 의사)보다 입법목적을 중시하는 태도로 현출된다.


문제는 이러한 목적론적 경향이 법률의 문언적 한계를 넘어서는 '반문언적 해석(contra legem interpretation)'을 정당화하는 기제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본 논문에서, 형사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다액'을 '금액'(상한과 하한)으로 수정한 이른바 '금액판결'과, 민사사건에서 발행지가 흠결된 어음의 효력을 인정한 '어음판결' 을 대표적 사례로 제시된다. 특히 어음판결의 보충의견은 "형식적인 자구해석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입법정신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법의 의미를 부여하여야" 하며 "명문규정의 의미를 확대해석하거나 또는 축소·제한해석 하여야"하는 법형성적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한다.



2. 해석 '건전성'의 결여와 주관적 '목적'의 위험


이러한 목적론 편향적 해석은 심각한 방법론적 문제를 야기한다.


우선, 법관이 '입법목적'이라고 부르는 것이 실은 법관 자신의 선판단(pre-judgment)이나 주관적 가치판단이 투영된 것일 위험이 크. 현실에선 입법목적 자체부터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결국 법관의 결론을 정당화하는 사후적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해석의 건전성(soundness)을 훼손할 수 있다. 건전한 추론은 문리, 체계, 역사, 목적 등 다양한 해석 논거들을 편향 없이 숙고하고 그 상대적 비중을 철저히 고찰하는 데서 나오는데, 법원은 문리해석과 역사적 해석을 경시하고 목적적 해석에 과도한 비중을 둠으로써 방법론적 건전성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판결이유 설시에서의 솔직성(transparency)결여로 확장될 수 있다. 법원이 문언의 의미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결론을 내리고자 할 때, [자구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다른 해석방법을 끌어대어 실질적으로는 문언에서 벗어나는 해석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는 법치국가 원리가 요청하는 판결이유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


근대적 법치국가에서는 여전히 문언에 충실한 해석, 입법자의 의도를 존중하는 해석이 중요한 만큼, 법원이 해석의 한계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입법적 해결을 촉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III. 법명제 분석의 형식화에 관하여



앞서 살펴본 논문이 실무의 경향성을 비판적으로 기술한 것이라면, 이민열(2024)은 법해석 및 평가 과정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분석틀을 규정적으로 제안한다.


그의 연구는 법적 논증의 영역에 맞춰 가능세계 의미론(possible world semantics)과 분석철학의 도구를 도입하여, 법명제의 '내포(intension)'를 엄격하게 정의하고 '내포적 동치(intensional equivalence)' 관계를 식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 법명제의 '내포'와 '내포적 동치'의 형식적 정의


논문에선 법명제의 '내포'를 "법적 사건이 발생하는 모든 가능세계로부터 해당 법명제가 법적 사건에 유관함 여부 및 그 법명제 층위의 법의 일부임 여부에 관한 진릿값의 순서쌍으로의 함수(function)"로 규정적으로 정의한다. 수학에서나 보던 함수가 갑자기 등장해 당혹스러울 수도 있으나, 쉽게 말하자면 특정 법명제 p의 내포 I(p)는 모든 가능세계 w에 대해 <T/F ({유관성}), T/F ({법의 일부임})>라는 값을 산출하는 함수라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후술하겠다.


'내포적 동치'는 이러한 형식적 정의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두 법명제 p와 q는 함수의 논항(투입값)인 가능세계와 함숫값(산출값)인 진릿값의 순서쌍들을 일대일 대응시켜 논항과 함숫값의 계열이 모두 일치하는 경우, 즉 모든 가능세계 w에 대해 I(p)와 I(q)가 정확히 동일한 순서쌍을 산출할 때 내포적으로 동치가 된다는 것이다.



2. 법규범 네트워크와 실천적 지침


본문의 분석틀에서 핵심적인 것은, 분석 대상이 [고립된 법문장]이 아니라 [법문장으로 표현되는 내용과 논리적 관련성을 가지는 법규범의 네트워크 전부]라는 것이다. 이때 법명제의 내포를 분석한다는 것은 곧 그 명제가 속한 전체 법규범 네트워크가 모든 가능세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분석하는 것과 같다.


살펴본 바와 같이, 이러한 형식적 정의는 실무에서 직접 적용하기 어려운바, 본문에선 이 정의에 부합하는 세 가지 '실천적 지침'을 제안하고 있다. 이 지침들은 어떤 법규범 네트워크가 외견상 달라 보여도 사실은 내포적으로 동치인지를 판별하는 기준이 된다.


