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감각적인 비주얼 아티스트 juun을 만나다

한 사람 안의 무한한 세계, 연마된 조각들이 모이다

by 손익분기점

여행이 주는 일시적인 해방감 대신, 평소 마음이 가던 것들을 하나씩 배우고 익히는 환기의 시간을 선택합니다. 당장 눈에 띄는 화려한 도약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를 끊임없이 갈고닦는 연마의 과정을 믿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할 아티스트에게 창작이란 단순히 곡을 만드는 행위를 넘어서 한 사람 안에 잠재된 최대한의 모습들을 끄집어내어 증명하는 일입니다. 3개 국어의 가사를 세밀하게 조율하고, 사운드의 질감에 걸맞은 비주얼을 직접 디렉팅 하며 1인 다역을 자처하는 이유도 결국 그 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모든 공정을 혼자 감내하는 고단함 속에서도 나다운 색깔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집요함은 어느덧 대체 불가능한 그만의 강점이 되었습니다.


음악과 비주얼, 그리고 언어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자신만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완성해 가는 올라운드 아티스트 juun을 만났습니다.


지금 바로 아티스트 ‘juun’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Photo by @polarzone_


Q : 안녕하세요. juun님 반갑니다. 먼저 채널 구독자분들께 근황과 함께 짧은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 juun입니다. 새해가 밝고 벌써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올해는 더 많은 작업물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Q : ‘juun'이라는 활동명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A : 꽤나 오랜 시간 kuzi라는 예명으로 활동했었는데요, 작년에 문득 여태껏 음악에 진심으로 임하지 않았었다는 느낌이 들어, 이름 걸고 장사하듯 본명과 가깝게 juun으로 정했습니다. 확실히 예전보다 예명을 사랑하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하하





총괄 디렉터의 시선 : 1인 다역의 창작 과정


Photo by @polarzone_


Q : 음악 제작부터 스타일링, 촬영 디렉팅까지 전 과정을 직접 총괄하시는데, 이런 '올라운드' 작업 방식이 Juun 님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는 데 어떤 강점을 준다고 생각하시나요?

A : 모든 직업이 줄 수 있는 각기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새로운 것을 보고 들을 때 신선함을 느끼듯, 작업을 하다 보면 환기가 필요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는 물론 여행이 좋지만,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대신 평소 경험하고 싶었거나 마음이 가는 것들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것들을 쭉 연마하다 보면 한 사람 안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한 많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믿으며, 그것은 아주 큰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Q :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멜로디나 가사가 먼저 떠오르는 편인 가요, 아니면 비주얼적인 이미지나 스타일링이 먼저 그려지는 편인가요?

A : 매번 불규칙적으로 흘러가는 듯합니다. 어떨 때는 비주얼을 통해 가사가 나올 때도 있고, 멜로디로부터 나머지가 따라붙을 때도 있습니다.


Q : 프로듀싱부터 디렉팅까지 1인 다역을 수행하시려면 시간 관리가 철저하실 것 같습니다. juun 님의 완벽한 결과물을 위한 하루 루틴이나 작업 습관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 하루 루틴을 두고 생활하기 시작한 건 사실 이번 앨범을 끝내고부터가 처음인데요, 그전에는 그렇다 할 패턴 없이 남는 시간에만 항상 작업에 매진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꾸준하게 활동하기 위해서 규칙적인 생활을 지키느라 많이 깨지고 있는데.. 저에게는 아직 어색하네요.





사운드와 비주얼 : 감각의 입체적인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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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Juun님에게 '패션'은 단순한 외적인 요소 이상인 것 같습니다. 음악적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스타일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이 있나요?

A : 가끔 미스매치를 좋아하긴 하지만 특히 제 작업을 할 때는 음악과 비주얼이 하나의 이미지로 합쳐져 연상되는 것에 끌립니다. 음악과 패션은 뗄 수 없는 관계고 조화가 제일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Q : 이번 EP의 비주얼 작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공을 들였던 컷이나 연출 장면이 있다면 무엇이며, 그 안에 담고 싶었던 의미는 무엇인가요?

