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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식가 Sep 11. 2019

빠작빠작 입천장 까지는 그 맛이 대세?

빵과 커피에 관한 에세이 03


수요미식회에도 나온 유명한 곳이다.


햄이랑 버터만 들어간다구요!?”


망원동의 S 모 양식당 겸 햄을 파는 곳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분위기가 퍽 이국적인 이곳은 직접 햄을 만들기에 카운터 옆 쪽으로 마치 유럽 어딘가의 샤퀴테리(돼지고기, 소고기 등을 이용해 만드는 가공식품 뜻함) 상점에 온 듯 다양한 가공육들이 쇼케이스에 진열되어 있었다. 이 가게의 주력 메뉴는 다양한 가공육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샘플러 보드와 바게트, 치아바타 등을 이용한 샌드위치. 그중에서 잠봉 뵈르라는 바게트 샌드위치와 루벤이라는 구운 샌드위치가 가장 인기가 좋았다.


잠봉 뵈르. 뜯어서 보면 잠봉(jambon - 돼지고기 뒷다리살로 만든 햄)과 뵈르(beurre 버터) 정도의 뜻인데, 보통 바게트에 햄과 버터를 넣어 간단하게 먹는 샌드위치를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이 조합을 처음 접했을 때, 앙버터(팥앙금과 버터를 같이 넣어먹는 빵)를 처음 먹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샌드위치 하면 일단 채소를 푸짐하게 깔고 보는 게 인지상정 아니었던가? 그래서 가장 대중적인 샌드위치가 B.L.T (bacon 베이컨, lettuce 양상추, tomato 토마토 )였던 것인데, 버터와 햄만 넣는다니...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심플한 조합인 잠봉 뵈르는 최근 이런저런 빵집과 카페들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메뉴로 자리매김했다. 잠봉 뵈르뿐만이 아니라 바게트 샌드위치 자체가 유행을 탔다고 해야 하나. 다음에 다룰 주제인, 앙버터가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더니, 그다음은 바게트 샌드위치가 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그중 잠봉 뵈르가 특히 널리 퍼져나간 이유는 이름과 생김새의 독특함이 유럽 스타일의 감성을 뿜어내기도 하고, 조합의 심플함 덕분에 재료만 있다면 만드는 방법 자체가 어렵지 않아 상대적으로 다른 바게트 샌드위치보다 접근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아주 간단하게는 냉동 바게트, 코스트코의 햄과 버터 정도로도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이다. (맛을 장담할 수는 없다.) 재료에 더 신경을 쓴다면 전문 사퀴테리 상점의 햄과 유명 베이커리의 바게트, 프랑스 버터에 특색 있는 소스로까지 범위를 늘릴 수도 있는 유동성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다양한 잠봉 뵈르
프랑스에서 먹던 그 맛이에요.”


내 동생이 잠봉 뵈르를 처음 접하고 온 날, 옆에서 먹던 외국인이 프랑스에선 이렇게 먹는다면서 두 손으로 꾹꾹 눌러서 질겅질겅 씹어먹었다는 류의 말을 해준 적이 있다. 바게트 샌드위치의 유행은 아마도, 프랑스 스타일의 베이커리 그리고 카페들의 유행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바게트뿐만이 아니라 크루아상을 활용한 샌드위치나 깜빠뉴를 베이스로 한 오픈 샌드위치 등도 많아졌다. 물론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이 바게트이니만큼 가장 많이 퍼진 것이 이 바게트 샌드위치인 건 당연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전에 바게트 샌드위치를 접한 곳은 규모가 있는 체인 빵집인 모 명장분의 베이커리였다. 물론 그 때야 이게 바게트 샌드위치인지 뭔지도 모르고 먹었었고, 사실 속재료 등에서 일반 샌드위치와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는 못했었다. 양상추와 햄, 치즈 피클 등으로 구성된 내용물과 그저 조금 딱딱해진 일반 빵 정도의 풍미를 가진 바게트에서 새로움을 찾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기도 했었으니. (푸짐해서 맛은 참 좋았었다.)


그러고 몇 년 후, 본격적으로 바게트 샌드위치에 충격을 받은 가게는 최근에 영업을 종료한 서울 강남 논현동의 C 빵집. 무화과와 프로슈토 햄, 리코타 치즈를 넣은 조합, 살라미 햄과 토마토, 씨겨자를 이용한 조합 등에 구수하고 터프한 풍미가 진한 빠작한 바게트까지. 그 매력은 나만 사로잡은 게 아니었었다. 나는 어느 한 빵집이 그렇게 순식간에 인기를 얻는 것을 예나 지금이나 본 적이 없다. tv 출연과 같은 마케팅 하나 없이 처음엔 한산하던 그 빵집은 문을 연지 1년쯤 지나고부터는 오픈 시간 전부터 한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이 예사가 되어버렸다. 그곳의 가장 인기 품목이 샌드위치였음은 말할 필요도 없었고. 아마 대략 2- 3년 전, 그 시기 이후로 다른 베이커리에서도 바게트 샌드위치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아니면 원래 있었는데, 내가 그때쯤부터 눈여겨보기 시작했는지도 모를 일이고.


이 곳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었다.


빵을 먹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그 베이커리의 셰프님께서 하신 말씀 중 하나. 샌드위치를 어쩌다 하게 되셨냐는 물음에 답해주신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빵을 식사용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거의 간식용으로 나오는 단과자류의 팥빵, 소보루빵 같은 달달한 빵들 위주로 돌아가는 게 보통이다. 개인적으로 부모님께도 이런저런 빵을 사다 드려 봤는데, 반응이 좋았던 건 역시나 익숙한 후자의 빵들이었으니... 최근에는 점점 더  다양한 종류의 바게트 샌드위치를 서울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지방에는 잠봉 뵈르를 대표 메뉴로 내세우는 가게들도 생겨났고, 계절 과일이나 채소를 이용하는 곳들도 보인다. 간식이 아닌 식사용으로 빵을 소비하는 방법 중에 가장 보편적인 것이 샌드위치. 그래서 그런지 샌드위치를 하는 곳이 늘어가는 걸 보다 보면 직접 빵을 사다 집에서 식사용으로 소비하는 문화도 언젠간 보편적으로 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물론 우리나라야 밥이 주식이니 당연히 밥을 대체할 것이라는 상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라면과 비슷한 역할 정도라면 어떨까? 꿈은 클수록 좋은 법이라고 했다.




사실 바게트 샌드위치뿐만 아니라 샌드위치를 파는 곳 자체가 많아졌어요.

어떻게 보면 타마고 산도 같은 것들도 일종의 샌드위치라고 생각하구요.

역시 SNS 적인 감성으로 바라보면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네요.

사진에 올린 곳들은 그래도 맛이 전부 좋았습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알고 계셨던 그곳의 지분이 조금 크기는 하지만요.

오래된 사진들이 많지만 요즘에 더 유행이에요.


Http://instagram.com/breads_eater

@breads_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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