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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썬이 Mar 18. 2023

엄마의 글쓰기(4)

4라는 이름

네 번째 글쓰기 수업의 주제는 소설에서의 인물 묘사하기였다. 글의 장르가 소설로 분류되기는 했지만 내 상상력과 창의성의 한계로 결국 글감은 내 주변에서 얻을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다 내가 겪은 이야기일 텐데 그게 무슨 소설이야?’라고 자조적인 생각부터 들었지만, 인물 묘사 한 가지에 집중하며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오히려 있을 법한(그래서 더 그럴듯한) 허구의 작품이 나올 수 있겠다 싶었다.


내가 인물 묘사의 대상으로 삼은 주인공은 첫째 아이의 친구 엄마인데 아이가 쌍둥이 둘을 포함해 모두 넷이며 나와 동갑이다. 서로 공통점이 있어서 지금은 많이 친해졌지만 처음 만났을 당시에는 내가 그녀를 여러 가지로 인상 깊게 살펴보았어서 그때의 기억을 바탕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


4라는 이름


그녀를 처음 만난 것도 지금처럼 어린이집 앞 놀이터에서였다. 그녀는 쌍둥이 유모차를 앞뒤로 흔들어 밀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곤 했다. 데리고 온 남자 쌍둥이들은 유모차 안에 갇혀 있기에 이미 너무 커버린 듯했지만 그녀는 절대로 아이들을 풀어놓을 생각이 없었다.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단호했다.


그녀는 늘 단조로운 무채색의, 장식이라고는 없는 실용적인 디자인의 옷을 입고 나타났다. 몸의 어느 한 부분, 작은 소지품 하나까지도 군더더기라곤 없었다. 이러한 모습은 그녀의 취향이라기보다는 아마도 아이 넷을 키우면서 최적화된 옷차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 미터 밖에서도 마스크 쓴 그녀를 못 알아볼 사람은 없었다. 크고 호리호리한 몸으로 부지런하면서도 과장됨 없이 걷는 걸음걸이는 마치 그녀의 이름표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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