A : 부여된 의미는 딱히 없지만 가장 공을 들인 건 앨범 자켓. 사용된 모든 소품들을 만들거나 어렵게 구했는데, 입은 옷과 나무 상자를 깎고 바느질해 만드느라 진땀 뺐습니다


Q : 모든 과정을 혼자 결정하다 보면 고민이 깊어지는 순간도 많을 것 같습니다. 작업 중 막히는 부분이 생길 때 혼자서 어떻게 해답을 찾아내시는지 juun님만의 마인드 컨트롤 방법이 궁금합니다.

A : 의지가 꺾이고 미래가 불투명하게 느껴질 때마다 영화를 한 편씩 봅니다. 잘 고른 영화 한 편은 가뭄의 단비처럼 동기부여와 영감을 줍니다.





언어의 질감 : 3개 국어로 쌓아 올린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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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3개 국어를 혼용하여 가사를 쓰시는데, 각 언어가 가진 고유의 '사운드‘나 '정서'를 곡 속에서 어떻게 배치하고 조율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 가사를 여러 언어로 쓰다 보면 특정 언어에서는 두 문장으로 길게 표현해야 이해가 되는 부분이 타 언어에서 고작 세 글자로 완성되곤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 자체에 각국의 정서가 녹아있다는 생각도 하고, 운율을 맞춰야 하는 저에게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게 느껴졌습니다. 질감의 경우, 한국어 영어 일본어의 음역대가 조금씩 다 달라서 아직 조율해야 할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Q : 특정 감정을 표현할 때 유독 더 잘 붙는 언어가 있나요? 예를 들어,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는 어떤 언어로 표현할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A : 제가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편안히 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당연히 90프로 이상 한국어로 소통하고 감정을 공유합니다. 그렇지만 후천적 언어일지라도 항상 그 나라와 문화까지 피부로 느끼려고 노력합니다. 언어가 입에 붙을 때까지 열심히 공부해서, 타지에서 이방인의 포지션으로 현지인과 무언가를 소통하고, 나아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참 아름답게 느껴지고, 마치 제가 설 수 있는 무대를 확장하는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마침표 그리고 다음, 이번 EP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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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이번 EP를 하나의 색깔이나 향기로 표현한다면 무엇이며, 리스너들이 이 앨범을 어떤 상황에서 들어주길 바라시나요?

A : 저에게 있어 이 앨범은 본격적인 시작의 의미입니다. 올해부터 크고 작은 습관부터 환경, 많은 것이 바뀌게 될 것 같고 그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도 있습니다. 듣다 보면 은은하게 그러한 감정들을 느끼실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새벽숲의 냄새처럼 낯설고 무서운 상황에서, 혹은 매일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 올 때 들어주셨으면. 그리고 그것이 조금이나마 용기를 내는 것에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Q : 음악과 비주얼을 넘나드는 멀티플레이어로서,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예술적 영역이나 협업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 최근에는 활자나 스탬프를 이용해 아트워크를 만드는 것을 시도 중입니다. 원래는 목공이나 금속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꽤나 규모가 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하하 올해가 끝나갈 즈음에는 디지털 기기 없이 순수 미술로만 앨범 커버나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Q : 최근 발매된 새 EP 앨범 <MANA>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나 전체적인 테마는 무엇인가요?

A : 전체적인 테마는 아무래도 룬 인 듯합니다. 북유럽에서 사용되었던 언어라 생소할 수 있긴 한데, 제가 말하는 룬은 주술적 의미가 있는 상징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크면서 점점 깨닫게 되었던 사실이지만 저는 항상 작은 부적처럼 저만의 룬이 될 수 있던 물건들을 지니고 다니는 습관이 있었더라구요. 행운의 양말 같은 거죠. 이 앨범이 저에게 새로운 시작으로써 믿음과 부적의 역할을 해주길 바라며 짓게 되었습니다.


Q : 이번 EP <MANA>를 작업하면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나, 리스너들이 이 포인트만큼은 꼭 들어줬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A : 10곡의 노래에 다양한 베리에이션과 장르가 있지만 무드를 잃지 않고 통일성 있게 가져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음악적인 요소나 디테일에 집중하기보다는 배경음악처럼 본인의 무드에 맞게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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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마지막으로 Juun의 음악을 아끼고, 이 인터뷰를 읽고 있을 팬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 언젠가 당신의 입맛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다짐과 함께 항상 응원해 주시고 사랑을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