1. "동의어로 대체된 표현을 갖는다는 점에서만 다른 문장으로 표현된 법명제는 내포적으로 동치이다". 여기서 동의어는, 법에 의한 '규정적 동의어'와 '중심적 수범자들의 공개적 언어생활에서의 동의어'를 모두 포함한다.

2. "어떤 문장 집합이 표현하는 법규범의 네트워크는 그것이 논리적으로 함축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문장을 더한 문장 집합에 의해 표현되는 법규범의 네트워크와 내포적으로 동치이다".

3. "어떤 문장 집합이 표현하는 법규범의 네트워크는, 그 문장 집합으로 직접 표현되는 내용을 해석 적용하기 위한 추론에서 결합되는 전제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을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문장을 더한 문장 집합에 의해 표현되는 법규범의 네트워크와 내포적 동치이다".



IV. 그렇다면, 형식적 분석틀은 실무적 비판의 해답이 될 수 있는가



이민열(2024)의 제안은 오세혁(2003)이 지적했던 법 해석 실무의 고질적인 문제점들, 즉 '주관적 목적론', '고립된 법문장 해석', '방법론적 건전성 및 투명성 결여'에 대한 방법론적 처방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씩 상술하도록 한다.



첫번째는 주관적 '목적'에서 객관적 '필요 전제'로의 전환가능성을 보여준다.

오세혁(2003)이 비판한 가장 큰 문제는 법관이 '입법목적' 또는 '구체적 타당성'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동원하여 자의적인 결론을 정당화한다는 것이었다. 이 경우에는 실천적 지침 중, '추론에 결합되는 전제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내용'을 명시하도록 함으로써, 법관이 사용한, 주관적이고 묵시적인 전제들을 논증의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이민열(2024)이 제시한 '공익'에 관한 논증 분석은 오세혁(2003)이 비판한 실무의 행태에 대한 직접적인 분석적 대응으로 볼 수 있는데, 이해를 돕고자 하나의 예시를 들도록 하겠다. 어떤 정책 P가 대다수 국민에게 이익이 되므로 공익이라는 흔한 주장이 있다고 하자. 이 추론이 타당하기 위해선 [대다수 구성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적어도 이에 해당하는 구성원들에겐 공통으로 이익이 되는 것이다]라는 묵시적 전제가 최소한도로 필요하다.


그리고 한번 더, 이 전제를 내포적으로 분석해보자. 본 전제가 참이 되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구성원으로서, [국민1,국민2, 국민,... 국민k 등 해당하는 인원 모두], [마치 한몸 같이] 국민으로의 요건을 지녀야 하고, 반드시[국민이 아닌 경우로서 소수자에 해당하는 비국민]은 없어야만 한다. 이를 통해, 어떤 정책 P가 대다수 국민에게 이익이 되므로 공익이라는 흔한 주장은 허용될 수 없는 규범을 전제하고 있음이 폭로된다.


이러한 시각을 앞서 오세혁(2003)이 논문에서 비판하였던, 다시 말해, 법관이 '입법목적'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결론을 정당화하던 주관적이고 불투명한 과정에 적용한다면, '최소한도로 필요한 전제'라는 다소 객관적이고 형식적인 분석 대상으로 전환시킴으로써 그 논증의 건전성을 엄격하게 검증할 수 있게 함을 암시한다.



두번째는 '고립된 법문장'에서 '법규범 네트워크'로의 이행가능성을 보여줌으로서 해결방안을 강구한다.

법원의 '금액판결'이나 '어음판결'에서 보았듯이, 오세혁(2003)은 특정 법조문을 그 문언이나 체계로부터 고립시켜 반문언적 해석을 감행한다고 비판했다. 이때 이민열(2024)의 분석틀은 "고립된 법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려는 시도의 오류"를 교정하는 데 있어, 핵심 유용성 중 하나로 제시될 수 있다.


법명제의 내포는 항상 '법규범 네트워크' 전체와 관련되는 만큼, 그가 제시한 '참고인 압수수색 영장' 사례는 오세혁(2003)이 비판한 문제 상황에 대한 적절한 해설로 작동할 수 있다.


