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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 Nov 07. 2019

커피, 어떤 음식과 드시고 계신가요?

빵과 커피에 관한 에세이 05

흔히 말하는 카페투어(카투)를 많이 다니는 요즘

요즘엔 빵집보다 카페를 더 많이 다니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어울리게 된 분들이 거의 카페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인 것이 크고 새로 생기는 공간들 중에서 빵집보다 카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카페에서 베이커리 메뉴를 취급하는 규모가 점점  빵집 수준으로 커지고 있기도 했었고. 이 쪽 트렌드에 관해서 글을 적어보고 싶은 욕망도 있지만, 섣부르게 접근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 내 얕은 지식으로 적는 것은 조금 미루어 두려고 한다.


그리하여 카페를 가게 되면 주로 음료만 주문하지 않고, 소소하게 먹을거리라도 같이 곁들이는 편이다. 주로 디저트 계열이 많기는 하지만 은근 디저트가 아닌 다른 음식들도 많아 일단 글 제목을 저렇게 달아보았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카페에 들어가면 으레 곁들이는 디저트는 9할 이상이 조각 케이크였다. 세모난 모양의 그 케이크. 최근에는 솔직히 이런 모양의 케이크를 많이 먹지는 않고 있다. 트렌디한 가게들을 많이 다니다 보니 모양에서부터 개성을 담아내려고 하는 디저트를 접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솔직히 몇 년 전 케이크는 거의 다 이런 모양이었다.

한 때 연남동 치즈케이크는 다 똑같은 모양이라고 할 정도로 원통 모양의 치즈케이크가 유행을 탄 적이 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E 카페에서 인기를 얻은 그 치즈케이크는 철마다 제철 과일을 올려 만든 모양이 참으로 먹음직하고, 예쁘기도 예뻐서 여기저기 많이 퍼져나간 것 같았다. 좀 더 나아가면 각종 재미난 모양의 디저트들도 있다. 숙대 D 카페의 당근케이크는 만화 ‘피넛츠’의 캐릭터인 찰리 브라운을 그려놓은 귀여운 모양이 특징이었는데, 요 찰리 브라운 모양의 디저트들 역시도 여기저기서 정말 많이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었지만... (나는 라이언 파다.)


케이크만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휘낭시에, 마들렌, 까눌레 삼총사의 구움 과자는 이제 유행을 넘어서 아주 대중적으로 자리를 잡은 모습. 요것도 에세이에서 한 번 다루어보고 싶다. 아무래도 구움 과자류는 만드는 방법 자체가 크게 어렵지 않고, 거대한 장비를 요구하지도 않다 보니 공간이 크지 않은 카페들에서 소소하게 만들기에도 좋았다. 쿠키, 스콘과 더불어 커피와 어울리는 음식을 뽑아보라고 할 때 1순위로 떠오르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연남동 E카페의 치즈케이크
찰리 브라운...

식사가 가능한 각종 빵과 브런치류까지 범위를 넓힌다면 더더욱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애초에 외국의 카페들은 음식을 겸하는 게 당연한 모습이라고 하니 이런 스타일의 가게들까지 더하면 끝이 없어진다. 외국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요샌 개인 카페에서 파블로바까지 나온다. 마카롱이나 다쿠아즈를 내어놓는 카페는 워낙 많아졌고.


가장 최근에 커피와 먹었던 음식 중 기억에 남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과일과 붕어빵.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온다. 너무나 친숙한 음식 아니던가? 근데 또 이게 카페에서 만났을 때는 남달랐다. 물론 붕어빵 같은 경우에는 속을 다르게 채운다거나 해서 고급화를 시키긴 했지만 모양은 영락없다. 과일은 1인분 사이즈로 잘라서 정갈하게 내어주셨었고. 이 두 가지가 은근 커피랑 간단하게 먹기에 좋았다. 케이크는 가끔 부담될 때도 있는데, 붕어빵이나 과일 정도라면 부담 없이 즐기기에도 나쁘지 않았고 말이지. 특히나 뭔가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 좋았다. 마루에서 가족들과 티브이 보면서 커피 마시는 시간을 가질 때 어머니가 어디선가 슬쩍 내오시는 쏠쏠한 간식을 먹는 그런 기분. 물론 결정적으로 이 음식들이 은근 사진 빨을 잘 받기도 했다. SNS 속에 사는 내가 봤을 때 더 색다르게 느껴졌던 건 아무래도 이런 사진적인 요소를 빼놓고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과일과 붕어빵. 너네 은근 사진빨을 잘 받네?

