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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식가 Aug 18. 2019

다이어트가 빵으로 이어진 나의 과거사

빵과 커피에 관한 에세이 프롤로그


"먹을 거 참 많은데 왜 빵이에요?"


"치킨, 피자, 고기 아니면  과자도 있고 다 같이 먹어도 되잖아?"


"다른 건 조금 질려서? 나는 그래"


그래 질렸다. 내 경우에는 그랬다.


빙 돌아서 글을 적어야 한다는 것이 내키지는 않지만,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어쩔 수가 없다. 아주 오래전으로 돌아가 그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내야 한다.  살과의 지독한 전쟁 그 이야기를.


나는 어렸을 때부터, 적어도 기억이 나는 시점에서부터는 항상 살이 쪄있었고, 식탐을 남들보다 ‘조금 많이’ 가지고 있었다. 왜 그랬는지를 내가 어떻게 알겠냐만 그런 연유로 초등학교 이후로 생활기록부에는 계속 비만이 찍혀서 나왔고, 그 비만의 정도는 점점 더 심해져만 갔었다. 고등학교 2, 3 학년 때쯤엔 110kg, 20 대 중후반이 되어서는 150kg을 돌파했었으니 그 성장 곡선은 아마도 지수함수의 그래프와 비슷한 모양이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허리 치수도 처음엔 32, 36, 38에서 나중엔 48까지 올라갔었는데, 그쯤 되니 슬슬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기 시작했었다. 옷은 인터넷으로만 사야 했고, 한겨울에도 땀이 줄줄 흐르는 데다, 동네 슈퍼마켓이라도 다녀오면 지쳐서 퍼져버리는 게 다반사. 어딘가 멀리 간다는 건 자동차 없이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애초에 남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창피해 얼마 나가지도 않았었지만. 그렇게 계속 움직이는 시간은 점점 줄고, 방에 틀어박혀 먹는 양은 점점 늘어가니 상황은 오히려 나빠지기만 했었다.


피자, 치킨을 일주일에 몇 번을 먹었는지...

바로 그때 많이 먹었던 음식들이 바로 치킨, 피자 그리고 각종 마트 음식과 배달 음식. 요즘 우스개로 이야기하는 1인 1 닭은 너무나 당연했었고, 심할 때는 한 끼에 두 마리까지도 충분했었다. 피자는 그 시절 많았던 1+1 피자집에서 4판. 쌍둥이 동생(이 살과의 전쟁을 함께한 녀석)과 둘이 먹었기에 사이좋게 각각 두 판씩은 먹어줘야 배가 불렀다. 그리고 입가심으로 뜯는 과자는 항상 150g 이상의 큰 것. 그 시절 짜장면 곱빼기에 탕수육 대짜를 먹고 남은 짜장 소스에 밥을 두 공기 정도 쓱쓱 비벼 먹으면 배가 찢어지는 듯한 포만감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그때의 내겐 그런 종류의 포만감들이 무엇보다도 큰 즐거움 중 하나였었다.


그렇게 살기를 몇 년, 안 주문해본 동네 배달음식점이 없었고, 마트에서도 안 먹어본 냉동식품이나 과자가 거의 없었다. 물론 취향은 확고해서 먹는 범위는 좁았지만. (시판 파스타 소스를 종류별로 다 사본다거나, 동네 배달 치킨집을 한 곳 한 곳 다 전화해본다거나) 아마 그때만 해도 빵을 먹는다는 건 그저 파리바게트나 동네 아무 빵집에서 피자빵, 소시지빵, 고로케 같은 것들을 한가득 사와 배 터져라 먹는 행위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얼마나 뺀 거야 못 알아봤어”


결국 그런 생활의 언젠가, 나는 정신을 차렸고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남들의 충고나 조언이 도움되었다기보단 스스로 깨닫고,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순간이 번뜩 찾아와 살을 빼게 되었다. 물론 도움도 있었다. 특히 육군훈련소 시절 소대장님께서 4주 군사훈련을 포기하고 가려던 우리 형제에게 끝까지 해보자며 끌어주신 것이 상당한 기폭제가 되었으니.

