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과 청춘
나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어째서 유독 서둘러 뒷모습을 보이는지 고민해 본 적이 있었다. 마치 가장 빛나는 순간에 마침표를 찍기로 한 것처럼, 우리가 깊이 사랑하는 것들은 결코 우리 곁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요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봄꽃이다. 지난겨울의 인고를 견디고 피어난 벚꽃은 개화한 후 일주일을 넘기지 못한다. 바람 한 점에 꽃잎을 흩날리며 사라지는 그 허무함이야말로 우리가 매년 봄을 애타게 기다리고 사랑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청춘 또한 이와 닮아 있다. 청춘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게 청춘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가장 좋을 때다"라는 어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 없었다. 다만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청춘은 이미 저만큼 멀어지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사람의 생애에서도 가혹하게 적용된다. 우리는 지난 역사 속에서 너무나 일찍 세상을 떠난 천재들을 기억한다. 그들은 마치 이 세상에 머물 수 있는 에너지를 짧은 시간 동안 폭발적으로 다 써버린 것만 같다. 그들이 남긴 작품은 영원히 박제되어 빛나지만, 정작 그 예술을 빚어낸 영혼은 서둘러 자취를 감춘다.
하늘이 그들의 재능을 시샘하여 일찍 데려갔다는 흔한 수식어는 어쩌면 슬픈 진실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조금 더 오래 머물렀다면 세상이 더 풍요로웠겠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의 짧고 강렬했던 삶은 우리에게 더 깊은 경외심과 그리움을 남긴다. 사랑받는 존재일수록 머무는 시간은 야속하리만큼 짧다.
사랑과 우정은 또 어떤가 생각해 보았다. 영원한 추억을 약속하며 뜨겁게 맞잡았던 손도 시간이 흐르면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은 어느 순간 색이 바래고, 매일같이 붙어 다니던 친구와는 이제 일 년에 한 번 안부를 묻는 것조차 큰 결심이 필요해진다.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잃고 나서야 그것들이 머물렀던 자리를 더듬는다. 하지만 이 유한함은 비극이 아니라 오히려 축복에 가깝다. 끝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우리는 오늘 더 다정하게 추억을 만들고, 한 번 더 약속을 기약한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나는 종종 음악을 찾는다. 꽃이 지고, 계절이 바뀌고, 누군가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꺼내 들었던 곡들을 모아보았다. 이 노래들이 여러분의 곁에서 조금은 더 오래 머물러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