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예 싱어송라이터 민채영을 만나다

사라질 것들을 노래로 붙잡는 일, 싱어송라이터 민채영의 이야기

by 손익분기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뮤지션 발굴 프로젝트 ‘뮤즈온(MUSEON)’을 통해 이름을 알린 싱어송라이터 민채영은 자신만의 확고한 음악적 문법을 가진 아티스트입니다. 화려한 이야기 대신 일상의 언어를 빌려 내면의 풍경을 집요하게 기록해 온 그녀는, 데뷔 이후 꾸준히 자신만의 호흡으로 음악적 바운더리를 넓혀왔습니다. 이번 서면 인터뷰를 통해 싱어송라이터로서 민채영이 지향하는 음악적 태도와 그간의 활동에 대한 음악적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금 바로 신예 싱어송라이터 ‘민채영’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Q : 안녕하세요. 민채영님 반갑니다. 먼저 채널 구독자분들께 근황과 함께 짧은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싱어송라이터 민채영이라고 합니다.




음악의 시작점



Q :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 ‘뮤즈온’ 아티스트 선정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계신데, 요즘 민채영님의 하루는 어떤 감정들로 채워지고 있나요?

A : 하루가 채워지는 느낌보다는 그냥 무언가 자꾸 저를 스쳐 지나가는데 그게 알고 보니 시간이었다는.. 뭐 그런 느낌으로 저의 젊은 나날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뮤즈온에 참여하던 24년도처럼 뜨겁지는 않지만 나름의 하루를 구성하며 지내고 있어요.


Q : "마음이 아주 힘든 날에만 노래를 만든다"는 소개가 인상적입니다. 채영님에게 '음악'은 고통을 해소하는 창구인가요, 아니면 기록의 수단인가요?

A : 정답을 정확하게 짚어주셨는데요. 저는 둘 다 맞는 것 같아요. 시간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이라면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기록뿐이더라고요. 마음이 아주아주 힘든 날에 남기는 것 없이 그냥 힘들기만 하면 허망하다 못해 몸이 아파오는 느낌이 들어요. 남기며 살아야 하는구나. 그게 음악이 됐든 사진이 됐든 글이 되었든 좀 악착같이 기록해야 시간이 저를 지나가는 게 아니고 제가 시간을‘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그 점에 안도감이 들어요. 안도감이 들면 다음날 아침 고통이 덜 합니다.





음악적 색깔 : 세상은 이게 인생이라네요



Q : 대표곡 '세상은 이게 인생이라네요'를 듣고 위로를 받았다는 팬들이 많습니다. 이 곡을 통해 사람들에게 꼭 건네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A : 개인적으로 이 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세상은 이게 인생이라네요’가 아니라 곡의 맨 처음이자 맨 마지막으로 나오는 ‘숨을 쉬어도, 숨을 쉬고 싶고. 집에 와도, 집에 가고 싶어요.’입니다. 어느 날 집에 들어왔는데,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어요. 아, 정말 정말 집에 가고 싶다… 이 곡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위로를 받은 분들이 계시다니 기쁘네요.

세상은 이게 인생이라네요

Q : 가사를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나, 민채영님만의 '단어 선택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 저는 적은 글자 수 안에서 모든 설명을 끝내려고 해요. 무엇인가 긴 글로 서술을 하는 가사는 좀 구차해지는 느낌이 들어서요. 이것은 취향의 차이기도 하지만 제 능력의 한계입니다… 보통 4마디나 8마디 내에서 끝나는 글자를 반복하는 형식이에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가사가 멜로디와 잘 맞아떨어지는가. 그 멜로디에 그 가사인가, 가 제일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멜로디를 처음 불렀을 때 함께 입에서 나왔던 가사가 가장 자연스럽더라고요. 그래서 가이드로 쓴 가사가 거의 수정되지 않고 음원으로 나오는 편이에요.





