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낮에는 치열한 일상을 살아내는 직장인으로, 밤에는 그 일상의 틈새에서 길어 올린 감각을 노래하는 아티스트로, 두 세계의 경계를 유영하는 신예 아티스트 CHEL(첼)이 첫 번째 정규 앨범 [PIECE]로 우리 곁을 찾았습니다.
몽환적인 사운드와 중성적인 보컬, 그 안에 담긴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포함한 이번 앨범은 첼이라는 아티스트를 구성하는 수많은 파편을 하나로 모아 완성한 견고한 작품과 같습니다. 정육면체의 큐브처럼 다채로운 면모를 지닌 그가 건네는 첫 번째 이야기, 첼의 음악적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가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지금 바로 신예 아티스트 CHEL(첼)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Q : 안녕하세요. CHEL(첼)님 반갑니다. 먼저 채널 구독자분들께 근황과 함께 짧은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구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개인적인 음악을 만드는 CHEL(첼)입니다. 올해 가장 추웠던 1월 말에 정규앨범 ‘PIECE’를 발매했고, 그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리고 싶어 이번 인터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도 잘 부탁드립니다 :)
Q : 'CHEL(첼)'이라는 활동명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A : 사실 활동명을 정할 때 큰 고민이 없었어요. CHEL이라는 활동명은 단순히 제 이름 중 한 글자인 CHEOL(철)에서 ‘O’ 하나를 빼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만들어졌거든요. 막상 지어보니까 ‘CHEL’이 중성적인 느낌의 영어 이름이라 제 음악적 색채와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까지도 입에 잘 붙어 마음에 들어요.
정규 앨범 [PIECE] : 흩어진 조각이 모여 만든 세계
Q : 첫 정규 앨범 [PIECE] 발매를 축하드립니다!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전체적인 주제와, 리스너들이 이 앨범을 하나의 ‘이야기’로 읽는다면 어떤 흐름에 주목하면 좋을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 먼저 축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가끔 스스로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나를 온전히 알아가는 과정은 저에겐 어려운 일이었어요. 나만 아는 모습, 나도 몰랐던 습관들, 그런 작은 조각들이 모여 ‘나’를 만들었기에 정의하기 쉽지 않더라구요. 이런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의 근원은 무엇이며, 나의 조각들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노래로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앨범 ‘PIECE’는 제 첫 정규앨범이자, 스스로에게 던져왔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일기처럼 적어 내려간 저만의 조각집입니다. 단편적인 조각들을 하나씩 들어보시며, 지금의 제가 이렇게 완성되었는지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 이번 앨범에서 전체적인 사운드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궁금합니다. 곡마다의 통일감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쓰신 사운드적 장치나 무드가 있을까요?
A : 이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을 때,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정 속에 환상적인 장소에 도착한 듯한 감각을 공유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편곡자님께 각기 다른 곡들이 하나의 감성을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고, 그 결과 몽환적인 신스 사운드를 각 트랙에 개성 있게 배치해 주셨어요. 오히려 그런 장치가 앨범 전체의 일관된 분위기를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Q : 타이틀곡 ‘CUBE’는 첼님의 색깔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곡이라 생각됩니다. 이 곡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감상 포인트로 꼽는 ‘CUBE’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 ‘CUBE’는 기타를 메인으로 한 감성적인 재즈 터치의 R&B 발라드 곡입니다. 20대에 느꼈던 방황으로 뒤엉킨 마음이, 어릴 적 가지고 놀던 뒤섞인 큐브 퍼즐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령 없이 돌려봐도 쉽게 맞춰지지 않는 무기력한 상황을 비유한, 제 첫 자작곡입니다.
노래의 태도는 다소 염세적이고 회의적인 면을 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을 찾으려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가사에 조금 더 집중해 들어주신다면 ‘CUBE’만의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조각을 깎고 다듬는 시간
Q : 직장과 음악 작업을 병행하며 정규 앨범을 완성하셨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독립 아티스트로서 발매를 준비하며 가장 크게 체감한 점은 무엇이었나요?
