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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썬이 Jan 06. 2023

쿠키가 이렇게 쫀득해도 되나요?

feat. 타르틴 베이커리의 솔티드초콜릿호밀쿠키

나의 베이킹 주종목은 발효빵이지만, 아이가 셋이 되고 나니 쿠키에 많은 관심이 생겼다. 쿠키는 아이들이 열광하는 달콤한 간식이면서, 교류하는 엄마들, 지인들, 기타 감사한 분들에게 부담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선물이 된다. 그래서 요즘은 베이킹 책을 훑어볼 때 발효빵 레시피만큼 쿠키 레시피를 많이 살펴보는데,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쿠키라는 녀석은 워낙에 그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그중 몇 가지만 고르자면 선택 장애가 올 지경이다.


체커보드 쿠키

내가 다녔던 베이킹 학교에서는 페이스트리(Pastry) 과목의 일부분으로서 쿠키를 다뤘었는데, 대부분 클래식한 느낌의 유러피안 쿠키였다. 쿠키라고 하면 초코칩쿠키나 떠올렸던 나에게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특히, 체커보드 쿠키(Checkerboard Cookies)를 처음 접했을 땐 ‘저 예쁜 무늬가 공장이 아닌 내 손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하면서 쿠키반죽을 재단하고 완성해가는 내내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아몬드 비스코티(좌)와 바닐라킵펠(우)

미국서 지내는 동안은 아몬드 비스코티와 바닐라킵펠 등 수업시간에 배운 쿠키들을 종종 구워냈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쉽사리 손을 대지 못했는데, 바로 베이킹 재료 때문이었다. 실제로 내가 미국에서 사 온 많은 베이킹 책 안의 레시피들이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 재료들을 요구한다. 각종 향(extract), 견과류 페이스트, 허브, 과일잼, 그리고 일부 유제품 등이 그것에 해당된다. 나같이 현장 경험이 부족한 홈베이커는 필요한 재료를 구하지 못할 경우 어떤 재료로 대체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타르틴 북 No.3> 에 소개된 솔티드 초콜릿호밀 쿠키

그러던 어느 날 사워도우 브레드(시판 이스트가 아닌 공기 중에 존재하는 천연 이스트로 발효시켜 만드는 빵)로 유명한 타르틴 베이커리의 책에서 여느 때처럼 발효빵 레시피를 살펴보다가 책 뒷부분의 쿠키 챕터를 발견하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넘기던 중 발견한 이 쿠키는 바로 지금 나의 최애 레시피가 된 솔티드 초콜릿호밀 쿠키였다. 나는 일단 사진 속 쿠키의 모습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먹어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진한 초콜릿 맛, 바삭해 보이는 크랙이 있는 쿠키 표면, 소금을 얹어 맛과 모양에 모두 포인트를 준 점 등 딱 이거다 싶었다.

  

얼른 솔티드 초콜릿호밀 쿠키의 재료 리스트를 살펴보았다. 나에게 없거나 확실하지 않은 재료가 몇 가지 있었는데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대체하였다.


1. 카카오 함량 70퍼센트의 초콜릿 - 나에게는 카카오 함량 약 50퍼센트의 조금 더 달콤한 다크 초콜릿 커버춰가 있었다. '가급적이면(preferably)'이라고 했으니 동일한 초콜릿이 아니어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2. 다크 호밀가루 - 호밀가루는 밀가루와 달리 수입산과 국내산 둘 다 어차피 흔하게 유통되고 있지는 않아서 나는 이왕이면 국내산 호밀가루를 구입한다. 그런데 국내산 호밀가루의 경우는 수입산처럼 다크, 미디엄, 라이트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나는 한 가지 호밀가루를 용도 구분 없이 사용한다.