노래가 닿는 곳



Q : 내 노래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때론 책임감으로 다가오기도 할 것 같습니다. 타인의 슬픔을 어루만지는 노래를 부를 때, 본인의 마음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A : 제 노래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면 감사한 일이지만 그런 의도로 노래를 부르거나 써본 적은 없습니다. 주신 질문이 무색하게도 저는 제 슬픔을 어루만지기도 바쁘기 때문에… 근데 그러다 보니 그냥 철저히 자기 연민에만 빠지게 되더라고요. 그런 멋없는 모습이 싫어서 최대한 그러지 않으려고, 혼자서 앓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이게 말씀하신 그 책임감이라는 것일까요?


Q : 데뷔 초기의 곡들과 최근의 곡들을 비교했을 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슬픔을 다루는 방식'에서 스스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A : 세상에 정말 수많은 불행이 있다는 것. 어떤 책에서 ‘불행이라는 게 무서울 정도로 개별적이구나’라는 문장을 읽었는데, 정말 공감이 가요. 저는 점점 더 제 불행을 말하지 않으려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 불행만큼 다른 사람들의 불행도 이만치 무거울 테니까. 이 사실이 굉장히 큰 위안이 되기도 하는데 또 제가 가장 공포스러워하는 부분입니다. 각자 저마다의 불행이기에 나누지 못한다는 것. 가장 위안을 받으면서도 무섭습니다.


Q : 음악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 채영님을 다시 기타 앞에 앉게 만드는 결정적인 '한 문장'이나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 저와 음악을 함께 하는 고정 멤버가 있어요. 건반 치는 나도윤 씨랑 기타 치는 김창한 씨.(열아홉 때 음악 전공이 있는 위탁 고등학교에서 만났어요.) 공연을 할 때는 꼭 양옆에 둘을 앉히고 노래를 부르는데요. 함께 연주를 하다 보면, 왈칵 울고 싶어질 때가 있어요. 저보다 제 감정을 더 잘 알고 표현하는데, 그럴 때면 비로소 혼자가 아닌 ‘어쩌면 함께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에 한도 끝도 없이 슬퍼지거든요. 함께 있다, 제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그 느낌을 같이 표현하고 있을 때의 그 카타르시스가 어마어마합니다. 둘이 너무도 프로페셔널인 탓에..ㅋㅋ. 실제로 울지는 않지만 그 순간이 저에게 큰 원동력입니다.





우리가 마주할 노래들



Q : 앞으로 대중에게 '어떤 계절' 같은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A : 너무도 강렬하게 특정 한 계절을 지배해 버려서 다시는 쳐다도 보기 싫은 음악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은 있어요. 제가 열아홉에서 스물로 넘어가는 겨울에 당시를 지배했던 음악을 저는 다시 듣고 싶지 않거든요. 어쩌면 그 음악 때문에 저는 그 계절을 더 유난으로 보냈을지도 모릅니다. 약간의 원망이 있는 것 같아요. 오, 그 원망 누군가에게 받아보고 싶다..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계절처럼 매년 찾아오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해요. 꾸준-하면서 지긋-하게. 강렬하진 않지만 온기가 있는.


Q : 현재 준비 중인 새로운 작업물이나,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음악적 장르가 있다면 살짝 공유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 싱글 하나를 준비 중이에요. 지금 한창 작업 중인데 러닝타임 5분이 넘어가고 있네요. 아마 3월 안으로 발매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Q : 마지막으로, 채영님의 노래를 들으며 오늘을 버티고 있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바람이 센 날이면 무방비 상태의 얼굴이 시린 게 또 그렇게 서럽더라고요. 아니 뭐 이렇게까지 추울 필요는 없잖아..? 싶은 마음에.. 여러분들 귀찮으시더라도 방한용 마스크랑 목도리, 귀마개까지 하고 나가시고 내복까지 꼭 챙겨 입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좀 덜 억울한 겨울을 보낼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따뜻해질 때쯤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