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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썬이 Jan 27. 2023

엄마의 글쓰기 수업(1)

그래도 내 삶에는 내가 있다


뻔해 보이는 아이 셋 엄마의 일상도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어느 날 문득 주말이 주말 같지 않은 게 싫어서 토요일 오전만큼은 양해해 달라 남편에게 말하고(애 키우면서 처음으로 당당했다)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겠노라 선언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5주간의 글쓰기 수업이었다.


나는 정말 글을 잘 쓰고 싶었나? 그것보다는 이 수업을 들어야만 하는 핑계가 필요해서 글을 쓰고 싶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주말마다 홍대에 가고 싶어서 KT&G 상상마당 홍대 아카데미의 수업을 알아보았고 기쁜 마음으로 수강등록까지 마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업 하루 전날, 이 글쓰기 수업이 줌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강의라는 사실을 비극적으로 깨닫고 만다. 정신 차려, 이 아줌마야!


어찌 되었건 나는 매주 즐겁게 착실하게 수업에 참여했고 짧건 길건 매주 글 하나를 써 내려갔다. 아래의 글이 바로 첫 수업날 내가 쓴 에세이다.




그래도 내 삶에는 내가 있다


쿵쿵. 부스럭부스럭. 지긋지긋한 엄마라는 사람의 귀는 옆방의 쌍둥이가 잠에서 깼다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린다. 피곤하다고 불평할 틈도 없이 거실로 나가 방에서 나올 아이들을 기다린다. 행여나 잠투정이라도 해서 아직 곤히 자고 있는 누나를 깨워서는 안 되기에.

 

오늘은 글쓰기 수업 첫날이다. 아직 엄마 손길이 많이 필요한 세 아이를 키우면서 주말에 수업이라니, 누가 봐도 사치이고 욕심이겠지만 나에게는 용기였다.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나와 남들 모두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용기.

 

늘 자의 반 타의 반 부지런한 하루를 보내지만 오늘은 조금 더 부지런해 보기로 했다. 입맛 까다로운 첫째 아이가 먹고 싶다고 노래하던 ‘고기볶음밥’을 만들었다. 먼저 식사를 시작한 쌍둥이 동생들이 맛있게 먹는다. 오늘 아침 메뉴는 성공인가 했는데 첫째 아이가 한 술 뜨고는 ‘엄마, 나 다른 거 먹을래.’ 한다. 결국 늘 먹던 걸로 다시 만든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른다. 설거지할 그릇이 늘어난다. 나는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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