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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식가 Aug 30. 2019

영업 종료와 가오픈 그리고 변화

빵과 커피에 관한 에세이 02

아낀다는 말로는 부족한 곳이었다.

5월 24일, 내가 가장 아끼던 논현동의 모 빵집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 앞뒤로 내가 자주 다니던 베이커리와 카페들이 하나, 둘 영업 종료를 하기 시작했다.


영업 종료도 무슨 유행이야?’


당연히 웃음도 안 나오는 농담이었지만 마치 유행을 타고 속도가 붙은 듯 점점 더 많은 곳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다 보니 저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각각 가게들의 자세한 사정이야 내가 어찌 알겠냐만 그것은 비단 경제적 이유 때문만은 아닌듯했다. 베이커리의 경우에는 주로 여자 셰프님 혼자서 영업을 하시는 곳이 대부분이었는데, 추측하건대 잦은 새벽일로 건강이 상해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보였다. 제빵은 보이는 것 이상으로 중노동이었으니.


그런 추세 때문일까, 요즈음에 새로 오픈하는 곳들 중에는 빵집보다는 카페가 많고, 그중에서도 베이커리를 겸하는 카페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테이블 수가 적은 개인 카페에선  음료 하나만 팔아서는 버티기가 힘이 들다 보니, 객단가라도 높여보려고 쿠키나 구움 과자류의 간단한 디저트를 곁들여 판매하고, 좀 더 전문적으로는 케이크나 프렌치토스트류에서부터 부담스럽지 않은 식사 대용의 샌드위치를 준비하기도 한다. 음료와 빵을 대량으로 만들어야 하는 큰 규모의 가게에선 아예 카페 쪽 팀과 베이커리 쪽 팀을 나눠 운영하는 모습도 많이 보이고.


SNS가 주 활동 공간인 내가 보기엔 아무래도 음료만 놓고 찍는 사진보다는 특색 있는 디저트나 빵이 같이 놓여있는 사진이 조금 더 예쁘기도 하고, 가게의 특징을 드러내기에도 더 좋아 보였는데, 아마 업주 분들도 비슷하게 생각을 하실 테니 그런 연유로도 이러한 구성의 가게들이 늘어나는 게 아닐까 싶었다.


8월 10일 오픈 첫손님으로 들어간 가오픈 카페


가오픈은 또 뭐래?’


그런 의미에서 또 최근에 유행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가오픈이다. 오픈이면 오픈이지 무슨 가오픈이야 싶겠지만 언젠가부터 정식 오픈전에 미리 한번 돌아가는 것도 체크할 겸 가오픈을 하는 베이커리나 카페들이 많아졌다. 솔직히 많은 정도가 아니라 9할 이상이 그러고 있다. 인스타그램(SNS)에서는 가오픈한 가게들만 찾아다니며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까지 생길 정도. 심지어 나만해도 어느샌가 그런 곳들 위주로 다니고 있다. 가오픈 첫 손님으로 가본 가게만도  몇 곳인지... 유행의 속도가 빠르다 못해, 오픈한 지 일주일만 지나도 구식처럼 느껴지는 게 이제 현실이 되었다. 해시태그 ‘가오픈’을 눌러보고 새로 오픈하는 공간을 찾는 방법은 인스타그램 중 카페스타그램 좀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방법.


주제와는 조금 어긋나는 말이지만, 장사라는 게 SNS에 자주 올라오는지의 여부랑 그렇게까지 큰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소위 오픈빨이 떨어져도 경쟁력이 있는 가게들은 꾸준히 잘 된다. 서울의 연남동, 서촌, 성수동 같은 동네에서나 SNS 위주의 장사가 가능한 것이지, 동네 불문하고 맛이나 비주얼적으로 확실한 특징이 있다면 알아서 입소문을 타게 마련이다. 그리고 실 구매력은 SNS 속 젊은이들보다 동네 주민분들이 더 높을 테고 말이다. 다만 SNS는 처음에 관심을 탁 터트려주는 도화선 같은 역할이라면 정확하기에, 더 트렌디하게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일 테고.

같은 자리가 이렇게 바뀌었다.

내가 아끼던 홍제동의 모 디저트 카페 겸 스콘 상점이 문을 닫은 자리에는 힙한 인테리어의 다른 카페가 가오픈을 했고, 난 또 그곳을 들러보았다. 내게 너무 익숙했던 공간이 다른 공간으로 변화한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을 남기면서 또 그 자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아마도 나는, 역사의 변화를 짧게 쪼갠 시간으로 압축해 체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영등포 시장 김안과 병원 사거리의 오래된 빵집이 문을 닫았다. SNS으로 유명한 곳은 당연히 아니었고, 그저 푸근한 인상의 주인아주머니와 예스러운 느낌 물씬 묻어나는 빵들, 그중에서도 으깬 고구마가 섞인 계란 샐러드가 두툼하게 올라간 고로케가 일품이었던 가게였다. 심지어 속엔 소시지까지 숨어있었던 그 맛깔난 고로케. 나는 한동안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빙빙 돌고만 있었다. 지금은 문을 닫은 게 아니고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는 정보를 얻어 다시 들러보기는 했지만 당시의 나로서는 알 방법이 전혀 없었다. 내게 익숙했던 자리에 “빵”이라고 적힌 그 빨간 간판이 사라진 것이 그저 허탈해 땡볕이 내리쬐는 그 길가에서 애꿎은 인터넷 검색만 계속하고 있었을 뿐.


다행히 근처에 다시 오픈을 하셨더라.

이 곳뿐만이 아니다. 영업을 종료한다고 SNS에 알릴 수나 있는 곳들은 차라리 행운일지도 모른다. 차마 알릴 수 없게 문을 닫는 곳도 많고, 재래시장 쪽 베이커리들은 내가 다니던 가게들 중 절반 가까이가 그 몇 년 사이에 다 사라졌다. 변화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새로운 공간이 나타는 것에 대한 두근두근거리는 기대감과 정들었던 공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그 양면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단지, 좋은 곳들이 오래오래 유지되었으면 하는 그 마음만이 변하지 않는 게 아닐까?



요즈음 들어 많이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내가 참 발 붙일 곳이 없구나 하는 것이에요.

물론 집 근처의 가게들을 애용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몇 년 전부터 다니던 수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네요.

그리고 최근에 유행하는 곳들은 역시 최근의 사람들에게 더 익숙한 법이겠구요.

물론 제가 많이 늙은 것은 아니지만, 어디를 가도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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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ds_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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