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쏘시개 연작 - 9번
고생 많았지? 그동안 고마웠어. 이제는 편히 쉬렴. 사랑해.
2020년 2월 16일 오전 10시 10분 못난이오빠가
삶과 죽음. 그 필연적인 윤회의 일환. 돌고 도는 운명의 소용돌이. 무엇인가를 놓쳤을 때, 혹은 보냈을 때 떠오르는 낱말들의 묶음이다.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없다는 점에서 사뭇 당황스럽기도 하다. 말을 조리있게 하는 것도, 문장을 부드럽게 다듬는 것도 어려우니 말이다.
죽음은 낯설지 않다. 언제나 나의 근처에 항상 있었다. 새해를 맞이하며 동해서 회포를 풀고자 한 가족을 화마가 일소시켜버린 비극적인 뉴스부터 시작해, 한강 투신자를 구하려다 순직한 경찰관의 소식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비극(悲劇). 이 단어를 쓰는 그 순간, 그 사람의 일화는 더이상 객관적이지 않게 된다. 머리의 구석진 곳에 조그맣게 자리잡은 채 회상의 단계를 거쳐 어느새 장기기억으로 저장되어 버린다. 인간은 일상에서 쉽사리 접하는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그 모든 것을 잊지 않고자 노력하진 않는다. 만약 그렇게 작동했다면 단언컨대 우리의 인지능력은 제 실력을 펴보지도 못한 채 시들었을테니 말이다. 과부하로 말이다.
결국 인간 개개인이 각자 생각했을 때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사건·사고에 한해서 ‘라벨링’의 과정을 통해 그것은 비로소 우리의 자산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자산이 플러스가 될지 아니면 마이너스가 될지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그 의미를 달리한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감정의 무게로는, 글의 가벼움을 견뎌낼 수 없었다. 지금은 내가 마주한 감정을 직시해야만 한다. 오늘만은 이성적인 척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립다면, 그리워하자. 눈물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지금 순간에도 나의 엘비, 나의 나나가 보고 싶다.
그립다.
2025.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