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의지로 살지 못한 삶에 대하여
최근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며, 우리는 다시 한번 한 소년의 비극을 목도하게 된다. 그는 열두 살에 왕이 되었고, 열일곱에 생을 마감했다. 역사는 그를 단종이라는 짧은 시호로 기록하지만, 우리는 그 차분한 글자 뒤에 숨겨진 한 소년의 일그러진 외침을 느낀다.
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하곤 한다. 꽃이 피는 봄이 있고, 뜨거운 여름을 지나 결실의 가을을 맞이한다고. 하지만 어떤 생은 태어나자마자 겨울로 직행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설계된 궤도 위에서, 단 한 번도 '나'로서 숨 쉬어보지 못한 채 저물어가는 삶. 나는 그것을 유배된 계절이라 부르기로 했다.
어린 임금에게 왕관은 권력이 아니라 창살이었다. 삼촌이라 부르던 이의 무서운 야심 아래서 소년이 할 수 있는 선택이란 없었다. 밥을 먹는 것도, 옷을 입는 것도, 심지어는 목숨을 부지하는 것조차 타인의 자비와 계산에 맡겨야만 했다. 궁궐의 화려한 단청 아래서 소년은 매일같이 유배 중이었다. 결국 영월의 청령포, 강물로 둘러싸인 그 좁은 육지 고도에 갇혔을 때, 그는 오히려 안도했을지도 모른다. 이제야 비로소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히 혼자가 되었다는 역설적인 자유에 슬픔을 느낀다.
우리의 삶도 가끔은 유배된 계절을 통과한다.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해서, 사회가 정한 속도에 뒤처질까 봐, 혹은 먹고사는 일의 비겁함 때문에 내 의지를 마음 깊숙이 넣어두고 타인의 생각으로 하루를 채워 넣을 때. 우리는 각자의 청령포에 갇힌 채 흐르지 않는 시간을 견뎌낸다.
나는 내 의지대로 인생의 방향을 결정해 본 적이 과연 몇 번이나 있었을까. 단종의 짧았던 삶을 되짚어보며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지금 내 삶의 주인은 정말 나인지, 아니면 나 역시 누군가 정해놓은 길을 그저 무력하게 따라가고만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오늘 밤은 영월의 고요한 강물을 닮은 음악들을 꺼내어 보려 한다. 비록 소년 왕의 시간은 억울하게 멈춰버렸지만, 이 음악을 듣는 분들만큼은 마음속에 억눌러두었던 진심을 깨워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길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기록이, 자신의 뜻대로 살지 못하고 마음을 다친 모든 분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