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휴일의 문장들로 견디는 봄
봄은 사계절 중 새로운 시작을 대표하고 있는 계절이다. 봄의 햇살은 늘 다정한 체하며 다가와서는, 숨기고 싶은 무기력함 위로 잔인하게 빛을 내리꽂는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꽃처럼 화사한 옷을 입고 거리로 쏟아져 나올 때, 나는 침대 머리맡에서 검정치마의 음악들을 뒤적이며 이 계절의 ‘오류’를 찾곤 한다.
검정치마의 '나랑 아니면'의 가사처럼,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단둘이 있고 싶다는 그 이기적이고 지독한 순애보는 봄의 화사함과는 거리가 멀다. 남들은 꽃구경을 가자며 들떠 있지만, 나는 그저 너의 낡은 운동화 끈이나 바라보며 "야, 나랑 아니면 누구랑 가겠냐"라고 툭 내뱉는 그 서툰 진심이 더 봄답다고 믿는다.
"나랑 아니면 누구랑 사랑할 수 있겠니"
— 검정치마, '나랑 아니면' 中
때로는 기다린 만큼, 더 아픈 계절이기도 하다. 꽃이 피었다는 건 누군가에게는 기다림의 끝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지독한 열병의 시작이다. 조휴일은 노래한다. "줄은 처음부터 없었네, 나를 기다릴 줄 알았던"이라고 말하면서도 결국은 온몸으로 그대를 받아내고야 마는 그 모순. 그게 바로 내가 정의하는 이 계절의 결함이자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줄은 처음부터 없었네, 나를 기다릴 줄 알았던"
— 검정치마, '피와 갈증' 中
그래서 우리의 봄은 늘 검정치마의 'Hollywood'처럼 비현실적이고, 'Everything'처럼 무겁다. 사랑이 전부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사랑 앞에서 가장 비겁해지는 우리들. 완벽한 연애 소설보다는 군데군데 얼룩진 일기장 같은 이 노래들을 듣고 있으면, 우리의 ‘오류’ 가득한 일상도 하나의 음악이 된다.
"넌 내 모든 거야 / 내 여름이고 내 꿈이야"
— 검정치마, 'Everything' 中
따스한 햇살에 꽃들이 화창하게 피어나는 날, 가끔은 이 플레이리스트과 함께 봄의 다른 매력을 느꼈으면 좋겠다. 남들이 정답이라 부르는 화창한 봄의 풍경 밖으로 밀려나, 봄의 오류 속에서 조휴일의 문장들을 곱씹어 보면서 위로했으면 좋겠다.
틀려도 괜찮다. 원래 봄은 그렇게 조금씩 앓으면서 지나가는 계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