A : 소속사 없이, 직장을 다니며 앨범을 완성하는 일이 이렇게까지 어려울 줄은 몰랐습니다. 모든 과정을 제 의도대로 만들고 싶었기에 선택에 대한 아쉬움은 없지만, 그만큼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체감했어요. 모든 과정이 처음이다 보니 하나하나 배워가야 했고, 예상했던 일정보다 훨씬 오래 걸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음악 외적인 부분을 조율해 줄 제3자의 필요성도 느꼈고요. 그럼에도 스스로 완성해 냈다는 점에서 꽤 자랑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Q : 본업과 창작 활동, 이 두 영역을 동시에 이어가며 작업하는 과정에서 체력적 혹은 심리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 혼자 해야 하는 일들이 익숙해진 나이에 있지만, 혼자서 해내야 하는 것에는 아직도 서툴다는 것을 느꼈어요. 편곡, 녹음, 후작업, 유통 등 모든 과정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제 이야기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을지 결정하는 순간에 가장 어려움을 느꼈어요. 선택에 있어 굉장히 조심스럽고 겁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어요. 다행히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선택에 있어 정답은 없고 어떻게든 저는 무언가를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모든 걸 준비하던 작년 한 해는 제게 너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Q : 수록곡 중 작업 기간이 가장 길었거나,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술술 풀렸던 곡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 가장 오래 걸렸던 곡은 ‘Mayfly’였습니다. 러닝타임이 가장 긴 곡이기도 하고, 맑은 보이스 컬러로 불러야 했기 때문에 컨디션 관리가 중요했어요. 하지만 당시 목 상태가 좋지 않아 결국 기존 녹음본을 전부 엎고 다시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많이 고민한 만큼 결과가 따라오는 것 같아요. 이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스스로 정리한 뒤 다시 녹음했을 때, 막막했던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풀렸습니다. 지금도 가장 애착이 가는 곡입니다.
중성적인 보이스와 단단한 내면
Q : 이번 앨범을 ‘다양한 조각들로 이루어진 앨범’이라 표현하셨죠. 아티스트 CHEL(첼)을 이루는 수많은 조각 중, 현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조각은 무엇인가요?
A :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CHEL(첼)이라는 인물에 가장 큰 조각이 뭔지 제일 많이 고민을 했어요. 아무래도 ‘몽상가’적인 모습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조각인 것 같아요. 저는 생각이 많은 편이에요. 인상 깊게 본 영화에 대해 오래도록 곱씹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를 하루 종일 되새기며, 잠들기 전까지도 내일의 일을 떠올립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기도 해요. 아마 이런 기질이 자연스럽게 글쓰기와 작곡이라는 취미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Q : CHEL(첼)님의 음악에서 ‘중성적인 보컬 톤’은 독보적인 매력입니다. 스스로 본인의 목소리와 감정 표현 방식을 어떻게 인지하고 계신가요? 또한 앞으로 보컬리스트로서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은지도 궁금합니다.
A : 제 노래를 들어주시는 분들께서 제 보이스 컬러를 새롭다고 말씀해 주실 때마다 늘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평균적인 남성 보컬에 비해 미성이다 보니, 보다 섬세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편적인 톤을 가진 목소리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개인적인 온도로 다가갈 수 있다고 느낍니다. 제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낼 때 그 진정성이 조금 더 설득력 있게 전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제 목소리가 가진 결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장르 안에서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싶습니다.
Q : 곡을 만들 때 CHEL(첼)님만의 원칙이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A : 저는 음악을 들을 때 앨범 단위로 듣는 걸 좋아해요. 아티스트가 앨범을 만들면서 의도한 흐름과 감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느끼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제 앨범도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트랙 순서와 인터루드 배치에 대해 편곡자님과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앨범이라는 하나의 덩어리로서 설득력을 가지는 것이 저에게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해요.
앞으로의 조각들
Q : 이번 정규 앨범 이후, 음악적으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영역 혹은 아티스트로서 꼭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 사실 음원 발매 자체가 저의 최종 목표였기 때문에 이미 제 꿈을 이룬 가수가 되었어요. 이제 새로운 목표를 잡는다면 계속해서 찾아 듣고 싶은 싱어송라이터로 남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멜론차트에 제 이름을 남겨보고 싶어요! 후속 활동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다음 앨범을 만들게 된다면 ‘PIECE’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이번 앨범이 온전히 제 이야기였다면, 다음에는 ‘타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장르적으로는 ROCK이나 Soul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Q : CHEL(첼)님의 음악을 '조각'처럼 하나씩 모아 듣고 있을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 먼저,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앨범의 마지막 곡인 ‘credits’에는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꼭 전하고 싶었던 말을 편지처럼 담았습니다. 이 곡만큼은 꼭 한 번씩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문득 한 번씩 떠오르는 일종의 취향이 되고 싶습니다. 이따금 생각나면 저를 다시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