나는 커피와 함께 곁들이는 음식으로는 조금 자극이 있는 음식들을 좋아한다. 핸드드립 커피를 주로 마시기도 하고 특히나 우유나 다른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 커피를 많이 마시는 요즘인지라 달달한 맛이 고플 때가 많았는데,  특히 단맛이 있는 두툼한 쿠키류나 구움 과자류가 딱이었다. 따뜻한 커피 중 특히 고소한 견과류나 초콜릿 향을 살린 커피들과는 버터리한 맛이 풍부한 휘낭시에나 클로티드 크림을 바른 스콘 등이 잘 어울렸고, 산미가 있고 과일 향이 풍부한 맑은 커피에는 단맛이 있으면서도 무겁지 않은 디저트가 좋았다. 간단하게는 치즈케이크나 상큼한 레몬 같은 재료가 들어간 마들렌, 좀 더 나아가면 판나코타나 푸딩 계열의 디저트 정도가 어울렸다. 은근히 아이스크림이 핸드드립 커피와 그 조합이 남다르다는 것도 최근에 알았다. 물론 에스프레소가 들어가는 아포가토가 있기는 있지만,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머금은 채로 드립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 그 두 맛이 적절하게 중화되며 부드럽게 섞이는데 요게 아포가토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물론 이것들은 내 취향이니 역으로 페어링 했을 때 더 취향에 맞으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입맛은 주관적인 것.


쿠키와 스콘. 커피 친구로 가장 보편적인 녀석들이다.

페어링 하니 떠오르는 게 있다. 최근에 자주 들르는 독특한 콘셉트의 i 카페. 이 곳의 룰은 처음에 원두를 고르면 디저트는 자동으로 어울리게 페어링 해주시는 방식이다. 반대로 디저트부터 고를 수는 없는 룰. 때문에 커피 위주의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커피와 디저트가 각각 자기만의 영역에서 깊이 있게 발전해 왔다면, 이제는 그 둘을 심도 있게 결합시키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퍼져나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휘낭시에, 마들렌 같은 구움과자류는 이제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i카페의 페어링 세트. 산미가 있는 커피와 판나코타를 조합해 주셨다.

그러고 보면 한국적인 음식인 떡이나 양갱, 약과 등 한과들도 요샌 카페에서 많이 보인다. 서양의 음료인 커피와 우리 전통 음식의 만남 또한 좋다. 물론 한옥 카페가 워낙 유행이니 그렇지 않겠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으리으리한 곳들 말고 떡과 커피를 비교적 세심하게 신경 써서 내어 놓으시는 작은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전통음식 또한 은근히 커피와 궁합이 쏠쏠한데, 특히 떡 같은 경우에는 맛이 아주 강하지 않다 보니 커피 맛을 해치지 않기도 하고 식감도 부드러워 먹기도 편했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약과랑 강정을 더 선호한다. (좀 더 자극적이기도 하고 예전부터 그냥 좋아하...)


한국적인 디저트와 커피의 조합

어울림,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혼자 일 때 그것이 뿜어내는 매력과 둘 혹은 셋이 모였을 때 그 각각이 발현하는 매력은 또 다른 느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커피나 디저트 자체의 온전한 맛을 즐기는 것도 물론 즐거운 일이겠지만 때로는 이렇게 어울림이 만들어내는 조화에도 한번 발을 담가 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우리가 보지 못한 숨겨진 모습을 보여줄지도 모를 일이다. 마치 멀리서만 바라보던 그 사람과 직접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와 내가 만들어내는 느낌이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처럼 말이지.



카페 투어를 다니다 보면, 새삼 먹을거리가 참 다양하는 것을 실감합니다. 그만큼 카페들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도 되겠지요.

브런치집, 찻집, 빵집(전문 디저트 카페 포함)을 최대한 제외한 카페들의 사진만 셀렉해봐도 너무너무 많았습니다.


비교적 옛날 사진들도 많아서 화질 차이가 극명하네요. 농담 삼아 디지털 풍화라고도 하죠.^^

개인적으로 찰리 브라운 디저트들은 기대에 비해 조금 아쉬웠던 기억도 납니다.


까눌레는 이상하게 사진을 못 찾아서 못 올렸는데, 까눌레를 포함한 구움 과자 들은 정말 흔해졌죠.

물론 아직도 우리 부모님께서는 이 콩알만 한 게 2천 원이 넘냐고 하시지만 말입니다.


과일 같은 경우에는 생각보다 너무너무 잘 어울려서 놀랐었네요.

과연 다음엔 또 어떤 음식과 커피의 조합이 유행을 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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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ds_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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