예시로 보면 다음과 같다. 어떤 검사가 형사소송법 제109조 제2항, [피고인 아닌 자의 신체... 압수할 물건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수색할 수 있다] 라는 고립된 법문장에만 기초하여 영장 없는 변호인 수색을 시도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민열(2024)의 분석틀은 '압수', '수색'이라는 개념이 첫 번째에서 언급한 실천적 지침(동의어)에 따라, 다른 형사소송법 조문들(제113조 영장주의, 제114조 영장의 방식, 제216조 영장 없는 압수수색의 예외)논리적으로 연결된 '법규범 네트워크'의 일부임을 명확히 한다.


따라서 동법 제109조 제2항의 법명제는 다른 조문들이 규정한 영장주의의 요건을 충족하는 것을 이미 그 내포에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무시한 해석은 법명제의 내포를 오인한 것이 되는 것이다. 이는 오세혁(2003)이 요구한 '체계적 해석'을 '내포적 동치'라는 형식논리로 정교화한 것으로 이해할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 '수사(Rhetoric)'를 넘어 '논리적 함축'으로 건전성과 투명성의 확보를 기획한다.

오세혁(2003)은 법원의 해석방법이 '건전성'이 부족하고, 판결 이유의 '솔직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비판하였는바, 이는 이민열(2024)의 두 번째 실천적 지침(논리적 함축의 명시)으로 그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룰 수 있다.


그는 논문에서 법적쟁점이 한낱 수사(rhetoric)의 영향으로 왜곡되는 것을 비판하며, 내포적 동치 분석이 숨겨진 법적쟁점을 드러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때 예로 사용된, 이른바 '피해자' 호칭 사례는 어떻게 오세혁(2003)이 요구한 '솔직성'과 '건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간접적이나마 보여준다.


여기도 이해를 돕고자 예시를 들겠다. 어느 재판 과정에서 고소인을 '피해자 A'라고 칭하는 관행은, 그 발언 맥락과 평가 상황(피고인과의 대립 관계) 하에서, "A는 피고인에 의한(...)범죄사실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이다"라는 명제와 내포적으로 동치관계에 있다.


좀 더 나아가보자. 이 문장은 "피고인은 A에 대하여(...)범죄사실로 피해를 입혔다"는 명제를 논리적으로 함축한다. 그렇다면 '피해자'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법규범 네트워크에선, 이미 '피고인이 유죄'라는 판단을 포함하는 네트워크와 내포적으로 동치이다. 충격적이게도, [피해자]라는 용어 사용 관행이 단순한 호칭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상 무죄추정원칙(헌법 제27조 제4항)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중대한 헌법적 쟁점을 숨기고 있음이 폭로된 것이다.


이는 오세혁(2003)이 그토록 강조했던, 법원이 "충돌되는 이유들을(...)최대한 솔직하게 드러내어야 한다"는 방법론적 요구를 이민열(2024)의 형식적 분석틀이 어떻게 수행해낼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 볼 수 있을 것이다.




V. 결론, 진단과 처방가능성



오세혁(2003)은 2000년대 법원이 문언과 체계의 엄격함보다는 '구체적 타당성'과 '입법목적'이라는 이름 하에 법창조적 기능을 우선시하는, 방법론적으로 건전하지 못하고 불투명한 해석 관행을 지니고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시점에 제안된 이민열(2024)의 '법명제의 내포적 동치 분석'은 오세혁(2003)이 제기한 문제들에 대한 정교한 방법론적 응답이자, 대안책으로 쓰일 수 있다.

이민열(2024)의 분석틀은 법관의 주관적 '목적' 탐구를 '논리적 함축'과 '필요 전제'의 형식적 분석으로 대체하고, '고립된 법문장' 해석의 오류를 '법규범 네트워크' 전체의 내포를 분석함으로써 교정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의 방법론은 오세혁(2003)이 그토록 강조했던 해석의 '건전성'과 '솔직성(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가 제안한 법적논증에 숨겨진 전제와 논리적 함의를 명시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법관의 법해석 과정에서의 자의성으로부터 보호하고 법치주의적 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오세혁(2003)이 진단한 '병리'에 대해, 이민열(2024)은 법철학과 분석철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정밀한 처방'을 제시한 결과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參考文獻》



오세혁, 《한국에서의 법령해석-우리나라 법원의 해석방법론에 대한 비판적 분석》, 한국법철학회, 법철학연구 제6권 제2호, 2003, 119-150면


이민열, 《법명제의 내포적 동치 분석》, 한국법철학회, 법철학연구 제27권 제1호, 2024, 447-49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