 

솔직히 3푸드 다이어트에 가까워 건강이 아주 좋아지진 않았다.


도대체 빵이 왜 이렇게 끌리지, 당 떨어지나”

나의 다이어트 과정은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정말 빡세게 한 건 대략 7달 정도. 나는 운동보다는 굶어서 뺀 케이스였는데, 하루의 식단을 500kcal 안쪽으로 맞춰놓고 조절했었다.(양으로 따지면 닭가슴살 200g, 토마토 1개, 파프리카 1개 정도)  그 시절 기초대사량이 몸무게 때문에 2000Kcal이 넘어갔으니 아마 꽤 극한 다이어트였을것이다. 그렇게 굶는 중간중간 무척이나 먹고 싶었던 음식이 바로바로 앞으로의 주제가 될 빵과 케이크! 원래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던 내가 빵과 디저트에 푹 빠지게 된 계기가 다이어트라니 지금 생각해도 이건 제법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당장 무언가를 먹을 수는 없었으니 대리만족이 필요했는데, 요즘처럼 먹방 콘텐츠를 흔하게 볼 수 없던 터라 매일 인터넷을 뒤져가며 빵 사진을 저장하고, 홈베이킹 블로그의 레시피를 구경하는 게 배고픈 하루의 소소한 위안거리였다. 그리고 마침내 다이어트가 성공해가던, 정확히는 슬슬 유지만이 남은 시점까지 도달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빵을 먹으러 가는 것이었다. 아는 맛집이 없으니 최대한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뷔페를 골라야 했고, 가서는 거의 빵, 디저트 위주로만 가득 채워 11 접시나 먹어버린 그 날이 지금도  종종 생각난다. 물론 현실은 장기간 소식으로 약해진 몸에 당을 그렇게 때려 넣은 탓에 손이 부들부들 떨렸고, 아이스크림까지 많이 먹어버려 몸이 급속도로 차가워져 결국은 집에 와서 대부분을 토해내고 '아 이래서는 안 되는구나' 하는 씁쓸한 교훈만이 남아버렸지만 말이다.


뷔페에 가서 오른쪽 같은 음식만 골라먹었다.



그 이후로는 계획을 세워 이 주에 한 번 정도 뷔페를 찾아다니며 디저트 코너만 공략하는 게 치팅데이를 보내는 나와 동생만의 즐거움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 가만 생각해보니 다른 음식은 먹지도 않는데 뷔페를 굳이 갈 필요가 있나 싶어 전문적인 디저트 뷔페나 빵 뷔페로 눈길을 돌리게 되었고, 또 그것도 만족스럽지 못해 뒤지고 뒤지다 우연히 우장산 송화시장의 재래시장 빵집을 발견하게 하고야 말았는데, 이게 아마 내가 빵을 본격적으로 찾아먹게 된 시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질렸다는 건 무슨 말이에요?"


한 마디로 예전에 먹던 배달음식, 마트 음식에 질렸다는 거지."


그렇게 4-5 년, 적어도 아직까지는 빵을 찾아먹고, 베이커리와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이 질리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건 이제 커피에까지 확장되어가고 있고. 그래서 나는 그, 질리지 않는 빵과 빵집, 가능하면 커피와 카페의 매력까지 미약한 나의 글솜씨나마 빌려 여기에 한 번 적어보고자 한다.



본편을 시작하기 앞서 왜 간략한 과거사를 적어보았습니다. 남자가 단 걸 찾아먹는 일이 흔하지 않다 보니, 종종 물어보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남들과 조금 다른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기에 적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네요.

160kg 언저리에서 128kg 전후까지 4주 군사훈련을 받으며 감량했다가 다시 요요로 쪘고

그때 불현듯 깨달은 게 있어 7달 정도 강하게 굶어서 감량을 했습니다.

최저가 68kg, 지금은 75kg 정도를 유지 중이네요.

처음엔 1주일에 15kg도 넘게 빠져 의욕이 생겼었는데, 나중엔 500g 빼는 것도 지옥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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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ds_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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