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이나 방송에서 '스마트 공장'은 많이 들어보셨지요? 인더스트리 4.0, 산업인터넷, 로봇신전략 등 다양한 이름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해가 잘 되시나요? 우리나라도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발표했는데, 이것도 역시 21세기형 제조 혁신이라는 의미에서 모두 같은 이야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면 도대체 왜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의 스마트 공장에 이렇게 큰 관심을 보이고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제조업이 모든 산업의 근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국민 총 생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율은 약 28%나 됩니다. 중국의 31% 다음이지요. 제조업이 흔들리면 우리나라 경제가 흔들리게 됩니다. 그것이 4차 산업혁명과 무슨 관계냐고요?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에도 사물인터넷(IoT), 네트워크, 센서,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을 접목시키겠다는 뜻이고, 제조에 이러한 기술이 접목될 경우 제조 공장의 경쟁력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독일을 시작으로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까지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 공장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거든요. 만약 우리도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 공장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제조업은 경쟁력을 잃고 모두 도산하게 될 거예요. 모든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이 무너지면 다른 산업까지도 그 여파가 미칠 것이고요. 곧 국가 경제의 위기로 연결될 수 있지요. 이제 스마트 공장이 왜 중요한지 이해가 가시지요?
먼저 4차 산업혁명의 정체부터 자세히 이야기해 볼게요. 아시다시피 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후반에 증기기관이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되었어요. 증기기관을 이용하여 생산을 기계화할 수 있었지요. 19세기 말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등장하고 증기기관 대신 전기가 등장하면서 분업 기반의 대량 생산 체제가 등장하게 되지요. 이것이 2차 산업혁명입니다. 20세기 후반부터는 로봇과 자동 제어 기술이 접목되면서 자동화 기반의 대량 생산 체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이것이 3차 산업혁명이에요. 자동차 생산 공장에서 미완성된 자동차가 라인을 따라 흘러가고, 양쪽에 죽 줄 서있는 로봇들이 부품을 끼우고, 조이고, 용접하는 영상을 많이 보셨을 거예요. 이것이 현재까지의 3차 산업혁명 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면 3차 산업혁명을 통해 로봇으로 자동화도 다 되었는데 4차 산업혁명은 또 무엇일까요?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되어가고 있고, 또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계화 생산이 가능해진 1차 산업혁명 이후부터 컨베이어 벨트 중심의 분업 기반 생산이 가능해진 2차 산업혁명까지 지속적으로 상품의 종류는 줄어들고 대량 생산을 하게 되었죠. 사실 사람들이 원하는 상품은 다양해도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상품의 종류를 줄여야 했어요. 사람들의 요구보다는 생산성이 더 중요시되었다고 보면 되겠지요. 1950년대가 상품 종류는 가장 적고 상품당 생산량이 가장 많았던 시기라고 합니다. 개성이 전혀 없던 시기였을 것 같아요. 이후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부분적으로 개인이 선택 가능한 옵션을 갖는 대량 생산을 하게 되었지요. 상품의 종류도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세상이 갑자기 확 바뀝니다. 나라별로 형성되어있던 시장이 세계화가 되면서 대량 생산이 다시 증가되고, 산업에 따라 지역화나 개인화가 되면서 다품종 소량 생산도 등장하기 시작한 거예요. 제조업의 입장에서는 복잡도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렇게 증가하는 복잡도를 기존의 3차 산업혁명 기반 제조업에서는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거예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에 독일이 인더스트리 4.0을 발표하면서 4차 산업혁명 기반 제조업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겁니다.
국가별로 4차 산업혁명 기반 제조업을 접근하는 전략이 조금씩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두 가지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어떻게 하면 다품종 대량 생산이 가능한 스마트 공장을 만들 수 있는가 입니다. 기존의 대량 생산 공장에서는 공장을 지을 때부터 생산할 제품이 결정됩니다. 예를 들면 소형차 공장을 지으면 소형차만 나오고, SUV 공장을 지으면 SUV만 나오지요. 그런데, 이제는 한 공장에서 소형차부터 중형, 대형, SUV, 밴 등 다양한 제품을 다 만들겠다는 겁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사물인터넷, 센서, 네트워크, 로봇,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을 융합하면 가능하답니다. 가장 쉬운 예를 한 가지 들어 볼게요. 이제까지는 생산 라인에 있는 로봇은 정해진 한 가지 일만 했어요. 정확히 똑같은 작업의 반복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작업할 대상물이 도착하면 대상물을 스스로 인식한 후 그에 맞는 작업을 하겠다는 거예요. 로봇 한 대가 대상물에 따라서 여러 가지 작업을 알아서 하는 것이지요. 여러 로봇들이 서로 대화하면서 최적의 조건으로 분업을 하기도 하고 또는 한 대의 로봇이 모두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게 되는 겁니다. 품종이 너무 다양한 경우에는 제품마다 태그를 부착하고 태그 안에 공정 지시를 기록해 둘 수도 있어요. 로봇이 제품마다 태그의 공정 지시를 읽고 그대로 처리해주는 거지요. 이렇게 되면 유연성이 매우 높은 범용 생산 공장을 구축할 수 있어요.
두 번째는 전체의 생산 사슬을 어떻게 하면 하나로 묶어 관리하고 제어할 수 있는가 입니다. 기획, 연구, 브랜딩, 디자인, 제조, 유통, 마케팅, 판매, 서비스의 전 단계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묶는 겁니다. 과거에는 한 회사에서 전 단계를 모두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세계화가 되면서 각 단계가 세계 곳곳에 흩어지게 되었어요. 이제는 전 단계를 묶어서 고려하지 않으면 제조업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영위할 수 없게 된 거예요. 특히, 각 단계의 부가가치를 보면 제조 단계의 부가가치가 가장 낮습니다. 즉, 전 단계를 고려하지 않고 제조 단계를 분리하여 운영한다면 부가가치가 낮아 사업성을 확보할 수가 없게 됩니다.
