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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adhat Oct 20. 2020

고향

"그 익숙함 속에서 조금씩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껴가고 있음을 안다"

그것은 이곳 사람들의 것이었다.

 나에게 ‘고향’이란?

 어렸을 적부터 ‘고향’은 내게 무한한 동경의 대상이었다. 잔잔하고 편안하며 따뜻한 곳, 역사가 있는 곳. 이곳에서 이주간 지내며 처음으로 그 ‘고향’의 감촉이 손끝에 와 닿았다. 그러나 더 이상 다가갈 수는 없었다. 그것은 이곳 사람들의 것이었다. 부러웠다. 이상하게도 이십여 년을 한 곳에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곳에 쉽사리 정을 붙이지 못했다. 나의 집과 동네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예전부터 그곳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도 컸고, 정겨운 곳에 대한 맹목적인 갈망도 컸다. 성인이 되고서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집 밖으로 참 많이 나돌아다녔다. 하지만 바깥 그 어디에도 내 상상 속 고향은 없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밖을 향하던 그 에너지는 이제 안으로 향하며 ‘나’를 정립해 나간다.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내가 추구하는 것… 그리고 내가 있는 곳. 처음으로 내가 사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잔잔하지도, 정겹지도 않지만, 나에겐 너무 익숙해서 눈을 감고도 걸어다닐 수 있는 곳, 구석구석의 역사를 모두 아는 곳이다. 매일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익숙함 속에서 조금씩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껴가고 있음을 이제는 안다.

 고향은 언제나 여기, 내가 있는 곳에 있었다. 고향은 축적된 삶의 기억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고향’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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