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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식가 Aug 21. 2019

추억의 맘모스빵

빵과 커피에 관한 에세이 01

빵 골라잡아 4개 1000원”


내가 빵을 처음 찾아먹기 시작했을 그 무렵, 선택의 기준은 오로지 가성비가 첫째요 맛은 그다음이었다. 그렇기에 자주 가게 되는 빵집은 팥빵과 완두 앙금빵, 소보루빵, 땅콩크림빵 같은 것들 중 4개를 골라 1000원에 살 수 있던 재래시장의 빵집이 될 수밖에 없었고, 당시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던 나는 주로 우장산역 근처의 송화시장과 등촌동의 등촌시장 그리고 목동의 남부시장을 애용했었다.


그러다 보니 눈에 들어온 빵이 당시 유행하던 500원 빵집 인디오븐의 맘모스빵이었는데, 딱히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위에 나열한 팥빵, 완두 앙금빵, 소보루빵, 크림빵을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빵이기 때문이었다. 가성비가 아주 좋았던건 당연했었고.

기본적인 맘모스빵은 요렇다.

맘모스빵은 그 종류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겉에 소보루가 붙어있는 기다란 빵 두 개를 붙여놓은 것이다. 마치 거북이 등껍질 모양으로. 그리고 그 빵 사이에는 크림이나 잼이 발라져 있어 접착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양 쪽 빵에 팥앙금과 완두앙금을 채워 넣곤 하는데, 요런 경우엔 반을 잘라 그 앙금이 드러나도록 해 전자와 구별할 수 있게 디피 되어 있는 것이 보통. 그게 아니라면 직접 집게로 들어보면 그 중량의 묵직함으로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특히 후자의 맘모스빵에 집착했었던 편이었고.


빵의 맛은 물론 특이할 게 없었다. 일단 정말 달다. 그리고 나는 그거면 만족했다. 당시 나에게 빵은 과자의 대용품이면서 포만감까지 얻을 수 있는 포지션의 음식이었으니까. 일단 혀에 닿았을 때 느껴지는 그 자극적인 달콤함! 그거 하나면 하루의 마무리를 행복하게 해 주기에 충분했었다.


그렇게 맘모스빵에 빠져들자, 나는 근처의 재래시장부터 개인빵집, 프랜차이즈 빵집들을 하나하나 다 뒤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재미난 건 다 똑같겠지 싶은 이 맘모스빵이 가게마다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최근에 인스타그램을 타고 유행하는 맘모스빵들처럼 그 차이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고, 단지 속에 크림만 들어가느냐, 잼까지 들어가느냐 또는 그 잼이 딸기잼이냐, 블루베리잼이냐 (혹은 사과라던가) 정도의 차이였지만 푹 빠져있던 나에게는 그런 소소한 차이 조차 새롭게 다가오기에 충분했었다.

J빵집의 맘모스빵 오른쪽은 주니어(?)사이즈다 무려


와 이거 1kg 넘는 거 아냐?”

그리고 얼마 후, 나와 내 동생은 이러한 맘모스빵 투어의 속도에 더욱더 기름을 부어준 곳, 바로 서울 낙성대동 J빵집의 맘모스빵을 접하게 된다. 물론 여기는 그때도 이미 유명했던 곳이었다. 단지 나만 몰랐을 뿐이지. 당연히 지금처럼 대기표를 뽑는다거나 줄을 서지는 않았고, 너무 늦은 시간만 아니라면 언제든지 가서 사 올 수가 있었다. 가격은 당시 5000원.(지금은 6000원) 크기와 무게는 그저 헛웃음만 나오는 빵이었다. 이 맘모스빵 두 덩이(?)를 사서 들고 집으로 오다 보면, 그 무거움은 정말이지,  기분 좋으면서도 욕 나온다고 해야 하나 하하...

소보루가 과자처럼 아주 두껍게 붙어있는 커다란 빵. 그 반을 잘라 보면 “우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되는데, 라인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들어간 팥앙금과 완두앙금 그리고 더욱 두툼하게 자리 잡은 가운데의 버터크림과 밤, 호두 조각들은 정말 당시의 나에겐 문화충격처럼 다가왔었다.