최근에는 실제 공간이 그대로 디지털 공간 상에 구현되어 있는 디지털 트윈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트윈을 통해 공장이나 장비 등을 직접 돌려보지 않고도 시뮬레이션으로 사전 검증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격지에서도 실제 공간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거나 제어가 가능하게 됩니다. 교육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고, 특히 제조업에서 매우 중요한 설비 예지보전 기능 구축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제 4차 산업혁명 기반 제조업이 어느 정도 윤곽이 보이시나요? 마지막으로 국가별 접근 전략의 차이를 간단히 짚어 볼게요.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독일은 자신의 강점인 제조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어요. 설비 및 기기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로 묶고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이름으로 플랫폼화 시키고 있답니다. 그리고, 실제 공간을 컴퓨터에서도 똑같이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사이버 물리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산업인터넷이라는 이름으로 클라우드 중심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어요. 사물인터넷의 산업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해석 등을 접목시켜 공장의 지능을 높이고 제품에도 다양한 센서를 부착하여 출고 이후까지도 예측 기반 유지보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서비스 플랫폼 사업으로 확대해 나아가고 있지요. 일본은 2015년 초에 로봇신전략을 발표하였습니다. 로봇 중심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어요. 전체적인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중국은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발표하고 기존의 노동 집약형 공장을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하는데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요. 중국은 주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기반으로 자국에 맞게 튜닝을 하는 것 같아요. 과거에 일본이 미국을 따라 했고, 우리나라가 일본을 따라 했고, 중국이 우리나라를 따라 하다가 이제는 중국이 바로 독일을 따라 하는 형국이에요. 중국이 우리를 크게 앞지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지요.
우리나라는 제조업 혁신 3.0을 발표하고 단계적 전략을 추진하고 있답니다. 단기적으로는 고도화 요소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스마트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전략을 수립하여 추진을 해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에요.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 공장 지원사업도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상황인데, 각 산업별 공장별로 맞춤형 지원이 아직 부족한 것 같아 사실 걱정입니다.
다행히도 최근 몇 년간 정부차원에서 스마트 공장 지원사업에 대한 예산을 크기 늘려가고 있습니다. 또한 4단계로 구분하여 지원을 하고 있고, 특히 2021년부터는 3단계인 중간2 단계 지원 사업을 추가하여 스마트 공장의 수준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정의하고 있는 스마트 공장 4단계를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인 기초 단계는 전체 공정을 디지털 데이터로 수집하여 실적을 자동 집계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기본적으로 상산관리시스템인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SW의 기반을 구축하는 단계입니다. 스마트 공장을 구축하려면 가장 기본적으로 각 공정별 실적 집계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정별로 RFID, 바코드, QR코드, 센서 등을 장착하여 실적에 대한 디지털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게 됩니다. 2단계인 중간1 단계는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설비 데이터 자동 집계 단계입니다. 수집된 실시간 설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체 공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생산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분석 도출할 수 있게 됩니다. 양산에서 가장 중요한 설비의 상태 예측을 통해 설비 예지보전 기능도 구축할 수 있지요. 3단계인 중간2 단계는 설비 제어 자동화 단계입니다. 2단계에서 실시간 자동집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정별 설비를 실시간 자동 제어하는 단계입니다. 마지막 4단계인 고도 단계는 빅데이터/IoT 기반의 진단 및 운영, 사이버 물리 시스템(CPS) 연동, 인터넷 공간 상에서 비즈니스 가치 사슬을 연계한 네트워킹 등을 실현하는 단계입니다.
초기에는 스마트 공장 개념이 익숙치 않은 이유로 단지 비용 지원받기 위한 구축이 제법 있었던 것으로 보였는데, 최근에는 제조 기업들이 정말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필요 수단으로 스마트 공장 구축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지속적인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 확대를 해주는 것이 우리나라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 공장 구축이 기존의 공정을 디지털화, 자동화하는 관점으로만 접근을 하고 있는 점입니다. 이는 점진적 개선(incremental improvement)에 해당되는 접근으로, 공정의 통합, 축약, 제거 등과 같은 혁신을 이끌어내지는 못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디지털화, 자동화 관점의 스마트화 추진과 동시에 공정의 통합, 축약, 제거 등이 가능한 창의적 혁신(creative innovation) 활동을 함께 병행해야할 것입니다. 예를들면 기존의 금형 기반 제조에서 3D 프린팅 기술을 융합하여 다수의 공정 삭제가 가능한 공정 최적화 혁신이나 조립 공정 제거가 가능한 부품 일체화 제조 혁신 등과 같은 혁신 활동 등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 공장을 통해서 우리의 생활은 무엇이 좋아질까요? 일단 나에게 딱 맞는 맞춤형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맞춤형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대량 생산된 제품과 차이가 나질 않을 거예요. 제조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고요. 또한, 제조업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기 때문에 모든 다른 산업에서도 유사한 혜택을 보게 될 거예요. 전체적으로 제품은 다양해지고 품질은 높아지고 가격은 오히려 저렴해진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나요?
#활성화기술 #와해성기술 #스마트공장 #4차산업혁명 #인더스트리4.0 #산업인터넷 #디지털트윈 #제조업 #3D프린팅
(참고로, 본 글은 제가 이전에 작성했던 '미래를 바꿀 요즘 뜨는 기술(3)'의 '스마트 공장' 내용을 업데이트한 글입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2023년 출간된 <세상을 바꿀 미래기술 12가지> 책에서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