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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썬이 Mar 13. 2023

평생 간직하고픈 내 아이의 이 사진

기괴하지만 신비롭고 감동적인

초콜릿을 좋아하는 첫째 아이. 일곱 살 치고(?) 이는 성실하게 잘 닦는 편이지만, 군것질을 자주 하고 때로는 미처 이를 닦이기 전에 잠들어 버리는 경우가 있어 걱정이었다. 그러던 차에 영유아 구강검진에서 육안으로도 충치가 무려 3개나 발견되었고 그중 하나는 즉시 치료가 필요해 보이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 치과를 재방문하라는 소견이었다.


구강검진 이외의 목적으로 치과를 방문한 적이 없던 아이인데 과연 어른도 기피하는 치과진료를 잘 받을 수 있을까 무척이나 걱정스러웠다. 우선은 정확한 치아상태 확인을 위해 구강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다.


아이가 생각보다 의젓하게 촬영실에 혼자 들어가 엑스레이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내 머릿속은 온통 ‘이 예민하고 섬세한 아이를 어떻게 달래 가며 힘든 치료를 진행해야 할까?’, ‘제발 최소한의 치료로 끝낼 수 있는 가벼운 충치이기를’ 등과 같은 생각들로 복잡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진료실 모니터에 무심하게 띄워진 내 아이의 이 사진을 보고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헉, 뭐가 이렇게 많아?’


이 많은 꼬마 괴물의 구강 엑스레이

그 어떤 사진전에서 본 사진들보다도 충격적이고 사실적이었다. 아이의 같은 반 친구들 중에 유치가 벌써 여러 개 빠진 친구도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내 아이도 곧 유치가 빠질 거고 유치가 빠진다는 말은 그 자리에 영구치가 난다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도 난 단 한 번도 그 이빨들이 저 작은 잇몸 속에 준비된 자세로 대기하고 있을 거라고 상상을 못 했었다(신축 아파트에서 틀림없이 빈 벽이라고 생각한 공간에 알고 보니 팬트리가 있을 때의 놀라움이랄까).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의외의 사진이 모성애보다 호기심이 더 많은 이 엄마의 취향을 저격해 버렸다. 나는 아이의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또 보았다. 너무 경이로워서 잘하면 눈물도 찔끔 날 것 같았다. 나란 엄마는 이렇게 뼈 사진 정도는 보여줘야 내 아이가 가진 잠재력을 깨닫고 인정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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