‘어떻게 이런 게 5천 원 밖에 안 할까’


매번 이런 생각을 하면서 먹었었다. 맛도 좋았다. 지금에야 너무나 익숙한 맛이지만 그땐 그것도 새로웠다. 아는 조합도 그 양이 달라지면 신기하게 맛까지 달라지는 효과를 불러온다. 솔직히 그때의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뽑아보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이 맘모스빵을 골랐을 것이다.


바삭하게 씹히는 소보루의 달콤한, 흡사 쿠키와 같은 맛 그리고 크리미함이 진한 버터크림의 그 느끼할 수도 있는 부드러운 단 맛과 통조림 밤, 호두의 고소한 맛들 거기에 마무리로 더해지는 두 앙금의 익숙하고 묵직한 단 맛까지. 생각만 해도 자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 조합은 순식간에 나의 입맛을 사로잡아버렸다. 얼마나 심하게 빠졌는지 저 큰 빵을 하루에 한 통 다 먹어버릴 정도였고, 가까운 거리도 아닌 J빵집을 일주일에 두세 번씩 가게 만들었었다. 점차 그러면서 빵을 사러 다니는 영역도 강서구에서 서울 전역으로 늘어가게 되었고.

가장 왼쪽이 쑥 맘모스, 중간이 합정 모 빵집의 맘모스빵 오른쪽은 심지어 씨앗호떡꿀모스다.
그거 패션후르츠 맘모스빵이에요”


몇 년이 지난 근래, 아마 작년 혹은 재작년 사이의 어느 순간부터 이 맘모스빵이란 게 다시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지금은 목동에서 합정으로 건너간 모 빵집에서 스타트를 끊더니, 인스타그램(sns)에서 꽤 알려진 가게들은 각각 저마다의 방법으로 맘모스빵을 만들어내었다. 들어가는 재료도 그때와는 다르다. 요즘 소비자들의 니즈는 옛날 스타일의 주로 설탕으로 맛을 낸 단과자빵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부재료를 넣어 맛을 낸 빵이나 호밀빵 통밀빵 등으로 넓어졌기에, 맘모스빵도 그에 발맞춰 쑥, 단호박, 흑임자, 녹차와 같은 재료들을 넣어 단 맛보다는 다른 맛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호밀 맘모스빵이나 맘모스 케이크, 맘모스 스콘에 맘모스 다쿠아즈까지 찾아볼 수 있게 되었고.


너희들도 분명 새롭게 태어날 날이 오겠지


개인적으로 이러한 종류의 리부트를 참 좋아한다. 그것이 일시적인 유행이든 무엇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프랑스식 빵, 다른 말로 유럽 스타일의 빵들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설 자리를 잃어가는 소위 제과 스타일의 옛날 단과자빵을 이렇게라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에 그저 감사할 뿐. 옛날 빵을 좋아한다는 나만해도 입맛이 꽤 변해, 그러한 빵을 찾는 횟수가 현저하게 줄었는데, 다른 소비자의 입맛이 변해가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 모른다. 그리고 이것을 재빠르게 캐치하고 그에 적응하려는 여러 제빵사, 파티시에 분들의 톡톡 튀는 결과물인 최근의 맘모스빵들. 분명 그 빵의 이면에는 그분들의 피나는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이다.


어쩌면 또 시간이 지나, 생도넛이나 꽈배기, 피자빵, 국진이빵 같은 것들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세련된 감각으로 다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가끔 해보곤 한다. 마치 70년대의 그 촌스러웠던 양철 깡통 아이언맨이 2019년에는 나노슈트를 입고 멋지게 등장한 것처럼.



제가 빵을 찾아다니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사소한 맘모스빵도 동네 빵집마다 작은 부분이라도 차이가 있고, 그게 미약하나마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어떤 빵이든 다 그렇게 만든데는 만든이의 이유, 사정이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장점, 단점 혹은 평가의 기준으로 삼고 싶지 않습니다.

어짜피 입맛은 다 다른거 아니겠어요?


Http://instagram.com/breads_eater

@breads_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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