3. 머스코바도 설탕 - 사탕수수 원물의 미네랄 성분이 가장 많이 보존되어 있는 비정제설탕으로 색이 진하고 젖은 모래 같은 질감을 가지고 있다. 나는 터비나도라고 하는 비정제설탕으로 대체하였는데, 터비나도 설탕은 머스코바도 설탕에 비해 입자가 크고 수분감이 적어서 반죽을 할 때 잘 용해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4. 말돈 소금 -  책에 실린 사진에서처럼 플레이키한 느낌의 소금으로 장식하려면 말돈 소금이 적합하다. 하지만 나는 요즘 국민빵으로 떠오르는 소금빵에 쓰려고 대량으로 구입한 셀루살 안데스 호수 소금 굵은 것이 있어서 추가로 구입하지 않았다. 검색해 보니 쿠팡, 마켓컬리 등에서 소량 구매가 가능하다.


차가워진 반죽은 꽤나 단단해서 스쿱 모양이 잘 유지된다.

재료 계량이 끝나면 먼저 초콜릿과 버터를 함께 중탕으로 녹이는 한편, 믹서기에서는 달걀을 휘핑하면서 설탕을 조금씩 여러 번에 나누어 넣어 녹인다. 설탕을 다 넣으면 고속으로 휘핑하는데 설탕 입자가 보이지 않게 녹고 달걀의 부피가 살짝 커질 때까지 약 6분간 진행한다. 내가 사용한 터비나도 설탕은 입자가 커서 잘 녹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 1-2분 정도 더 오래 휘핑을 했다.


달걀 휘핑이 끝나면 녹인 초콜릿(버터가 포함된)과 바닐라 익스트랙을 넣어 저속으로 완전히 섞고, 그다음 체친 가루류(호밀가루, 베이킹파우더, 소금)를 넣어 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섞어주면 완성이다. 완성된 반죽은 30분간 냉장실에서 보관하면 단단해지는데, 이렇게 하면 스쿱으로 손쉽게 모양을 낼 수 있다. 마지막 단계에서 소금 알갱이 3-4개씩을 쿠키 가운데에 올리고 살짝 눌러 고정시킨다.


완성된 초콜릿 호밀쿠키

완성된 솔티드 초콜릿호밀 쿠키의 가장 큰 두 가지 특징은 가뭄으로 메마른 땅처럼 갈라진 표면, 그리고 촉촉함을 넘어 쫀득한 속살이다. 그야말로 ‘겉바속촉‘이라 할 수 있다. 먹을 것에 있어서 ’겉바속촉‘은 언제나 정답이 아니던가.


이 쿠키의 레시피가 실린 <타르틴 북 No. 3>에서는 이 쫀득한(fudgy) 질감이 호밀가루의 특성에 기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물과 만나 반죽을 하면 탄력과 팽창성이 생기는 밀가루와 달리 호밀가루는 끈적끈적한 질감이 된다. 호밀 100프로의 호밀빵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탄력 있는 빵을 만들 때는 방해요소가 되는 호밀가루의 특성이 초콜릿 쿠키로써는 큰 매력점이 되다니 무척 흥미롭다.


예쁘게 구워진 쿠키를 골라 선물로 나눠준다.

연습을 핑계로 많이 만들어 낸 쿠키의 반 이상을 가까운 엄마들에게 나눠 주었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빵과 쿠키를 나누어 줬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반응이 뜨겁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이 쿠키를 한입 베어 물면 두 눈이 귀엽게 동그레 진다. 모르긴 몰라도 전래동화 속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한 곶감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놀라운 건 남편의 반응. 초콜릿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이 쿠키만큼은 앉은자리에서 몇 개씩 먹어치우는 것이다. 심지어 친구나 동료에게 나눠주고 싶다면서 포장해 가는 수고(?)까지 감수할 정도이니 이 쿠키가 가진 매력이 정말 큰 모양이다.



나만 알고 싶은 이 쿠키 레시피. 타르틴 베이커리가 이미 국내에 여러 지점을 냈고, 더불어 <타르틴 북 No. 3>도 번역서로 출간되어 있으니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일까? 누군가 솔티드 초콜릿호밀 쿠키로 돈을 벌고 그래서 이 쿠키 이름이 유명해지기 전에 더 잘 만들어서 더 많이 나눠줘야지. 그것이 내가 홈베이커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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